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기존 거래사 끊고  롯데JTB로만 송객
-기존 4사 “직원·가이드 떠나고 풍전등화 처지”

일본 최대 여행사 일본 JTB의 계열사 밀어주기로 애꿎은 한국 토종 여행사들이 위기로 내몰렸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JTB의 한국계열사인 롯데JTB는 최근 한국 인바운드 여행사들인 KTB, 롯데관광, 세방여행, 한진관광 4개사와 일본 JTB의 패키지(룩JTB) 물량 취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거나 앞두고 있다. 이들 4개사는 JTB로부터 직접 물량을 받는 ‘4대 일본 JTB 한국 파트너사’였지만 4월부터 거래가 끊겼다. 일본 JTB가 일방적으로 거래종료를 통보하고 계열사인 한국의 롯데JTB로만 패키지 물량을 보내기 시작해서다. 이 덕분에 월 2,500명 정도였던 한국의 롯데JTB의 월간 유치실적은 1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중 일부 물량을 기존 4사에 재하청하기 위해 이번에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배려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정작 4개사의 반응은 냉랭하다. 수익이 될 만한 호조건의 물량을 넘기겠느냐는 이유에서다. A사 임원은 지난 19일 “일본 JTB로부터 직접 받을 때도 수익 내기 힘든 단체가 많았는데 한국의 롯데JTB를 거치면서 조건은 더 나빠질 게 뻔해 기대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받지도 못할 물량을 제시하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기존 4사를 배려한 조치인 양 생색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물량을 잘못 받았다가 아예 망할 수도 있다는 강한 거부감도 나왔다.

일본 JTB가 거래종료를 통보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경. 계약종료까지 불과 4개월여의 기간을 남겨두고 수 십 년간 지속된 관계를 끊어버린 것이다. 피해는 컸다. 일본 JTB에 대한 4개사의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본 JTB하고만 거래했던 KTB의 경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의 직원체제를 유지했는데 현재는 4명만 남았다. 세방여행 관계자도 “많은 직원과 가이드들이 한 순간에 직장을 잃었다. 그나마 한국의 롯데JTB로 이직한 경우는 잘 풀린 사례다”라고 토로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도 “그러잖아도 일본 인바운드 시장 침체로 어려운 상황인데 일본 JTB 거래까지 끊겨 우리는 물론 쇼핑센터 등 협력사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의를 무시한 일본 거대 여행사의 횡포이자 불합리한 계열사 밀어주기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KTB 관계자는 “1~2년 전에라도 알려줬다면 막판까지 ‘마이너스 단체’를 떠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롯데JTB 관계자는 “한국의 롯데JTB와 거래할지는 각사가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 한국의 롯데JTB가 설립됐을 때부터 이런 상황은 예견했던 만큼 미리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롯데JTB는…
지난 2007년 7월1일 일본 JTB와 한국의 롯데그룹이 공동 출자해 출범한 여행사다. 거대 일본 자본의 투자로 설립된다는 점에서 한국 여행업계의 반발이 컸다. 당시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일본 JTB의 국내 여행업 진출을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청와대에도 반대서한을 보냈다. 한국의 롯데JTB 설립 이후 ‘롯데’ 상표권을 둘러싼 롯데그룹과 롯데관광개발 간의 분쟁도 본격화됐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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