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여행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이자 신입직원 채용이 거의 끝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행업은 서비스업이고, 서비스업은 인적자원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채용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표님, 직원을 뽑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여행업은 사람이 중요하니, 우수한 스펙을 보유한 사람보다는 성실하고 인성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외국어, 학점, 자격증, 여행경험, 봉사활동, 공모전, SNS, 인턴십 등 ‘고스펙’을 요구하고 있고, 심지어 대형여행사는 채용공고 시 대졸(4년제 대학) 학력자만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력 제한을 둔다. 많은 여행사들이 지원자 조건으로 내세우는 공통사항은 여행업에 대한 꿈과 비전이 있는 자, 책임감 및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 등이며, 항공 CRS, 국외여행인솔자, OA 자격증 보유자, 외국어 가능자를 우대하고 있다. 이 정도 스펙이라면 관광 전공자는 여행업에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여행업에 취업하려는 관광전공자,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는 여행사, 좀 더 많은 학생들을 취업시키려는 대학교수 등의 간극은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기에 각각의 입장을 말해주고 싶다. 

첫째, 지원자(관광전공자)는 여행사에서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직무 관련 자격증, 즉 항공CRS, 국외여행인솔자(T/C), OA 등의 자격증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취득해야 할 필수 자격증임을 인식해야 한다. 직업의 선택은 연봉보다는 본인이 여행업에 대한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가질 수 있는지 자기진단부터 해야 한다. 무턱대고 아무런 준비 없이 여행업에 도전했다가는 실망과 실패를 동시에 맛보게 될 것이며, 우리나라 여행사는 상품기획보다는 영업, 상담, 수배, 인솔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행사에 취업을 할 학생이 비행기를 한 번도 타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둘째, 직원을 채용하는 여행사가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항목은 학력 제한 폐지이다. 아직까지도 4년제 정규 대학만을 고집하고 있는 여행사의 채용공고를 접할 때마다 이해하기 힘들다. 2년제보다 4년제 대학생이 더 우수할 것이라는 논리는 세상 어디에도 증명된 것이 없다. 2년제 관광 전공자를 채용은 못할망정 지원조차 차단해서야 되겠는가?

면접관 태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면접(interview)은 일방통행이 아닌 면접관과 피면접자가 서로 마주보고 질문하는 쌍방 간 소통의 자리이다. 지원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질문, 면접관끼리 언쟁하는 모습, 특정 피면접자를 옹호하는 발언, 특정학교를 폄하하는 행위, 수준 이하의 질문 등은 여행사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면접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용형태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예전에는 3개월 수습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였지만 요즘은 인턴제도를 활용하는 여행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직원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솔직히 6개월, 1년은 너무 길지 않은가? 3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여행사 채용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입사지원서 항목이 간단명료해지고 부서장도 모범답안을 제시할 수 없었던 과거의 질문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셋째, 학생들을 취업시켜야 하는 교수의 고충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크다. 육체적·심리적 압박이 상상을 초월한다.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언제부터인가 취업률 비중을 높게 반영하고 있는 상황을 아무리 감안한다고 해도, 교수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취업률 높이기에 급급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최근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론교육에서 벗어나 실무교육 위주로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은 어느새 여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은 물론 여행업에 도전할 인재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학생, 여행사, 교수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다보면 ‘10년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업하고 싶은 분야 1위는 여행사’라는 기사가 해마다 언론에 도배되는 풍경도 나만의 허무맹랑한 상상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공윤주 
관광학박사
(서영대학교 외래강사)
tour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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