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에 40점은 어디서 꺼내 놓기 민망한 점수다. 실수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노력을 안했다고 넘기기에도 어중간하다. 4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답을 1번으로 찍어도 받기 힘든 4점이라는 성적표의 뒤에는 뭔가 스토리가 숨어 있을 법하다.
 
골프장과 리조트가 어우러진 임페리얼 스프링스 전경. 왼편 멀리 보이는 기와 건물도 모두 리조트 소유로 거대한 마을과 마찬가지다
 
 
중국 3대 도시 중 하나인 광저우에 충화(從化, Conghua)라는 지역이 있다. 광저우 공항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충화는 아열대 계절풍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이 80년 만의 눈이라고 할 정도다. 덕분에 중난하이(中南海)의 ‘겨울 수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충화에는 ‘임페리얼 스프링스’라는 요상한 리조트가 하나 있다.

‘임페리얼 스프링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심드렁했다. 너도나도 사용해 더는 귀하지 않은 임페리얼이나 로열 등을 브랜드로 내건 또 하나의 덩치 큰 리조트 정도로 생각했다. 단지 중국이라는 이유로 온천도 별 기대가 없었다. 게다가 호텔 관계자는 임페리얼 스프링스가 중국 부동산 재벌인 킹 골드 그룹의 차우(Chau Chak Wing) 회장이 만든 야심작이라고 했다. 킹 골드 그룹의 임페리얼 스프링스라니, 소유주가 노골적인 슈퍼 울트라급 작명 센스의 소유자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임페리얼 스프링스의 작년 투숙율은 4%였다. 그나마도 절반인 2%는 리조트 소유주와 관계자들이 이용한 수치라고 한다. 이 정도면 총지배인이 당장 가방을 싸고도 남을 성적표다. 그런데 리조트 관계자들은 비밀도 아니라는 듯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한다. 총지배인은 ‘올해 15% 정도면 샴페인을 터트리며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할 정도다.
 
임페리얼팰리스골프장 전경
 
 
과하다 싶을 만큼 거대한 대륙 스케일
 
임페리얼 스프링스는 2012년 문을 열었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200조원 자산가로 알려진 차우 회장이 모나코보다 넓은 부지에 80억 위안(약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거대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그 동안 회원제로 운영을 하다가 올해 처음 비회원에게도 투숙을 허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그 첫 번째 시장으로 올해 한국사무소까지 문을 열었다. 

회원제였다고는 해도 투숙률이 4%에 불과한 리조트가 한국에 사무소까지 내는 이유가 뭘까? 이런 저런 호기심과 궁금함을 가지고 리조트를 방문했다. 머무는 3일간 임페리얼 스프링스가 믿는 구석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우선, 그 규모가 남다르다. 대규모 복합 리조트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커다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한 규모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륙적이다. 건물 하나하나를 명·청 시대의 황궁 분위기가 나도록 설계해 리조트 단지에 들어서면 새로 지은 거대한 사극 세트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시설도 으리으리하다. 리조트는 전 객실이 스위트급 이상으로 24시간 전속 버틀러 서비스가 지원되고 어메니티로는 에르메스가 준비돼 있다. 객실은 90개의 스위트룸과 37채의 프라이빗 빌라가 있고 스위트룸은 다시 A, B, C 타입으로 구분된다. A는 발코니, B는 스파, C는 전용 풀을 갖추고 있다. 독립 빌라는 말 그대로 사생활을 완벽히 보호하며 최고의 호사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정원과 테라스가 딸린 빌라는 모두 중앙에 객실과 분리된 독립된 응접실이 있고 수영장과 야외 온천, 자쿠지, 건·습식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다. 침실과 침실만큼 큰 욕실 등을 갖춘 빌라 A는 허니문으로도 좋고 4개의 침실이 있는 빌라 B와 C는 3~4 가족이 함께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삐까번쩍한 시설만큼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스위트룸은 1박에 4,000위안(약 70만원)부터이며, 빌라C는 5만8,000위안(약 980만원)에 달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으면 명품이 아니라고 했던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격표를 봐도 그렇고 임페리얼 스프링스는 투숙률 4%가 자랑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자 다른 염려가 생겼다. 명품, 럭셔리 다 좋지만 자고로 집에는 사람이 살아야 하는 법. 이렇게 찾는 사람이 없으면 도처에 거미줄투성이가 아닐까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매의 눈으로 비어 있는 빌라와 정원 구석구석, 화장실 요모저모를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어 있는 날이 더 많은 리조트라고 하기에는 관리가 훌륭했다. 리조트 내의 도로는 물론이고 식당, 화단 모두 흐트러짐이 없다. 700명의 직원이 매일 리조트를 관리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거의 매주 회장이 리조트를 방문하는 것도 엄격한 관리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중국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불리하기도 한 리조트다. 
 

