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이 살상당한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던 날, 그 참혹한 뉴스를 듣자마자 침체에 빠질 유럽 여행시장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어쩔 수 없는 여행업계 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생각했다.

예상대로 여행사들은 파리 테러 뉴스가 보도된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유럽 여행상품 예약 취소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담담하게,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다며 비수기인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했다. 테러뿐 아니라 전염병, 지진, 폭설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변수가 워낙 많은 곳이 여행업계인지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자세로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한 건가 싶었다.

그러나 굳은살이 박였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열심히 받아 뒀던 예약이 천재지변으로 인해 무더기로 취소되면 여행사가 입는 손해는 막대하다. 여행사가 잘못해서 테러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고객들의 온갖 항의전화까지 응대해야 한다. 특히 출발일 불과 며칠 전에 예약을 취소하면서도 “테러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데 위약금을 왜 내야 하느냐”고 따지는 고객을 상대할 때면 “우린 땅 파서 장사하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고객이 갑자기 여행을 취소할 경우 여행사도 항공사, 현지 호텔, 열차·차량 등 교통수단 제공업체에 취소 위약금을 줘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매스컴에서는 위약금 면제를 안 해주는 여행사가 나쁘다고 타박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부 언론에서는 ‘여행사가 위약금을 내라고 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파리 여행을 갔다더라’ 식의 기사를 쏟아내며 여행사를 탓했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여행사들은 어디에다가 하소연을 해야 할지 답답하단다. 일각에서는 KATA, 서울시관광협회 같은 기관이 이럴 때 나서서 여행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갑자기 발생한 천재지변으로 고대하던 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의 심정은 속상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사 역시 그 천재지변의 피해자일 뿐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 여행사도 속상하고 아프다는 것을 여행업계 바깥에서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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