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여행사의 영웅
 
-1천대 1 뚫은 6인의 베스트 가이드 
-뻔한 정답? 결국 편법 이기는 노하우 

여행은 변수가 많고 전문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서비스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는 단체여행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단체여행은 공항에서 가이드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공항에서 헤어지는 순간 실질적으로 마무리 된다. 때문에 패키지는 물론이고 인센티브 같은 단체여행의 만족도는 상당 부분 가이드의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갑작스런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자의 마음은 꽁꽁 닫히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한다. 일단 손님을 보내고 나면 가이드의 활약에 따라 여행사에 대한 고객의 평판이 좌우되기도 한다. 단체여행의 꽃은 ‘가이드’라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가이드가 갖춰야 할 덕목도 하나 둘이 아니다. 현지 언어와 지식은 기본이고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언변과 상황판단력, 친화력, 재치, 인성, 책임감, 체력 등이 두루 필요하다. 가이드의 역할이 크고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유능한 가이드 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나투어가 지난 한해 동안 고객에게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가이드 6명을 한국으로 초대해 감사를 표했다. 행사 포스터에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든 당신, 우리의 영웅입니다’라고 적었다. 전체 6,000명의 가이드 중 뽑힌 6명이니 ‘베스트 가이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베스트 가이드가 말하는 그들만의 노하우와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김규태 가이드
지역 보라카이 
경력 3년

일정에 맞춰 적합한 음악도 미리 준비

-보라카이 여행 후 아예 가이드로 변신
-행복을 찾아 보라카이로 간 사업가

보라카이를 상상해 본다. 애메랄드 빛 바다와 푸른 하늘, 하얗고 고운 모래가 있는 화이트 비치. 서퍼들은 파도 위를 거닐고 하늘 위에는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둥둥 떠 있다. 거기에 톡 쏘는 산미구엘 맥주 한 잔까지. 보라카이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김규태 가이드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잘 되다가도 어려워지는 굴곡의 연속이었다. 돈에 쫓기는 시간이 힘들어 휴식차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난 김 씨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보라카이에 눌러 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스스로가 행복해서일까, 즐겁게 일하니 성과도 좋았다. “돈을 쫓으며 살 땐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했어요. 높은 곳만 바라봤죠. 하지만 보라카이에서는 즐기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1년 만에 베스트 가이드 상을 받았고 저를 지정해서 다시 오는 손님들도 많아졌습니다.” 김 씨는 보라카이라는 지역 특성상 주로 커플이나 부부들을 응대하는 편이다. 여행 중간중간 감성적인 음악을 많이 틀어주는데, 호핑투어를 위해 아름다운 산호섬으로 가는 날이면 음악 선곡에 좀더 신경 쓴다고 말했다. 특히 리마인드 웨딩을 기념해 온 중장년층 부부들은 보라카이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노래에 취해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다고. 

물론, 낭만의 섬에서도 슬픈 장면은 있다. 김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어느 노부부를 회상했다. “보통 여행을 오면 풍경 사진을 찍거나, 섬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잖아요? 그런데 이 부부는 상대방의 사진을 찍어주기에 바쁘더라구요. 그리고 몇 달 후, 남편분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아내가 투병 중이었는데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보라카이에 왔던거라고. 이제 아내는 떠났지만 멋진 여행을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마웠다고요.” 김 씨는 매번 새롭게 만나는 손님들 중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적잖은 충격에 빠졌고 그 때 결심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더 잘 해드릴 걸’이라는 후회가 들지 않도록 말이다. 

