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여행상품 홈쇼핑 판매 과정에서 ‘중요한 표시·광고 사항에 관한 고시’를 위반한 혐의로 적발한 20개 여행사와 6개 홈쇼핑 방송사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확정했다. 해당 여행사들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의제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가 후속으로 여행사들의 ‘부당한 표시·광고 사항에 관한 고시’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긴장감을 키우는 요소다. 여행상품 홈쇼핑 판매 과정상의 ‘표시·광고 고시’ 위반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짚었다. <편집자주>
 

20개 여행사에 2억8,400만원 처분
 
공정위는 지난 5월15일 ‘기획여행(패키지 여행) 상품을 광고하면서 상품가격과 별도로 현지에서 지불해야 하는 안내원(가이드) 경비가 있다는 사실과 선택관광 경비, 대체일정 등 중요정보를 광고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은 행위’로 홈쇼핑 6개사와 여행사 20개사에 총 5억3,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과태료 부과 사전 고지를 받은 해당 여행사들은 20일 전후해서 과태료 확정 통지를 받았다. 여행사가 받은 과태료 총액은 2억8,400만원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2014년 9월1일부터 11월9일까지 홈쇼핑을 통해 여행상품을 광고하면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규정한 ‘중요 표시·광고 고시’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지불해야 하는 안내원 경비가 있는데도 이를 광고내용에 포함하지 않거나, 선택관광 경비와 대체일정 등의 중요정보를 고시에서 정한대로 광고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요 정보를 방송 중 일부 화면에 표시하기는 했지만 300여 글자로 구성된 화면을 3초 정도만 방송하는 등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한 경우도 고시 위반으로 적발했다. 공정위는 중요정보 누락 1건당 150만원씩, 2건 누락시 200만원으로 산정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의제기로 법적대응 나서나
 
여행사들은 즉각 대응 체제로 돌입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18일 해당 여행사 실무진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 법률자문 결과 등을 토대로 “여행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KATA는 “공정위의 이번 적발 및 처분은 너무 과도한 만큼 업계가 힘을 모아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TV홈쇼핑 판매채널이 ‘광고’로 인식되는 한 여행업계는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조사 및 처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약 ‘광고’로 인식된다면 TV홈쇼핑 판매채널에 대한 가이드라인(지침)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공동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해당 여행사들은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개별적으로 공동대응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KATA는 5개 이상의 여행사가 공동대응을 결정하면 곧바로 이의제기를 신청해 공정위와 법적 다툼에 나설 계획이다. 이의제기는 처분 후 30일 이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대응이 성사되면 법률대리인 선임 등의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KATA 관계자는 “5월22일까지 각사의 참여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26일경에는 공동 이의제기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여행사 수가 5개 미만이면 공동대응이 아닌 개별 여행사 차원에서 판단하고, 그 이상이면 일정 액수의 소송비용을 갹출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홈쇼핑 ‘광고’인가 ‘판매’인가
 
만약 공동 이의제기가 이뤄진다면 TV홈쇼핑을 통한 여행상품 판매를 여행사의 여행상품 ‘광고’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점도 논란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KATA도 18일 회의에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 행위가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 ‘중요 표시·광고 고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적발 및 처분의 근거도 사라진다. 이와 관련 KATA 양무승 회장은 “현재의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과정을 살펴보면, 방송기획부터 여행대금 정산까지 모두 홈쇼핑 방송사가 주도하고, 여행사는 홈쇼핑사의 여행상품 판매 과정에 단순히 여행상품을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며 “여행사의 광고 행위가 아니라 홈쇼핑사의 판매 행위인 만큼 공정위의 적발 및 처분 대상은 홈쇼핑사에만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여행상품 공급원으로서 여행사의 잘못이 있다면 홈쇼핑사와 협의해 책임을 지는 간접적 관계에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품 정보가 노출된다면 광고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이 논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또 ‘광고’인지 아니면 ‘판매’인지를 가르는 데는 상당한 논쟁과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향후 전개과정에서 여행사들의 핵심 반박논리로 부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과징금 후속타 맞을까 ‘멈칫’
 
여행사들이 당장 우려하는 점은 ‘공정위의 후속타’이다. 공정위는 ‘중요 표시광고 고시’에 이어 표시광고법 제3조에 근거를 둔 ‘부당한 표시·광고 사항에 관한 고시’ 위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홈쇼핑 판매과정에서 사용한 ‘항공좌석 극히 한정적’ ‘특전 제공’ 등의 표현이 과연 사실에 부합하느냐를 따져 허위·과장 광고일 경우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번 과태료 처분보다 과징금 액수가 더 커질 수 있고,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의 경우 공공부문의 입찰이나 시상제도, 인증제도 등에 참여를 제한 받는다. 5월 들어 조사가 본격화된 만큼 하반기나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공정위가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이번처럼 대다수 여행사가 ‘부당 표시광고 고시’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조사를 받은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좌석 확보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인지 사내 ERP 시스템 정보까지 파악하고 갔다”며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지만, 한 편으로는 괜히 나섰다가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닌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당 표시·광고 고시’ 위반 여부 조사와 관련해서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을 들어 세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법·규정 준수 강화 계기로
과연 공정위를 상대로 한 여행사들의 공동대응이 이뤄질지 20일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여행사별로 위반내역과 과태료 액수 등이 상이한 만큼 대응방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공식 이의제기가 성사되지는 않더라도 현재까지의 대응과정만으로도 나름 성과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공정위 처분을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대응책을 모색하며 최소한의 결집력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행업계 전체의 법·제도 준수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한 소비자 보호 강화에도 한층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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