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7년 연속 크루즈 전세선 운항
‘크루즈 관광 뜬다’ … 사명감이 만든 뚝심

-대형 크루즈 출입항 인프라 구축 시급
-CIQ 직원 확충·기항지 관광 상품 개발
-전세선 운항 이래 속초항 첫 출항
 
롯데관광개발이 올해로 연속 7년 째 크루즈 전세선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롯데관광개발이 우리나라에서 크루즈 전세선 운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중심에는 백현 사장이 있다. 그는 해마다 자사 크루즈 전세선을 승선해 현황을 점검한다. 지난 6월 초, 일본 기항지 여행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크루즈 전세선 선상에서 백현 사장을 만났다.  
 


-한국은 아직 크루즈 여행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크루즈 전세선이라는 시장을 개척하고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그리스 산토리니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작은 섬에 크루즈를 타고 많은 관광객이 모여 드는 걸 봤다. 관광객이 많으니 그 지역 상인들이 행복해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들도, 섬에 사는 주민들도 모두 즐거워 보였다. 인상적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도 크루즈 여행을 활성화시켜 보자는 결심이 섰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면 국가 브랜드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해양자원을 활용해야 할 우리나라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으나 한국 크루즈 관광 산업 개발에 대한 국가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 크루즈 관광 산업은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있고, 특히 아시아 지역 내 성장세가 가파르다. GNP 3만 달러 이상이 되면 보통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되는데, 우리나라 GNP도 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크루즈 관광 시장이 활성화되리라 본다. 
 
-올해 크루즈 전세선 운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올해 처음 속초항에서 크루즈 전세선이 출항했다는 점이다. 올해 총 3차례 크루즈 전세선 일정을 운영했는데, 그중 1항차가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을 거쳐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속초항 출항은 동해를 기준으로 향후 동북아시아 크루즈 노선을 개발, 확대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동해를 중심으로 북한 원산항도 연결해 크루즈 노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7년째 크루즈 전세선을 운항하면서 어려운 점은
사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전세선 운항 시기에 세월호, 메르스, 일본 지진 등의 대형 사고가 터져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국내 기항지 덤핑 관광 상품이 많다는 것이다. 여행사들이 인바운드 마이너스 투어피 상품을 진행하다 보니 쇼핑 위주의 질 낮은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면세점들의 세일 경쟁이 더해지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바운드 여행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레 재방문율이 낮아진다. 크루즈 여행은 재방문객이 중요하다. 재방문율이 떨어지면 결국 크루즈 산업은 희망이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크루즈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풍부한 관광 자원이 있으며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다. 크루즈 산업이 발전할 만한 유리한 요소들을 갖췄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크루즈 산업 발전을 뒷받침만할 현실적인 여건과 정책이 미비하다. 가장 기본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대형 크루즈가 접안할 만한 항구가 별로 없다. 지난 몇 년 간 7만5,000톤 급 크루즈 전세선을 운항해 왔기 때문에 내년 쯤 10만 톤 급으로 선박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도, 우리나라 인프라 현황 때문에 고민이다. 현재로서는 부산항 정도가 10만 톤 급 접안이 가능한데, 부산항도 부산대교 높이 때문에 대형 크루즈가 출입항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10만 톤 급 이상 대형 크루즈가 접안 가능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크루즈의 경우 많게는 수천 명의 관광객이 한 번에 내리는 탓에 입국 수속 시간 단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크루즈 담당 CIQ(세관, 출입국관리, 검역) 직원 확충 및 입국 수속 간소화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크루즈 관광객 대상 무비자 정책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밖에도 국내 크루즈 대중화를 위한 홍보 캠페인 강화, 크루즈 인바운드 여행객들이 만족할 만한 국내 기항지 관광 상품 개발, ‘플라이 & 크루즈(Fly & Cruise)’ 같은 상품 다양화를 위한 항공사의 프로모션 요금 책정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점차 개선되면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코스타 빅토리아호 글·사진=김수진 Travi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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