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3월부터, 보통 4~5월에는 여행사, 호텔, 리조트, 항공사, 공항 등 관광기업에서 여름방학 동안 실습할 학생들을 모집한다.
입시와 취업률로 대학의 평가기준을 대변하는 현 상황에서 전문대학은 지방소재가 많다보니 실습을 취업의 한 경로로 선호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교수들은 되도록이면 학생들에게 실습을 권장하지만 학생은 실습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과거에는 실습이 전공필수과목이었지만 지금은 전공선택과목이기 때문이다.

설령 학생이 실습을 희망하더라도 공급(여행사, 호텔)이 수요(학교)를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가 여행사, 호텔 등 관광기업과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좀처럼 실습을 배정받기가 쉽지 않다. 

기업에서 실습을 선호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여름 성수기에 학생들에게 허드렛일을 시킬 수가 있다. 회사가 실습생에게 고객응대서비스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감안할 때 복사, 홈페이지관리, APIS 입력, 센딩작업, 잔심부름 등 잡일을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 여행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1개월 실습비는 20~40만원 수준으로 점심 값, 교통비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면 80~100만원 정도로 실습 비용보다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최저임금제도(2015년 기준 5,580원)를 기준으로 한 달 동안 하루 8시간, 20일 근무를 하게 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더라도 89만2,800원이 된다. 과연, 이 최저 임금제도를 준수하는 호텔, 여행사는 얼마나 될까?

두 번째로 인적자원은 넘쳐나지만 인재는 없다. 즉, 검증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다. 공개채용 시 비슷한 스펙에 완벽한 준비, 매뉴얼에 충실한 면접생들은 잘 할 것 같고, 열심히 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몇 초, 몇 분 만에 그 능력을 확인할 수 있을까? 지원자가 합격하기 위해 준비한 유창한 말하기와 멋들어진 자기소개서 몇 줄을 말이다. 비록 1~2개월 짧은 기간의 실습이지만 조직에서 같이 식사하고, 회식하고, 일도 해봤으니 어느 정도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실습이 끝난 후 바로 채용을 할 수는 없지만 갑자기 예기치 못한 TO가 발생한 경우라면 검증된 실습생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 실습은 기업보다 더 골칫거리고 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기존 실습 선발시스템은 인적네트워크(교수와 기업)가 우선시 된다. 아무리 학교에서 훌륭한 인재를 보유했더라도 기업은 기존에 알고 있는 교수가 추천하는 학교의 학생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
 
대학에서 공문을 보내도 기업, 특히 여행사에서는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형여행사에 실습요청 공문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장이 없는 경우가 90% 이상(실습을 할 수 없다는 메일이라도 보내주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닐까?)이었다면 어떻게 여행업계를 신뢰하고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여행사 취업 지도를 할 수 있을까?

실습 배정이 완료되면 학교와 교수는 집체교육과 기업 방문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실습하기 전 집체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실습의 목표, 자세, 향후 과제 등을 교육한다. 학생들의 실습태도가 학교, 학생, 학과, 교수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알리는 등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체교육이 끝난 후에 교수는 현장조사를 위해 기업 방문을 꼭 해야 한다.
학생들이 실습을 잘 하고 있는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업계 소식과 상황은 어떤지, 기업이 필요한 인재는 어떤 사람인지, 인적 네트워크를 새롭게 또는 굳건하게 다지기 위해서라도 방학기간 동안 교수는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주 극소수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의외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공급(기업)이 수요(학교)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여행사의 실습시스템이 수박 겉핥기식이라면 중견, 중소, 강소전문여행사에 실습생을 보내 제대로 된 현장학습이 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윤주 
관광학박사(전 호서전문학교 교수) 
tour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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