김 씨는 보라카이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인터넷을 너무 믿지 말 것. 온라인 상에서 입소문 난 곳들이 모두에게 똑같이 좋은 곳이라는 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보라카이에서 만큼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를 듣고 맥주 한잔의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보라카이에서 행복을 찾았다는 이 남자의 조언은 일단 실행하고 볼 일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이종수 가이드
지역 사이판 
경력 12년

고객 자녀는 꼭 이름 외우고 이름으로 불러 

-꼼꼼하게 정리한 리조트 활용팁 등 전수
-새로운 목표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

까무잡잡한 피부에 툭툭 던지는 말투, 다정다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중년의 남자. 과연 이 사람이 베스트 가이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뚝뚝하다. 하지만 다정함이 베스트 가이드의 절대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사이판의 베스트 가이드 이종수 가이드를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종수 씨가 가이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금의 ‘아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학과를 졸업했지만 당시 자신은 관광업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졸업 얼마 후 같은 과였던 지금의 아내를 우연히 만났고, 전공을 살려 사이판의 호텔에서 근무했던 아내와 한국과 사이판을 오가며 3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 한국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사랑’을 좇아 사이판에 터를 잡았다. 관광업이 발달한 사이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었다. 반 타의적으로 선택한 가이드. 그런데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관광업은 ‘천직’이었다. 꼼꼼하고 세심한 부분이 손님에게는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사이판은 가족여행으로 찾는 분이 많아요. 관광지보다는 리조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리조트나 호텔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을 꼼꼼하게 제공하는 편이예요. 상황에 따라서는 일정을 짜주기도 하구요.”

12년의 경력으로 대부분의 숙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팁을 꿰고 있었다. 그 정보를 고객에게 알려주면 더욱 알찬 일정이 가능해지고 바로 고객의 만족도로 이어졌다. 두 아이의 아빠인지라 아이들에게 더욱 신경을 쓰기도 했다. 손님으로 사이판에 온 아이들의 이름은 꼭 외우고 항상 이름을 불러줬다. 짧은 기간 주기적으로 바뀌는 손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3대가 같이 가족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온 가족이 함께 마나가하섬을 갔어요. 조금만 걸어가도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스노클링으로 물속의 작은 물고기를 보여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물론 아이들도, 부모들도 만족했구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마음으로, 어르신들께는 자식의 마음으로 다가갔다. 부모들에게는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 다가갔다. 관광지로서의 사이판이 아니라 교육 장소로서의 사이판 정보를 주고받으며 지금까지 연을 이어가는 손님도 있다. 

3년 연속 베스트 가이드에 뽑히면 베스트 가이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에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이 가이드는 “내년, 후년에도 베스트 가이드로 뽑혀 명예의 전당에 올라 아이들에게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이상석 가이드
지역 터키 
경력 9년

“사소한 이야기라도 귀 기울여요”

-터키 가이드 5년 만에 ‘베스트 가이드’
-꼬깃한 지폐, 가이드로서 뿌듯함 느껴

평균 1년에 한 번 꼴로 한국을 다녀간다는 이상석 가이드가 한국을 찾았다. 하나투어에서 선정한 베스트 가이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가이드 경력 9년차인 그는 터키에서 가이드로 활동한 지 5년 만에 베스트 가이드 자리에 올랐다.

그가 ‘가이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 공항에서 근무할 당시 저렴하게, 때로는 무료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학창시절에도 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기회가 주어져 여행을 떠날 때마다 더욱 여행의 매력에 빠졌고, 1년여만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여행’과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일이 가이드다. 그는 인도에서 시작해 로마를 거쳐 지금의 터키 가이드를 하면서 비소로 자신이 원하는 ‘자유롭고 활동적인’ 일을 찾았다. 
이상석 씨가 다년간의 행사 진행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있다면 ‘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터키로 패키지여행을 오는 대부분은 50~60대 분들인데, 간혹 ‘내 집’처럼 지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일정 중 한국 음식을 못 먹을 때도 있고 불편한 잠자리에서 자야할 때도 있는데, 그런 점에 불만을 표출하는 분들이 있죠. 최대한 요구사항을 들어드리고 맞춰드리려고 노력하면 금세 이해하고 받아들이세요.” 

