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프르에서 나의 미션은 말레이시아관광청과의 인터뷰였다. ‘Truly Asia, Malaysia’라는 말레이시아의 공식 관광 슬로건이 랩의 한 소절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좋아했기에 말레이시아관광청을 만나보고 싶었다. 웹사이트의 공식 메일을 통해 보냈던 메일로부터 인터뷰가 성사되었다며 좋아하던 찰나 내가 찾아가야 하는 주소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있을 것 같았던 관광청 본사는 ‘푸트라자야(Putrajaya)’라는 곳에 있었다. 쿠알라룸프르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져있는 푸트라자야는 말레이시아의 ‘세종시’ 같은 행정도시다. 쿠알라룸프르의 크기가 너무 커지자 연방정부가 직접 토지를 매입해 공공기관을 이전시켜 만든 푸트라자야는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세종시를 구상할 때 사례로 삼았던 도시라고 한다.

쿠알라룸프르에서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해 시내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푸트라자야의 첫 인상은 굉장했다. 마치 엄청난 규모의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들어가는 입구부터 커다란 번호가 써진 표지판과 이슬람 느낌의 신식 건물로 가득했다. 모두 고급호텔처럼 번쩍번쩍한 모습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인터뷰를 하러 들어간 내부 역시 고급호텔처럼 생화 화병들이 곳곳에 놓여있고 모든 근무공간도 개인의 방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무슬림 직원이 많아 여직원들은 대부분 히잡을 착용하고 있었고, 기도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기도실도 건물 내에 존재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오면서 미리 푸트라자야 투어를 포함해 쿠알라룸프르까지 돌아가는 일정으로 섭외해둔 택시 기사님을 만나 푸트라자야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푸트라자야는 ‘행정신도시’ 그 자체였다. 약 9조원의 자금이 투입되었다는 이 도시는 2010년 완성되어 이제는 성공한 행정도시이자 관광도시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총리 관저부터 사법부, 컨벤션 센터, 그리고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답게 제1모스크까지 모두 한 도시에 모여 있었다. 정교한 계획을 따라 모든 정부기관이 구역에 따라 배치된 모습이나 각 건물 별로 건축의 특색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모두 신식 건물인데도 건축양식에 이슬람식 디자인이 더해져 있었고 도시를 둘러싼 인공호수에 놓여진 교량들도 독특했다. 건물과 건물이 넓게 떨어져있어 이동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각 구역을 모두 연결하는 모노레일이 존재한다고 한다.

기사 아저씨는 아직도 택시 기사들 중 푸트라자야 내에서 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뿌듯하게 곳곳을 소개해주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실질적으로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음식점이나 편의시설 등 관광객이 찾아와 즐길 거리는 많지 않아 보였다.

“여기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이제서야 막 이주해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실 주거시설이나 편의시설이 아직 제대로 지어진 게 많이 없어요. 대부분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직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죠. 2010년에 모든 기관은 이전을 해왔는데 아직도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충분하지 않아서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에요. 점점 나아지겠죠.”, “그럼 관광객은요?”, “뭐 평소에는 잘 모르겠지만, 국가의 제1모스크를 방문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계속 있어요. 그리고 해마다 열기구 축제나 꽃 축제 같은 이벤트를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노력은 하고 있죠. 그래도 아직까지 관광객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사는 사람이 먹고 지낼만한 곳도 아직 많이 없는데 어떻게 오겠어요.”

푸트라자야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의 세종시가 생각났다. 행정적으로 푸트라자야는 모든 기관을 한 도시에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도 관광지로 성장하기에는 고민할 문제가 많아 보였다. 세종시 역시 대한민국의 행정수도이자 계획된 신도시로 성장하는데 있어 장기적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트라자야 역시 그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인공호수와 인공습지를 만들어 도시의 30% 이상을 녹지화 시켰고, 산책로 및 유람선 등 즐길 거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과연 우리의 세종시는 어떤 모습으로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윤지민은 관광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진짜 관광을 배우고 싶어 260일간 세계여행을 하며 관광인들을 인터뷰했다. 현재 관광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관광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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