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5월31일 출발해서 6월4일 돌아오는 4박5일 여행 가려고 하는데 김포-하네다 공항 좌석 있나요?”라는 손님의 질문에 “5월30일요?”, “아니요 5월31일”, “아…. 네…. 3박4일?”, “아니요. 4박5일”, “인천 출발은 좌석이 없습니다”, “아니요. 김포 출발인데”. 모 여행사의 일본상품 상담직원과 손님의 대화다. 경력단절여성 재취업을 위한 ‘여행상담오퍼레이터양성과정’ 진행 중 교육생들에게 위 녹취 파일을 들려주고 상담직원이 실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경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담직원의 실수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경우 상담직원의 가장 큰 실수는 ‘경청’이 아니라 ‘메모,’ 즉 ‘기록’하지 않은 것이다. 기억력에만 의존해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다. 

‘명석한 두뇌 보다 녹슨 연필이 낫다’는 말이 있다. 메모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여행상담 또는 텔레세일즈(전화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의 문제(니즈)를 제대로 파악 할 수 있도록 손님의 말을 기록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질문해 기록해 두는 것이다. 여행사의 요청으로 텔레세일즈 교육을 위해 해당 여행사의 전화상담 녹취 파일을 들어 보면 손님과 대화하는 직원들의 말 속도가 대체적으로 빠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상담직원들은 예약을 위한 상품정보, 부가정보, 주의사항 등 전달사항이 많아져서 말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상담직원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보면 내용 중 불필요한 정보가 의외로 많다. 손님들은 상담직원의 긴 설명 중 잘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고, 정작 궁금하거나 예약 결정에 꼭 필요한 정보는 몇 번을 되물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손님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직원이 알리고 싶고, 해야 하는 이야기 중심으로 여행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행상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정보는 5가지다. 여행 일정, 여행 목적지, 일행(동행), 예상 가격대 그리고 여행의 주인공(이유)이다. 이 5가지 필수 정보를 먼저 확인하고 상담에 임하면 손님에게 불필요한 정보 제공은 크게 줄이고 상담 시간 역시 단축될 수 있다. 부모님 효도 관광을 상담하는 손님에게 자녀들의 역사교육과 체험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수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실수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아니니 크게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손님은 자신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원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담 여행사를 바꾸거나 예약을 하지 않는다.

“도쿄로 5월31일 출발해서 6월4일 돌아오는 4박5일 여행 가려고 하는데 김포-하네다 공항 좌석 있나요?”라는 손님의 질문 속에는 필수 정보 중 여행 일정, 목적지 정보는 있지만 일행, 예상 가격대, 여행의 주인공(이유)이 빠져 있다. 이 경우 여행 상담직원이 해야 할 행동은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답이 아니라 손님이 알려준 필수 정보를 우선 기록하고, 부족한 필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손님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즉, “도쿄로 5월31일 출발하시는 4박5일 상품 말씀이시죠? 혹시 일행이나 동행 있으신가요? 몇 분이시죠? 가족여행이신가요? 예상하고 계신 비용(가격)은 어느 정도이신가요?”라고 되물어 필수 정보를 확인 한 후 상담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5가지 필수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상담의 효과와 효율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 예약이라는 목적 또한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텔레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손님의 5가지 필수 정보를 잊지 않도록 ‘기록’하고, 빠진 필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게 ‘질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상담직원의 전화기 옆에는 항상 메모 용지와 필기구가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명석한 두뇌 보다 녹슨 연필이 낫기 때문이다.
 
K-TravelAcademy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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