트랙터가 있는 일꾼과 없는 일꾼이 있다고 가정하자. 트랙터가 없는 일꾼은 하나하나 맨손으로 일을 해야 하니 더디고, 들이는 품에 비해 성과는 적을 것이다. 반면 트랙터를 가진 일꾼은 더 빨리, 더 많이 땅을 일군다. 속도만큼 성과도 높아진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두 일꾼의 격차는 끝없이 벌어지고 만다. 

지난 4월10일, 여행사들이 참여하는 한국여행업협동조합이 탄생했다. 트래블쿱(Travel Coop)이 브랜드다. 대형여행사들이 주도하는 유통 구조에 연연하지 않고, 작은 여행사들끼리 힘을 모아 서로를 북돋겠단다. 예산이 부족해 하지 못하던 마케팅, 홍보, 정산 판매 시스템 등을 협동조합이 해줄테니, 대신 여행사들은 건강하고 착한 여행상품을 제공하면 된단다. 

여행 상품을 모아 홍보해주는 다른 플랫폼들과 뭐가 다른지 궁금할테다. 협동조합의 시작이 ‘대기업의 경제적 압박이나 중간상인의 농간을 배제하는 것이 주 목적(출처 두산백과)’이라는 데서 우선 분리가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칙 한 가지, ‘사업의 목적이 영리에 있지 않고 경제적 약자 간의 상호부조에 있다.’ 서로 돕는 것이 목적이란 말이다. 플랫폼이야 누구나 만들면 그만일텐데, 이번 여행업협동조합 트래블쿱이 뜻깊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혜초여행사 석채언 대표는 “우리가 모든 것을 할 테니 알이 꽉 찬, 좋은 감자만 만들어 달라”고 했다. 

서로를 돕는 입장이니 불신도 없어야겠다. 트래블쿱도 협동조합기본법 아래에서 개방, 공평, 투명을 강조하고 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어느 여행사라도 운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고쳐달라 건의할 수 있다. 민주적인 운영 방침 아래서 서로가 서로를 두레하는 방식이다. 

트랙터가 없는 맨손 일꾼들이 여럿이 모였다. 하나의 밭을 여럿이 함께 일군다. 트랙터를 가진 일꾼을 어찌 이길쏘냐. 그러나 한 사람이 고군분투하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속도도, 성과도 말이다. 혹시 모른다. 성과가 좋아져 트랙터를 살 수 있을지도. 그럼 좀 더 재미있는 경쟁이 되지 않을까.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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