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의 분류는 시대가 흐를수록 복잡해진다. 숙박시설을 필요로 하는 계층의 다양함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늘어가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다양한 숙박시설의 출현은 당연한 현상이 됐다. 호텔, 여관, 여인숙, 민박이 전부였던 과거에 비하면 레지던스와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생겨나고 있고 이에 따른 법적·제도적 장치도 복잡해졌다. 

한국은 지금 불법이란 딱지를 아주 쉽게 붙일 수 있는 소규모 영세 숙박시설의 불안한 각축장이다. 수년 전 객실부족이라며 요란을 떤 덕분에 많은 신규 숙박시설들이 마치 붐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이 개조돼 레지던스형 호텔이 생겨났고, 외국인들이 찾는 골목골목마다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숙박시설의 다양화는 한국을 여행하는 절약형 관광객들과 젊은이들에게는 저렴한 객실 공급의 차원에서 필요한 요소이고 그 인기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 같은 소규모 숙박형태의 급작스런 수적 성장의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홍대 주변과 연남동 주변이다. 다양한 숙박시설들은 호텔전용판매 사이트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으며 홍대 주변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수용하며 숙박시설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숙박 시설들 중 상당수는 ‘불법 숙박시설’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영업을 하고 있다.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구청관광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기준을 맞춰 정상적인 영업허가를 받기까지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학교가 있으면 상대정화구역이라는 조건 때문에 불가능하고, 호스텔의 경우 상업지구이거나 일반 주거지역이어도 8m 도로에 4m 연접한 위치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호스텔의 주인은 거주자여야 하고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외국인 전용이기 때문에 내국인 투숙은 불가하다. 이런 허가사항의 대응 없이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만 보고 덜컥 살고 있는 집을 호스텔로 전환하거나 사업을 목적으로 호스텔을 개관하는 경우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법적 기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점은 없다. 나름의 이유로 기준이 만들어 지고 있고 그 기준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 허가기준의 운영은 구청과 같은 관련관청에서 거의 방치에 가까운 운영으로 불법이 용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허가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채 슬금슬금 지어져 운영되고 있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들은 허가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 인터넷상의 각 호텔예약 사이트를 중심으로 영업이 전개되고, 저렴한 숙박시설을 선호하는 고객층에게 정상적인 시설로 포장돼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숙박시설은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사람이 먹고 자는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로 소방과 위생에 특히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 기준은 잘 운영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허가단계에서부터 불법의 딱지를 달고 불안한 운영을 선택한 소규모 숙박업체들은 애당초 이러한 기준을 관리하고 지켜나갈 정상의 길로 돌아갈 길을 잃는다. 불법을 각오한 이상 굳이 기준에 맞춰 깨끗한 시설을 유지할 필요도 없어진다. 단속을 당하면 이미 존재자체가 문제가 되니 굳이 비용과 노력을 동원해 시설을 유지할 의지가 점점 사라진다. 이러한 상태의 호스텔들은 호스텔 사업을 구상한 몇몇 업자들의 눈앞의 이익과 결합해 고객의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허가와 단속, 기준의 엄격한 적용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소규모 숙박시설에 대한 인식의 접근을 새롭게 해 볼 필요가 있다. 여행문화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호스텔과 같은 소규모 숙박시설의 수준이 국가의 관광문화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럽 배낭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느꼈던 정취와 편리함에서 쉽게 그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다. 많은 객실을 보유한 호텔이 대기업이라면 동네 구석구석 자리 잡은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들은 충실히 밑바탕을 책임질 중소기업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소규모 숙박시설들에 대한 인식을 단순히 숙박업이라는 사업성에 국한해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즉 동네의 문화를 알리고 지역 경제에 기여할 좋은 거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십여명의 외국인들이 동네 한쪽에 문을 연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동네의 일원이 되어 몇 일간을 묶게 된다. 호스텔 앞 슈퍼마켓에서 음료수를 사고, 호스텔이 소개한 동네의 가장 오래된 밥집에서 밥을 먹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게 단속과 엄정한 법 집행의 적용 이전에 관련 관청과 주민들로부터 관리 되거나 양질의 방향으로 유도되어져야 할 부분이 보인다.
 
동네의 숙박업,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몸을 의탁하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마음이 편하지 않다. 불법 숙박업을 사업으로 택한 악덕업자에게는 당연한 불안함이겠지만 소규모 자본으로 동네에 뿌리내리려는 좋은 뜻의 호스텔 주인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부산시는 부산 시내에 있는 도시형 민박 약 50개소를 지원할 방안을 궁리 중에 있다고 한다.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기도 하고 소규모 숙박 업체가 지역의 중요한 인프라임을 깨닫게 해줄 인식전환을 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버리지 못하겠다.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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