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MCA는 최근 국내에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온라인을 통해 영업하면서 국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익스피디아(싱가포르), 부킹닷컴(네덜란드), 아고다(싱가포르), 에어비앤비(미국), 호텔스닷컴(말레이시아), 호텔스컴바인(호주) 등과 같은 해외 OTA(Online Travel Agency) 업체에 대해 약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주요 언론에서 이러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드디어 사회적 이슈로 조금씩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 년 동안 해외 OTA 업체가 야기하는 피해와 문제점에 대해 주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여행업협회, 해외직구 관련 부서인 관세청에 수없이 질의하고 여러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가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직언은 다수의 국민이 조금 더 싸게 해외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정책 당국자들의 무관심 때문에 매번 홀대 받기 일쑤였다.

‘교각살우(矯角殺牛)’,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정책 당국자는 해외 OTA 업체를 통해 호텔을 직구매하면 무조건 쌀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와 믿음으로, 해외 OTA업체들의 국내 무혈입성을 수수방관해 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세금도 내고 고용도 창출하며 관광보국(觀光報國)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국내 여행사를 보호하기는커녕 말이다. 국내 여행사들이 엄청난 수수료를 책정해 호텔 가격을 부풀렸을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과 국민 편익 우선이라는 잘못된 계산속에 해외 OTA 업체들이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국내에서 버젓이 영업하도록 방치한 것이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영업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통제 불능을 의미한다.  

통제 불가능한 해외 OTA 업체들이 국내 여행 산업에 미칠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이미 이들 OTA 업체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호텔의 오버부킹 때문에 킥아웃(Kick Out)을 당해 처음 간 해외 여행지에서 낭패를 당하기도 하고, 호텔 숙박료가 싸다고 예약했더니 현지에서 요금의 70%에 달하는 세금을 슬쩍 추가해 비용이 껑충 오른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점입가경으로 이들 OTA 업체에 입은 피해는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솔직히 현지 업체에 항의할 정도로 익숙하게 영어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고, 그러다보니 대부분 피해를 보고도 그냥 넘어가기 다반사다.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도 이메일을 통해 항의하면 묵묵부답이고, 비싼 국제 전화 요금을 들여 본사에 전화로 항의해도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나몰라라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모두 시작에 불과하다.

해외 OTA 업체들의 소위 갑질(?) 횡포는 취소수수료 부분에서 보면 국내법 위에서 놀고 있다. 법의 사각 지대에 있다 보니 구름 위에서 사는 신선 계층이나 마찬가지다. 영업은 막대한 자본으로 TV 광고까지 적극적으로 하면서 정작 소비자 피해 구조에는 무관심하다. 일부 업체는 법 적용의 한계를 이용해 악의적인 횡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호텔 측에서 부가한 취소 수수료가 아니라 OTA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정대로 취소 수수료를 멋대로 부과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당국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전에 고지한 규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일이 국내 여행사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똑같은 호텔을 예약하고 취소해도 국내 여행사와 해외 OTA 업체에 적용되는 규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의하면 국내 여행사에 해외 호텔을 포함해 여행 상품을 예약하고 취소하면 1개월 전에는 100% 환불, 10일 전 10%, 8일전 20%, 1일전 30%, 당일 취소 50%의 취소수수료만 부가된다. 국내 여행사들에게는 호텔 측에서 부과된 수수료에 못 미쳐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는 취소 수수료 규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해외 OTA 업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아무런 제제를 가할 수 없단다.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로지 국내 여행사와 소비자뿐이다.

대부분의 여행 전문가들은 미래의 여행시장은 개별여행(FIT·Free Independent Travel)형태로 진행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미 다른 나라의 경우를 벤치마킹해 봐도 개별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개별 여행의 핵심이 되는 호텔 유통 산업을 이들 OTA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해외 여행업계도 이들 OTA 업체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국내 토종 여행기업들이 이들 OTA 업체들에게 잠식당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한 해외여행과 국내 관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OTA 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당국자들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진석
주)내일여행 대표이사/관광학박사
jslee@naeiltou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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