터키는 최소 8박 이상 함께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의 작은 불만이 팀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듣는 것’을 더욱 중요시한다. 비록 해결해 줄 수 없는 사항이더라도 의견을 듣고 이해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불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일이 힘들 때가 있다. 가이드는 사람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의 직업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깊이 상처받기도,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뿌듯한 일도 있기에 여전히 가이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은 80대 어르신과 일정을 함께했는데, 연세가 있으신지라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식사부터 이동시간, 호텔 사용 방법 등 특별히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고마우셨는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실 때 꼬깃꼬깃 접힌 지폐 몇 장을 용돈하라며 주시더라구요. 그때 뭉클하면서도 굉장히 뿌듯했어요.” 

자신과 함께 터키를 돌아본 사람들이 좋은 기억만 새기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상석 씨가 추천하는 여행지는 ‘카파도키아’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터키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이라고. 터키로 되돌아가면 다시 친절한 ‘가이드’로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작은 차이가 만드는 베스트 가이드의 특별한 노하우 
 

▶박리화 가이드
지역 중국 
경력 17년

“손님들에게 미리미리 예방주사를 놓습니다”

-이미 소문난 가이드, 4관왕의 주인공 
-백두산, 북경, 계림 등 중국서만 17년

상냥하면서도 또박또박한 어투가 심상치 않다. 장자지에(장가계) 지역 박리화 가이드는 아주 어릴 적 꿈이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사실 박 씨는 재중교포다. “중국 용정시 대성중학교를 졸업했어요.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중학교인데, 그래서인지 한국인 관광객들이 학교에 많이 찾아왔습니다. 관광객들에게 학교에 대한 설명하고 팀을 이끄는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띄었죠. 그게 바로 가이드였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계를 동경하고 꿈꾸기 시작했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업무를 배웠다. 시작은 백두산이었다. 가이드라는 직업 특성상 정치, 역사, 문화, 경제 등 다방면으로 해박해야 하는데 ‘백두산’ 지역에서 가이드 일을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도 박 씨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학습반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한달 동안은 선배들로부터 업무의 전반적인 교육을 받는데 기본을 다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벌써 17년이다. 백두산, 베이징, 상하이, 구이린을 거쳐 지금은 장자지에 지역 5년차에 이르렀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는 그녀지만 어쩔 수 없는 서비스업의 고충도 있었을 것이다. 성격이 급해 뭐든 ‘빨리 빨리’를 외치는 손님,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손님, 첫 만남부터 까탈스러운 손님 등 수없이 다양한 사람을 대하면서 생긴 그녀만의 노하우를 들었다. 

“저는 손님들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요. 무슨 말이냐고요?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거죠. 특히 장자지에의 경우 3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일도 생기거든요. 3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미리 안내를 하는 것과 아무 말 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차이예요.” 작은 사건, 사고나 실수는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면 모두 이해해 준다고. 기계가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지 않은가. 거기에 만나는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한다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박 씨는 이미 소문난 베스트 가이드다. 

2012년 8월 베스트상, 2014년 5년 베스트상. 2014년 10월 스타상에 이어 이번 베스트 가이드 상까지 4관왕을 달성했다. 아예 박 씨를 지정해서 팀을 꾸려 온 손님들도 많았다. 그런 경우 ‘일’이라는 것을 떠나 목적 없이 다가서게 된다고. 그러면서도 “장자지에는 워낙 산수가 좋아 특별히 잘 해주지 않아도 누구라도 만족할 만한 곳”이라며 겸손해 마지않았다. 
박 씨는 중국의 역사를 배우려면 시안으로, 휴양을 즐기려면 하이난으로, 발전의 속도를 느끼고 싶다면 상하이로 가라고 말했다. “체력이 다 할 때까지 일하겠다”고 했으니 언젠가는 넓은 중국 대륙 어느 곳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방훈 가이드
지역 캄보디아 
경력 4년

기록하는 습관, 가이드 참고서까지 발행

-갑작스런 퇴직, ‘가이드’라는 새로운 도전
-가이드는 하기에 따라 파이 키울 수 있어

여기 50살이 되던 해 신입사원이 된 남자가 있다. 캄보디아 지역 방훈 가이드다. 공자는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새로운 도전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인데, 지천명의 나이에 가이드를 시작한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방 씨는 잘 나가는 모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화이트 칼러로 일했다. 업무 특성상 해외 파견 근무가 잦았고 퇴직을 앞두기 전까지도 그는 캄보디아에서 지내던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씨는 갑작스런 퇴직을 맞았고 이후 제 2의 인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일에 소질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거워했다. 

