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들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는 지식이 없으면 혼자 둘러보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한인여행사의 1일 도보투어에 함께 하기로 했다. 집결시간은 아침 10시.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한 나는 수백 명의 한국인 인파에 정말 깜짝 놀랐다.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면서 투어를 진행하는지 궁금했다. 투어 출발 시간에 맞춰서는 수백 명이 모였지만 각각 약 30명 정도의 그룹으로 나눠서 10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이동한다. 개별적으로 구매하면 대기시간이 엄청나다는 구엘공원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티켓을 도착 시간에 맞춰 미리 구매해준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었다. 투어를 진행 중인 가이드와 티켓을 구매하는 직원이 도착 시간에 맞춰 미리 구매를 해둔다고 한다.

“다들 수신기 받으셨나요? 제 목소리 들리는지 확인하세요!”

30여명이 함께 이동을 하니 한 명씩 수신기를 나눠주고 가이드가 수신기를 통해 설명을 해준다. 가이드가 직접 준비해온 사진 파일첩을 들고 꼼꼼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는 곳마다 독특한 가우디의 건축에 눈이 즐거웠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상징과 이야기가 더해지니 더욱 풍성한 경험이 될 수 있었다.

가우디 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구엘 공원이었다. 가우디라는 사람의 천재성이 압축되어 있는 구엘 공원은 마치 동화 속 공간을 재현해놓은 것 같았다. 구엘 공원은 무료 공간과 유료 공간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다 시간대별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무료 공간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자연친화적이라 시민들도 언제든 찾아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반면, 테라스와 건물이 밀집하여 가우디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중심 공간은 공원 내부의 인파를 관리하기 위한 방침으로 유료로 운영하고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역시 미리 관람시간에 맞춰 티켓을 구매해야 입장할 수 있는 구엘 공원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입장료는 대부분 아직 공사 중인 성당을 완성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유료화, 입장제한 시스템은 장소 면적에 비해 관람객이 너무 많거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입장객 수 제한이 필요한 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인원을 관리하여 시설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는 방법은 많은 고민을 거쳐 발전된 각자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명소 유료화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관광명소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우디의 걸작품을 보러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을 생각하면 가우디라는 천재 한 명이 바르셀로나에 남긴 유산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한 경제효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우디가 굉장히 뛰어난 건축가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르셀로나가 가우디를 적극ㄱ적으로 도시 이미지 구축에 활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관광에 있어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랜드마크의 부재’를 꼽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건축물 자체의 수준이 높고 독특한 것도 물론 있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이 성당을 랜드마크로 인식시키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를 전하는 영상이나 사진에 항상 등장하는 가우디 건축물은 수 십년동안 보는 사람들에게 ‘바르셀로나=가우디’라는 공식으로 주입되었다. 이는 파리의 에펠탑이나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도 마찬가지다. 과연 우리나라에 그 정도 수준의 건축물이 없기 때문에 랜드마크가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면서 도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새롭게 지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완공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윤지민은 관광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진짜 관광을 배우고 싶어 260일간 세계여행을 하며 관광인들을 인터뷰했다. 현재 관광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관광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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