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장사라고 표현하면 왠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장사임에 틀림없다. 우아한 서비스와 브랜드 이미지 등이 호텔업의 외형을 포장하고 있고 부동산 자산의 가치 상승 등이 사업의 최종 목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정된 생산품을 판매해 가동률을 높이고 판매가격을 상승시켜 하루하루의 이익을 쌓아가는 구조로 돼있는 호텔 영업은 그야 말로 치열한 장사꾼의 모습 그 자체다. 

호텔의 유통구조를 들여다 보면 주변 마켓에 마주치는 무수한 상품들의 판매기법과 큰 차이가 없다. 동네 자그마한 슈퍼마켓의 상품 진열대는 과자 한 봉지의 매대 위치를 놓고서도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가게가 위치한 동네에 따라 주력 상품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 상품이 어떤 시장에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영업조치를 취하는 것은 장사의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 호텔의 경우 그러한 유통구조의 관리는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외국 현지의 여행사를 통해 판매되고 국내의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세그먼트의 호텔 판매 상태를 점검해 보면 호텔들이 자기 상품의 유통구조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또는 호텔 영업관리의 기초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영업지원을 위해 공동으로 작업한 서울시내의 몇몇 호텔의 경우 오랜 기간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상품구성용 호텔객실 가격을 분기별로 제공할 뿐이다. 여행사가 어느 지역, 어떤 상품에 해당호텔을 판매하는지, 그에 따른 영업실적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세우는 호텔은 한곳도 없었다. 중국지역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호텔로부터 인바운드용 요금을 받은 인바운드 업체에서 조차 해당 호텔이 어느 지역, 여행사에서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않는 곳도 부지 기수다. 그저 예약이 들어오면 호텔에 예약을 넘기고 호텔은 인바운드 여행사의 월별실적을 보고 만족과 불만족을 표현한다. 거기까지가 전부다. 내 상품이 어떤 곳에서 어떤 고객에게 판매되고 있는지 호텔들이 궁금해 하지 않으니, 판매처와 호텔의 연결 고리인 인바운드 업체는 굳이 수고스럽게 판매상황을 분석할 필요가 없다. 그에 따른 효과적인 대책을 내 놓을 필요도 없다. 

이러한 구조가 고착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상품은 다양성과 효율성이 떨어졌다. 일본, 중국의 방학 철이 되면 가족 중심의 호텔 패키지나 효과적인 상품이 인바운드를 통해 각 나라의 에이전시 매장에 잘 진열 될 만도 한데 ‘가격’이 유일한 전략이고 무기일 뿐 장사꾼의 머리 속에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예리함은 장착돼있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OTA에서도 여실히 들어난다. 각 호텔들은 주변 경쟁호텔의 판매가격과 내 호텔의 가격을 비교하며 OTA 판매망에서 양적인 기여도를 중요시 할 뿐 호텔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빠른 상품 변화를 통해 온라인이라는 유통구조의 특성에 맞춘 판매 전략은 여전히 미진하다. OTA는 판매실적이라는 결과물 이전에 호텔이 주체적으로 수행한 변화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선제되어야 한다. 호텔의 이미지 노출 역시 치열한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초기 촬영한 호텔의 외·내관의 공식사진이 나열될 뿐이다. 기간별, 공략 계층별 맞춤 이미지를 정성껏 제작해 올리고 그에 따른 각 OTA별 접속변화를 꼼꼼히 챙기는 호텔은 소수다. 접속량을 늘려야 예약률을 높일 수 있는 유통구조를 파악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내 호텔의 화면에 고객들이 장시간 머물고 예약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에 충실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 호텔들은 OTA 담당자 부재와 인력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그것 또한 전체적인 호텔 장사를 위한 전략의 빈약함에서 나온다. 가장 시급하게 성장시켜야 할 호텔 내 영업인력은 OTA 담당자라는 것은 이미 사실로 검증 된지 오래다. 호텔의 최대 시장인 중국만을 보더라도 유통구조의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빠른 변화를 보인다. 기존의 호텔 판매망뿐만 아니라 핀테크 중심의 전자 금융권도 호텔 판매 사업에 진출할 조짐을 보이는 중이고 모든 호텔 판매 유통은 시스템을 통해 일원화 되고 있다. 

중국 해외여행객들의 모바일 이용도가 2014년도 17%에서 2015년도 50%로 급상승하고 있는 현실의 파악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호텔의 판매 가능객실이 항상 그들의 모바일 안의 판매망에 있어야 하는 유통의 변화를 가져왔다. 예약 전 결정요인으로 온라인 상의 고객 평가를 중요시 하는 트렌드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호텔 투숙객들의 평판 관리가 중국시장에서는 기본 사항이 되었다.
호텔 상품이 소비될 매장의 파악 없이는 그저 손님을 기다리는 형국밖에는 유지하지 못하는 시대다. 장사를 위한 상인의 영악한 파악이 더욱 절실해 지는 변화의 시대. 이에 따른 철저한 준비는 재차 반복해 강조해도 부족할 듯 싶다. 
 
유가기획 대표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