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에 문제 있었다” 민법 악용 사례 늘어 
-동의서 받으려 하니 강요로 느낄까 머뭇
-랜드, 문제 잦아지면 거래 끊길까 노심초사
 
중국 전문 B랜드사는 최근 주로 거래를 해왔던 여행사와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패키지 상품으로 장자제를 다녀온 손님에게 식사 메뉴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현지식을 한식으로 변경해 진행한 것에 대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상품을 이용한 고객은 일정을 마친 후 여행사에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여행사는 80여만원의 여행비용 전액을 환불해줬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B랜드사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행자 보호 민법 개정안’ 시행 6개월. 여행사와 소비자 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마찰은 크게 없는 듯 보이지만 랜드사와 현지 가이드의 어려움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현지 상황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해야 할 경우는 물론 식사, 이동경로 변경 등 사소한 변경 사항에도 여행자 전원의 자필 사인이 있는 서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손님이 원하지 않는다거나 일정 변경으로 인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더라도 감수해야한다.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민법  제674조의6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을 들어 환불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 역시 동의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행객이 불만을 표시했고 여행사는 여행비용을 환불해준 경우다.

이런 경우는 중국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 현지 J여행사 관계자는 “이동이 많고 지역별 변화가 많은 중국의 경우 이동 지역 날씨 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도로공사 등으로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갑자기 쏟아진 폭우, 교통사고 등으로 봉쇄된 풍경구나 고속도로의 경우 일정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지 않냐”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일정을 변경하지는 않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종종 발생해 현지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 특히 가이드들의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랜드사 역시 마찬가지다. 일정 변경으로 인한 현지의 고충을 알지만 사후에 고객이 여행사에 제기할 컴플레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컴플레인이 많아질 경우 B랜드사처럼 거래가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C 랜드사 관계자는 “현지 가이드에게 일정 변경이 생길 경우 동의서를 꼭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뉘앙스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른데 혹시라도 손님이 ‘강요했다’고 받아들이면 이 역시 컴플레인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일정 변경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손님들도 예민한 상황이라 가이드는 손님들 분위기나 상황을 예의주시 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감정노동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그는 또 “문제가 잦아지면 여행사와의 신뢰나 거래관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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