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결혼하자마자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우리 부부는 돌이 채 안 된 아기를 키우며 아등바등 공부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는 그 와중에도 틈이 날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니려고 노력했다. ‘한국에서 가기 힘든 곳을 가자!’는 생각으로 새로운 곳으로, 가기 어려운 곳으로 여행을 다녔는데 브라질이 그중 하나였다. 유명한 영화와 노래에 등장하는 리우데자네이루의 길게 뻗은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걷고 싶었고, 산을 올라 웅장한 예수님 동상을 보고 싶었고, 남쪽 열대 우림 지역인 아마존에서는 이구아수 폭포를 직접 보고 싶었다.

우리는 딸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정확히 한 달 전에 미국인들이 여행을 가장 안 하는 두 날짜를 골라 브라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24개월 미만의 유아는 성인 요금의 10%만 내면 된다는 특혜를 누리고, 비수기에 비행기 표 두 장을 산다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브라질 여행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보스턴을 출발했다가 새해 새벽에 돌아오는 비행 일정이었고, 비행기에는 두 돌 미만인 아이 자리는 없었기에, 우리는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고 탔다. 우리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고 우리 자신을 위로했지만 24시간 가까이 걸렸던 여행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낸 후 도착한 브라질은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멋졌다. 이파네마Ipanema 해변 앞의 한적한 카페에 앉아 즐겼던 ‘The Girl from Ipanema' 재즈 연주와 진한 향의 브라질 커피, 코르코바도 산 정상에서 보았던 40미터 높이의 거대한 예수님 동상 Redentor Cristo과 예수님이 두 팔을 벌려 리우를 품어 주시는 모습, 그리고 이구아수 폭포와 주변 열대림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느꼈던 전율은 우리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선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은 따로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광지가 아닌 바로 그 지역의 사람이었다. 이파네마 해변가에는 유모차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카페 입구 턱에서 유모차를 들며 도와주는 리우의 시민이 있었고, 아이의 분유를 따뜻히 데워주었던 카페 바리스타가 있었고, 코르코바도 산 정상으로 가는 기차역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외국인 여행자 부부에게 먼저 기차에 타라고 배려해 준 백 명의 브라질 시민이 있었다. 브라질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는 감동이었고, 최고의 선물이자 배움이었다.

그래서 일까? 얼마전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리우 하계올림픽의 주역이 브라질 시민이라는 소식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한 치안, 테러, 감염병 등의 우려와 달리 의미 있고 훌륭한 행사를 브라질 시민들이 치룬 것이다. 10년전 내가 느꼈던 친절과 배려를 이번 여름 브라질을 방문한 50만명의 외래관광객도 느꼈으리라 믿는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리우를 찾은 8만5,000명 이상의 여행객은 리우 현지 시민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공유한 집과 방에서 머물렀다. 브라질 시민들은 여행객을 위해 민간 홍보대사 역할을 하며, 경제 부양에도 일조를 하는 동시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올린 수입은 3,000만 달러에 달하며, 올림픽 기간 동안 에어비앤비를 통해 창출된 경제 활동 규모는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 된다고 한다. 만약 올림픽에 ‘지역주민의 손님맞이’ 종목이 있다면, 리우 지역시민은 금메달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리우올림픽대회에서 대역전극으로 금네달을 딴 펜싱의 박상영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이고, 그 축제에 맞춰 즐기려고 노력했다” 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 모두 거대한 축제의 일부가 되어 함께 즐기고 노력할 수 있는 금메달의 기회가 우리나라에도 곧 찾아온다.

“이제 평창이다” 라는 말이 실감 있게 다가온다. 개최 500일을 앞둔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온 국민의 성원으로 유치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 서양과 유럽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이들에게는 결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버스와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그들이 평창까지 가는 길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환대가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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