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상품 잘 되면 현지에 파격조건 내밀기 일쑤
-눈만 높아지는 현지, 가격만 높이고 질서 ‘어질’

‘단독 계약’에 대한 회의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항공이나 호텔, 현지투어까지 너도나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단독’을 욕심내지만, 그로 인해 발목 잡히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물밑작업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곳도 늘고 있다. 

단독 계약은 각종 여행 콘텐츠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방식이다. 총판(GSA)도 이에 속한다. 계약자 한 곳이 콘텐츠의 한국 판매에 대한 모든 지위를 갖기 때문에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덕분에 가격 선정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 만연한 ‘베끼기’에서도 자유롭다. 덕분에 많은 국내 업체들이 GSA 등의 방식으로 여러 단독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단독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부작용도 낳고 있다. 동남아 지역 중소 여행사인 A사는 몇 해 전 현지 거래업체와 한국에서는 처음인 현지 투어 상품을 론칭 했다. 이동이 자유롭고 가격도 저렴해 여행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최근 대형 여행사들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업체 담당자는 “현지 업체를 찾아가 압도적인 물량과 금액을 제시하며 단독 계약을 맺자고 하는 대형여행사들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현지 업체 입장에서는 대형 여행사의 제안이 분명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쌓아 놓은 신뢰 관계 덕분에 다행히 계속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미 단독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현지 업체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해 기존 계약을 파기시키고 콘텐츠를 가져오는 경우다. 한 관계자는 “GSA의 경우 현지 업체가 한 달 이전에 GSA 측에 계약 파기 통지만 하면 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자잘한 물밑작업들이 많다”며 “최근 업계에서 화두가 됐던 GSA 변경 건들은 비슷한 이유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장을 달아주는 격의 GSA도 변경이 이렇듯 쉬운데 일반 단독 계약은 더 할 수밖에 없다. 

언제 계약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피로감이 만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 큰 문제는 도를 넘어선 과열 양상이 시장 질서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독 계약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기 투자 금액은 높아지고, 이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시장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지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의 제안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시장을 실제보다 호황으로 잘못 진단할 가능성도 높다. 실 판매 시 소비자의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상도에 관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중소 여행사가 애써 일궈 잘 된 것을 대형 여행사가 단독 운운하며 가로채 가려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시장에 단독 상품을 가지는 것이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과할 경우 상황에 맞지 않게 현지 업체 눈높이만 한참 높여주고 판매만 어렵게 된다”며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라고 평했다. 좀 더 공정하고 건강한 방식의 단독 거래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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