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지어지고 영업을 개시하는 수많은 신규호텔들의 특징은 150실 이하의 비지니스 호텔을 지향한다는 것과 풀 서비스 보다는 제한적 서비스를 장착한 객실판매 위주의 호텔로 분포가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보면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 고객층의 쏠림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호텔 산업의 비슷비슷한 규모와 서비스에 편중되어 가는 현실이 다양한 고객을 담을 수 있는 인프라의 한계를 갖게 한 것일 수도 있다. 

중국지역의 방한관광객의 추이만 보더라도 기대치만큼의 수적 성장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나 중국인 관광객의 혜택을 호텔들이 골고루 나눠 갖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수적 성장의 다음단계로 다양한 고객들이 유치 될 것이라는 호텔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해 쉽지 않다. 늘 이런 시장 상황의 경우 아쉽게 느껴지는 대상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내국인 고객이다. 

오랜 기간 동안 내국인은 호텔 시장에서 주도적일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었다. 호텔 수요층의 70% 이상이 외국인인 한국 호텔 시장의 환경 속에서 호텔들은 내국인 마켓을 계륵처럼 여겨왔다. 비수기 상황에는 반가운 손님이어서 각종 패키지와 화려한 선전 문구로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호텔 안쪽에서는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 비명이 들려오곤 했다. 객실 사용에 있어서도 객실의 청소조차 간단치 않아 하우스키핑의 걱정거리가 되고 고객의 높은 기대치에서 나오는 실망과 그에 따른 불만의 처리도 쉽지 않다. 다양한 내국인 고객들의 얼토당토않은 트집과 반말 섞인 억지를 듣고 있자면 속에서 천불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 현상들이 내국인 고객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했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내국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을 주저하게 하는 내적 요인이 되기도 했다. 

계륵과 같은 존재인 내국인 시장에 적극적인 성장을 도모하지 않고 있는 사이 최근 한국인의 호텔 이용에 대한 의미 있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이미 수년 전부터 불어온 바람이지만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호텔 선호도가 눈에 띄게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외면 받던 일본의 전통여관이나 휴양지의 풀 빌라들이 한국인 관광객들의 인기 시설이 되어가고 있다. 시선을 돌려 제주지역만 보더라도 최근 늘어난 고급시설의 부티크 호텔들은 생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웃바운드의 상품기획 담당자는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 ‘기왕이면’이라는 명료한 단어를 선택해 줬다. 경제상황이 나아진 특정계층의 행태일 수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해외여행을 얼마나 싸게 가느냐가 중요한 시대에서 모처럼의 해외 나들이에 동경하던 여행을 과감히 실행하는 계층이 생성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각종 고급 해외여행 상품의 판매량을 보면 확연하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좋은 물건을 싸게 구매하려는 욕구는 인지상정이다. 그 당연한 욕구를 접고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수준 높은 호텔 프로그램이 한국인 시장에 맞춰 정교하게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는지는 우리 호텔들이 한번 냉정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판매 시장으로서 한 축이 틀림없는 내국인 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어느새 온라인 시장이 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내국인 대상 호텔 판매 OTA는 틀림없이 오랜 기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도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로 보이지만 오랜 기간 경쟁사보다 싸야만 살아남는다는 기본원리에 너무나 충실한 나머지 경쟁사간의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이런 속에서 싸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난이도 높은 고객들이 양산 됐다. 

최근 시장변화의 하나는 이 와중에 라스트미닛(Last Minute) 애플리케이션이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일예약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 든 호텔 예약 애플리케이션은 급히 객실이 필요한 커플 고객층의 환영을 받아 성장세를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새롭게 호텔 수요시장을 창조하기 보다는 모텔이나 러브호텔로 향하던 은밀한 커플들의 예약 도구로서 역할을 할 뿐 다양한 내국인 시장의 변화를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판매 가격을 떠나 내국인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좋은 호텔 고객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 내 가고 있는지 호텔업계와 호텔 판매를 주도하는 내국인 OTA들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고객은 변화해 가고 있지만 호텔 업계가 고객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점점 내국인 고객의 빠른 취향변화나 호텔 예약 환경의 변화는 내국인 마켓을 관리하기 쉽지 않은 고 난이도 마켓으로 만들고 있다.

그토록 기대하던 중국시장의 고객들이 호텔 간의 저가 가격 경쟁 구도를 유도하면 유도 할수록 호텔들은 내국인 마켓의 가치가 크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좀 더 좋은 시장의 형성을 위해서라도 호텔을 이용하는 내국인 고객이 요구하는 난이도 높은 요구와 시장변화에 좀 더 선제적으로 그리고 꾸준한 자세로 고급스럽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고 난이도의 내국인 마켓을 잘 이끌어 내면 틀림없이 호텔들에게 내국인 마켓은 선물처럼 다가와 줄 것이다. 내국인 마켓은 냉소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잘 닦아줘야 빛을 발하는 흙 묻은 보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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