 
티오프 간격 20분…최고를 꿈꾸는 골프장
 
임페리얼 리조트 안에 있는 27홀 코스의 골프장도 말이 안 된다. 우선, 티오프 간격이 20분이다. 20분 간격의 티오프는 100명 정원의 비행기에 35명의 승객만 태우겠다는 정책과 마찬가지다. 7분 간격의 티오프가 일반적이고 9분만 되도 명문 소리를 듣는 한국과 비교하면 20분은 엄청난 간격이다. 혼자서 공을 5개씩 치지 않는 이상 앞이나 뒤로 사람 볼 일이 없다는 이야기이니 설사 골프장 예약이 가득 차더라도 대통령 골프가 가능하다. 

누구 한 명 보채는 사람 없이 느긋하게 필드에 서면 골프장의 풍광도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설계자 콜린 몽고메리가 ‘완벽에 가까운 코스’라고 자평한 27홀 코스는 산과 물이 적당히 어우러져 아름답지만 쉽지는 않다. 페어웨이는 넓지만 거리가 길고 러프에 들어가면 공 찾기가 어렵다. 이글, 피닉스, 팔콘의 3코스 중 팔콘이 가장 어렵다. 몽고메리가 설계하고 20분 간격으로 플레이를 하는 골프장이니 관리 상태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벤트그라스가 깔린 페어웨이는 말 그대로 푹신한 융단 같고 플레이어까지 적으니 디봇 자국 하나 찾기가 힘들다. 

캐디는 30~40명 정도가 있는데 전부 월급제로 운영이 되고 대부분의 캐디가 골프를 칠 줄 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캐디도 만날 수 있었다. 너무 열심히 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고마워 팁이라도 살짝 건네려 하면 한사코 사양한다. 겨울에도 최저 10도 이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아 겨울철 골프 여행지로도 적당하다. 다만, 주머니는 든든해야 한다. 3개 팀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에 한 팀만 받으니 가격은 만만치가 않다. 그린피와 전동카, 캐디피 등이 포함된 요금은 18홀 기준, 3,000위안(한화 약 51만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이기도 하다. 
 
라돈 온천에 몸 담그고 박물관서 눈 호사
 
이 정도 규모의 리조트가 골프장만으로 만족할 리 없다. 온천과 박물관도 리조트의 자랑이다. 전 세계에서 단 두 곳, 스위스와 충화에서만 발견된 라돈 온천을 객실에서도 즐길 수 있다. 라돈은 라듐이 분해되어 생기는 약한 방사능으로 몸을 씻을 경우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높아지고, 노화예방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임페리얼 스파는 터키, 일본, 태국식 세 가지 테마를 갖춘 스파 빌라를 비롯해 커플끼리 은밀하게 즐길 수 있는 7개의 개별 온천과 대형 온천 시설도 있다. 

킹 골드 회장이 20년간 모은 2만여 점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도 리조트 안에 있다. 크기와 소장품 등에 있어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개인 소유 박물관으로 킹 골드 박물관이라는 번쩍이는 이름만 빼면 나무랄 데가 없다. 3층 건물의 박물관에는 4개의 전시실에 2만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 부처의 사리를 담은 사리라 스투파Sarira Stupa가 최고의 보물이다. 전 세계에 19개뿐이지만 18개는 행적을 찾을 수 없어 현재는 이 곳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은 원래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나 한국인 투숙객에게는 올해만 살짝 문을 연다.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익혔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가 능숙한 미모의 전문 큐레이터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물론 무료다.
 
시토우 마을
 

▶가는 법
-한국에서 광저우까지는 3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중국남방항공이 매일 운항한다.
-투숙객은 버틀러가 공항까지 전용 송영 차량(아우디, 벤츠, 토요타)으로 마중을 나온다.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서 62km 거리(차로 약 45분 소요)
 
▶인근 가볼만한 곳
시토우 마을 (Xitou Village) 작은 전통 시장, 과수원 등이 중국 산골 마을의 풍취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으로 산책하듯 편하게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Imperial Springs
전화: +86 20 3108 8888
주소: 1 Imperial Springs Avenue, Conghua, Guangzhou, 510970 China
홈페이지: www.imperialsprings.com/en/
한국 대표사무소 imperialspringskorea@gmail.com
070-7501-5112 
 
광저우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임페리얼 스프링스 한국 대표사무소 070-7501-5112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