그런 그에게 캄보디아에서 알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이 “가이드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이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특히 캄보디아는 유적지가 많아 절대적인 공부의 양이 필요했다. 수많은 책을 읽었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었다. 신입의 나이는 아니었지만 모르는 부분은 선배들로부터 해답을 찾아냈으며 직접 현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뭐든 기록하는 일이 습관이었던 방 씨는 스스로 교재까지 만들어 냈다. 이제는 신입 딱지를 뗀 4년차 가이드. 방 씨가 쓴 책은 현재 신입 가이드들이 찾는 귀한 자료가 됐다. 직접 발품 팔아 얻은 정보를 많은 신입 가이드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판에 공개한다. “저만의 노하우를 숨기지 않아요. 신입 가이드가 행사에 동행하면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줍니다. 가이드라는 직업은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파이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는 것인데 혼자만 잘 하는 건 의미가 없죠.” 게다가 그는 대부분의 가이드가 피한다는 ‘노옵션, 노팁’ 상품을 도맡았다. 개인적으로는 수익이 적은 일이지만 하나투어에서 향후 체계화하고자 하는 상품이기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임했다고. 개인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다. 

캄보디아는 4월부터 10월까지 비수기에 속한다. 그래서 방 씨는 10월까지 이웃나라 베트남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늦게 시작한 일이지만 이렇게 야무지게 일을 해내니, 그는 나이 어린 선배들의 시기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변규현 가이드
지역 미서부 
경력 15년

‘역지사지’가 최고 노하우 … 상대 입장에서 보면 보인다

-나의 ‘가족이라면 어떨까’ 생각하고 행사
-누구에게는 평생의 한번…무거운 책임감 

미서부 지역 가이드를 시작한 지 15년차인 변규현 가이드. 15년이나 가이드를 했으니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하더니 “노하우가 없는 것이 나름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라며 웃었다. 변규현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의 유명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변 씨에게 10년간의 직장 생활은 많은 제약이 따랐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선택한 것은 ‘도전’이었다. 도전으로 시작한 가이드는 생각보다 큰 책임이 뒤따르는 직업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서로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가장 좋아하는 단어니, 일상생활은 물론 근무에도 적용된다. 모든 생활에 역지사지를 대입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일정을 진행할 때 가장 좋을까’라고 생각하다보니 베스트 가이드까지 된 것 같다며 노하우 아닌 노하우를 소개한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가장 중요한 존재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보는 거죠. ‘만약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손님이 어떤 요구를 해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손님을 만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믿음’을 주는 일. 손님이 가이드를 믿고 따를 수 있어야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곳이 저에게는 생활이지만 평생 단 한 번의 기회로 미서부 여행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의 여행이 제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무거워 지더라구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의 특성상 변수도 많았다. 매번 고객이 바뀌는 것은 물론 고객에 따라 일정도 원하는 것들도 바뀌었다. 날씨마저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꾹 참고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해야만 했다. 속상할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행사를 진행하고, 벽을 허물기 위해 다가섰다. 무슨 일이든 진정성을 보이면 통한다고 믿었다. 그 결과는 즐거운 여행으로 이어졌다.

변규현 씨는 “손님의 기대치는 매번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하는 직업이 가이드다”라며 “다양한 일정으로 더 높은 고객만족도를 위해 하나씩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서부의 그랜드캐니언 여행일정은 3대 캐니언에 이어서 5대 캐니언, 8대 캐니언까지 나왔다. 바삐 움직이는 일정이지만 그만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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