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학교이자, 세계적인 명문대 하버드대학교 졸업생이자, 학생 가이드를 했던 친구의 안내로 하버드대학교를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인지라 관광객들은 역시나 많았다. 학교 견학을 온 일반인 혹은 예비 신입생들이 가이드와 함께 학교를 둘러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하버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인 존 하버드 동상 앞에는 수십 명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동상의 발을 만지면 후손이 하버드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미신들이 있는데, 이것이 방문객들 사이에서 흥밋거리가 되어 하버드대학교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증샷을 찍는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미국의 대학은 대부분 대학 서점을 가지고 있다. 재미없고 딱딱한 교내 서점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미국 대학에 있는 북스토어는 사실 책보다 더 재미있고 인기 있는 걸 판다. 그건 바로 학교 기념품. 대학 스포츠의 인기도 높고 지역별로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국 사람들은 대학별로 티셔츠, 머그잔, 인형 등 온갖 종류의 기념품을 만들어 교내 서점에서 판매한다. 그중에는 ‘하버드 엄마’부터 ‘하버드 할머니’, ‘하버드 할아버지’까지 가족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멘트가 들어간 물건들도 많다. 학교별로 색깔과 디자인이 기발한 제품도 많아 미국의 대학교를 구경하게 되면 꼭 대학 서점에 들른다. 대학은 더 예쁘고 기발한 기념품을 만들어 학교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관광객들에게도 서점 방문을 장려한다. 기념품 판매에서 얻는 수익은 덤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하버드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교를 보기위해 보스턴을 찾는다. 대부분 개별적으로 캠퍼스를 찾아가 구경하는데 학교는 이런 관광객들을 위해 많은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또한 미리 신청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교내 투어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한인여행사에서 ‘IVY리그 대학교 투어’라는 이름으로 재학생 가이드를 섭외해서 학교를 구경하고 자유롭게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는 단체상품을 운영할 정도로 대학 관광이 일반적이다. 보스턴 공식 관광 홈페이지에는 하버드대학교 캠퍼스를 직접적으로 관광지로 소개하기보다는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 같이 캠퍼스 내에서 방문객이 장려되는 곳을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를 방문하는 수많은 중화권 관광객들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권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교실을 비롯한 학생들의 공간을 침해하는 도를 넘은 관광객의 행태에 학교와 관광당국은 여행업협회에 공문을 보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불편에도 한국관광공사 사이트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와 주변 상권이 모두 서울의 주요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정문 앞에 이화웰컴센터를 개설하고 관광객을 위해 학교 기념품을 판매하는 등 관광객을 상대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직접적으로 학교 캠퍼스를 홍보하기보다는 학교 내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학교에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기념품숍, 박물관과 같은 공간, 그리고 실제 관광객들의 소비가 필요할 주변 상권을 중심으로 홍보를 하면 어떨까?

학교에서 몰카를 찍어대는 관광객 때문에 곤란하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이니 관광객에게 개방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일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온전히 학생들을 위한 공간인 도서관과 교실이 있는 건물들의 보안이 철저하다. 건물이나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학생증을 찍어야 하고 보안 담당이 방문객들의 무분별한 방문을 차단하기 위해 신분증을 검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방문객들을 위한 가이드 투어를 별도로 운영해 원하는 이들은 그룹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캠퍼스 투어를 할 수 있다. 관광객에게 학교의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해 학교를 개방하고 홍보하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안을 강화해 학생들의 공간은 보장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화여자대학교에 몰리는 이유는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이 ‘이익이 생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대 정문 앞에서 사진 찍으면 시집을 잘 간다는 소문도 있다고. 발이 닳아 반질반질해진 존 하버드 동상의 스토리가 떠오른다. 이런 스토리는 오히려 학교 브랜드를 만들고 학교와 지역 사회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스턴의 대학교들을 둘러보면서 대학교도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한 관광객뿐만 아니라 실제 대학교에 관심이 있는 예비 신입생들과 그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대학교는 지역에 지속적인 관광 수요를 공급하는 어트랙션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을 통해 대학을 홍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미국 대학을 보면서 우리도 수동적으로 관광객을 방치하기보다는 더욱 현명하게 그들을 활용하며 학생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윤지민은 관광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진짜 관광을 배우고 싶어 260일간 세계여행을 하며 관광인들을 인터뷰했다. 현재 관광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관광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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