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조용하다고 느끼는 소음 정도가 50데시벨(dB)이다. 하지만 지하철 역에 가면 80데시벨로 소음이 높아지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질 정도가 된다. 시끄러운 곳에 가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높은 소음 속에 파묻히게 된다. 이런 소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소음으로 장사를 하거나 자기주장을 알리려고 할 때는 데시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조용한 낮에 아파트 단지에 갑자기 소란하게 마이크를 틀고 나타나는 야채 장수는 소음을 통해 야채를 팔러 왔다는 것을 알린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초적인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고구마, 호박, 배추, 무가 왔어요.” 마이크가 찢어지도록 시끄럽게 하는 야채 장수도 있다. 야채가 필요 없는 주부에게는 말 그대로 소음일 뿐이지만 야채를 사려고 했던 주부에게는 그렇게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늘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상품 광고는 각종 매체 속에서 제각기 자기 소리를 해대는 통에 소비자로서는 어느 특정 브랜드를 기억하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수많은 매체 속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제각기 떠들어대기 때문에 특정 상품 하나를 알리기도 그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마케팅 담당자는 어떻게 하면 자기 상품의 목소리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것 중 하나가 바로 노이즈 마케팅이다.

노이즈 마케팅은 자칫 잘못하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보다는 나쁜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만들어서 마케팅을 하려다보니 본의 아니게 인위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이벤트성 노이즈 마케팅을 많이들 했는데 초창기에는 그 신선함에 효과가 높았다. 하지만 요즘은 상업성 냄새가 너무 난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그리 높지 않다. 반면에 SNS 미디어를 통한 노이즈 마케팅은 날로 발달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마케팅은 그 효과가 높아서 다들 조회 수를 높이려고 경쟁적으로 기법을 다양화시키고 있다.

얼마 전 모 외제 자동차를 타는 노부부가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잠시 주차를 했는데, 지나가던 파지 줍는 할머니가 이 차를 긁은 사건이 있었다. 차 주인 입장에서는 분노할 만한 상황인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주차를 한 자기들의 잘못이라며 죄송하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 SNS상에 올랐다. 사람들 모두 그 노부부의 인격이 그 외제차를 탈 만큼 높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댓글 아래에는 해당 외제차 회사가 무료로 자동차 수리를 해주기로 했다는 토가 붙어 있었다. 누가 봐도 노이즈 마케팅 냄새가 역력했기에 결국 좋지 않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얄팍한 상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같다는 댓글로 도배됐다는 후문이….

노이즈 마케팅은 미디어 전략을 수립할 때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대부분 기업들은 매체 전략을 수립할 때 TV의 경우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일수록 광고주가 많아 여러 CM속에서 자기 회사 광고가 노출된다고 해도 주목도는 높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 CM’, ‘후 CM’으로 나뉘어 방영되는 한국의 실정상 CM만 나오면 CM 시간이 길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 CM의 ‘크리에이티브’가 탁월하지 않으면 다른 CM과 함께 묻혀 버리기 쉽다. 그래서 어떤 화장품 회사는 역발상 전략을 세워 성공시켰다. CM이 많아 노이즈 레벨이 높은 시간대를 피해 노이즈 레벨이 낮은 시간대인 심야 시간에 자사 CM을 집중 방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 판매도 성공시켰다. 
이렇듯 잘 활용하면 다른 마케팅 기법에 비해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노이즈 마케팅이다.
 
화인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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