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퀘스천은 책 제목대로 “대답을 기대하기 힘든” 굵은 질문 7가지에 대해 스스로 답하는 매우 솔직한 에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베스트 셀러였던  <빅픽처>를 비롯, 10권에 이르는 소설을 발표한 유명 작가인데, 그도 나름의 지옥이 있던 사람인 모양이다. 암울한 부부관계, 자폐증 아들, 우울증으로 자살한 스승 등의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특별한 여과장치 없이 늘어놓는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문장들, 몇 번을 다시 읽게 만드는 내용들도 꽤 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까지도 바뀐다”고 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자주 질문해 보는 것은 자기연민이나 시간낭비가 아니다. 질 좋은 삶과 몸을 위해 운동이 중요한 만큼, 건강한 정신을 위해 꼭 해야 할 훈련이다. 
 
이 훈련이 거창한 게 아니다. 무엇이든 ‘표현’해 버릇해야 한다. 간단한 수학문제도 연습장을 놓고 풀어나가는데 삶처럼 복잡한 문제를 드러내고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로 표현해 봐야 한다. <빅퀘스천>에서 던진 7가지 질문들에 대해 자서전 쓰듯 적어보거나 믿을 만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만한 ‘연습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저자가 <빅퀘스천>을 던져 찾은 답은 뭘까? 

첫 째, 스스로의 삶을 옥죄었던 모든 문제들,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행복하지 못했던 현상의 근저에는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근원적인 결핍을 끌어안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삶에 만족을 주는 조건들을 스스로 밀어내는 행위를 하며” 살기 때문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 행복을 밀어내고 있는가부터 질문하라는 것이다. 

둘 째, 만약 인생이 지옥이라고 느낀다면 스스로 불만과 절망의 덫을 놓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中)는 걸 깨닿는다. 

인생이 막막해 보일 때 늘 머릿속에 그려야 할 두 가지 그림이 있다. 대중 앞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모습, 그리고 이 책의 표지처럼 빙판에서 엉거주춤 스케이트 타는 모습.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말고 관성대로라도 살아내고 균형을 잡고 나아가 보려고 해야 한다. 이제 나에게 과연 어떤 가능성이 남아 있겠는가? 하며 절망감에 빠졌을 때, 우리 모두가 관성에 따라 어떻게든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느낄 때, 내 자신을 추스르며 해주어야 하는 말. 그것은 바로 “굳어지지 말 것, 무릎을 굽히고 균형을 잡을 것,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볼 것”(301쪽)이다. 그렇게 어깃어깃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엉덩방아를 좀 찢더라도 어느 순간 빙판을 즐기게 되고, 계속 연습하다 보면 아무리 음악적 소질이 없더라도 음색이 전 보다는 분명히 나아진다. 

즉, 인생은 누구에게나 고되고 실수연발이지만, 최악을 만드는 건 나 자신의 생각일 뿐이다. 금세 주저 앉아버릴 만큼 힘들었던 위기의 순간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돌이켜보면 오히려 역경을 만나 얼마나 큰 교훈을 얻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철학자 니체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13쪽). 

다만,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고 앞으로 나가고 있는가, 아니면 덫에 갇혀 있으면서도 그 상태를 체념적으로 받아들여 안주하고 있는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과감히 바꾸고 버릴 것, 그게 정말 불가능 하다면 균형을 잡고 살아낼 것. 내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는 진짜 의도가 숨어있는 빙산의 하부를 들여다 볼 것. 매 순간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선택을 했는지 끊임없이 질문 할 것 (60쪽). 

매 순간 이렇게 물어볼 참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이 행동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yes라면 후회없이 전진하고, no나 not sure라면 과감하게 그만두면 되니까. 그런데 글 쓰는 내내 라면이 먹고 싶다. 이번 만큼은 이 질문을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번역 조동섭┃출판사 밝은세상┃출판년도 2015. 4. 22
 
주한피지관광청(www.HappyFIJI.travel) 박지영 지사장의 솔직 독후감. 책을 매개로 오늘의 나 또는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일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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