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상담 차 태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어느 때 가도 늘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이 태국이란 나라의 매력인지라 비즈니스 출장임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에 빠져 기분이 꽤나 ‘업’되어 있었다. 그렇게 유쾌한 기분으로 일을 마친 후 귀국 하루 전날 골프장을 찾았다. 많은 한국관광객들이 티오프를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서울 근교의 어느 골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순서를 기다리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두 서너 줄 뒤편에 있던 조에서 우리말이 들려 왔다. 

어느 여행사로 왔어?’ ‘자식들, 아는 건 쥐뿔도 없고 돈만 밝혀!’ ‘당신도 그래? 걔들은 그저 큰소리 빵빵 쳐야 된다니까….’ ‘이번에 돌아가면 여행사 바꿔야겠어.’ 

무심코 듣고 있다 가슴이 철렁했다. 내 면전에 대고 한 이야기를 들은 것 마냥 모멸감이 밀려 왔다. 이후 라운딩의 의욕도 그다지 나지 않아, 가뜩이나 못하는 실력에 핀잔까지 들을 만큼 플레이에 집중을 못한 채 서둘러 끝냈다. 그 기억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쾌하게 남아 있다.

얼마 전 한 일간신문에 동남아의 어느 나라에 한 가족이 단체 관광을 가서 겪은 악몽 같은 얘기가 보도된 걸 봤다. 기사가 전적으로 진실에 부합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업계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부조리가 쉽게 읽힌다. 현지 가이드의 자질문제, 쇼핑과 옵션강요, 낮은 가격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의 저하 등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충 알고 있을만한 것들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이 다양화하는 이런 유형의 상품들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고객들의 원성을 사게 될까?

여행업계의 구조를 잘 모르는 지인들과 여행상품 가격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기절할 만큼 싼 가격인데 이래도 수익이 나냐는 질문과 그런 상품을 믿어도 되느냐는 의심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여행상품 가격을 떨어트리는 데 큰 힘을 발휘한 곳을 들라면 해외여행자유화 초기의 대형여행사인 ‘씨에프랑스’와 ‘온누리여행사’일 것이다. 이들은 전 국민의 해외여행 생활화에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국민의 그 누구도 이를 감사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위에 열거한 문제들로 인해 여행업 전체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을 더 키워 놓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여행업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명료하다. 해외여행상품 중 상당수가 불합리한 가격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 아이폰 보조 기기를 팔아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상품 그 자체가 경쟁력을 가져야 구매하는 쪽에서도 그를 인정하고 판매하는 사람 또한 자부심과 건전한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다. 

업계 전문지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블랙 컨슈머’들의 폐해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 기사를 여러 차례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이들의 행위는 악의적이고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상당 부분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스스로 약점을 노출시켜 이들로 하여금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하는 얘기다.

우리의 여행상품들은 균형감이 떨어진 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애오라지 누가 더 싸게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최대 능력치를 갖고 타사들과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저가와 고가 상품이 공존하고 경쟁회사들과 품질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그래서 더욱 보고 싶다. 

‘대주고 뺨 맞는다’는 말이 있다. 한 해 1,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해외여행을 하며 넓은 세상을 함께 볼 수 있게 된 데에는 여행사의 공이 지대하다. 그러나 이를 알아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 이 괴리를 좁히는 노력도 결국 우리 여행인의 몫이다. 우리의 후배들이 어디를 가든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명함이 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앞장 서 노력하자. ‘싼 게 비지떡’만은 아니도록.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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