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여행을 할 때는 이런 감동의 순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숙식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하다보면 감동의 순간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여행업계는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시(Joshie)라는 이름의 기린인형 이야기는 여행업계에 잘 알려진 감동적인 일화다. 몇 년 전 한 부부는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 플로리다의 한 호텔 리조트로 여행을 갔고,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야 어린 아들이 아끼는 기린인형을 리조트에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린 아이는 잠도 못 자며 불안해했다. 아빠는 조시가 리조트에서 며칠 더 휴가를 즐기다가 올 테니 안심하라고 하얀 거짓말을 하며 아이를 달랬다. 

다음 날 리조트에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세탁실에서 인형을 찾았다고 했다. 아이의 아빠는 인형을 집으로 보내줄 수 있는지 부탁했고, 혹시 가능하다면 수영장 옆에 있는 기린인형 조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함께 보내줄 수 있는지도 부탁했다. 며칠 후 리조트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는데 그 안에는 기린인형 조시뿐만 아니라 조시가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진이 들어 있는 커다란 바인더도 함께 있었다. 조시가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도 있었고, 골프카트를 운전하는 모습, 마사지를 받는 모습, 그리고 다른 인형과 함께 놀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아이의 아빠가 깊게 감동했음은 당연하다. 아빠는 이 경험담을 SNS에 남겼고 블로그 공유수는 이미 4천 번을 넘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고객 감동을 위한 아이디어도 다양해졌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호스트들에게 게스트가 어떤 편의시설에 감동을 받는지를 물었는데 그 답도 다양했다. 해당 지역의 특산물과 아기용품, 해변용품, 놀이기구, 책, 지도 등 진심이 담긴 선물을 제공했을 때 감동받는 게스트가 많다고 한다. 그중 동네를 안내해주거나 직접 만든 간식을 제공하거나, 환영의 메시지를 정성껏 적은 카드 등 배려와 진심이 담긴 선물을 했을 때 게스트가 가장 크게 감동한다고 답했다. 

그렇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꼭 고급 시설에서만 감동을 느끼는 게 아니다. 생각해보니 필자가 지난 1년간 경험한 숙소에서도 많은 감동을 느꼈다. 충청남도 민박집 주인은 암탉이 아침에 낳은 달걀을 삶아준 덕분에 한 끼 식사를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는 새벽 비행기를 타려고 일찍 출발하는 우리 가족에게 아침을 준비해준 따뜻한 호스트가 있었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머물렀을 때 집의 호스트가 알람브라 궁전 입장권을 구입하는 방법을 자세히 써준 메모와 함께 준 지도는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일본에서 머물렀을 때 숙소의 집주인은 우리가 떠나는 날 골목길까지 나와 손을 한참 흔들며 배웅해주었는데 그 따뜻한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필자만 이런 감동을 느끼는 건 아니다. 얼마 전 만난 여행작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딸아이와 여행을 떠났는데,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니, 욕조 벽면에 무지개색 크레용으로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아이의 이름과 함께 환영의 메시지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본 아이는 신이 나 어쩔 줄 몰라 했고 아이의 엄마 또한 감동받았다. 작가는 그동안 머물렀던 수많은 숙소 중에 그 호텔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감동을 체험한 고객은 평범한 경험을 한 고객보다 높은 충성도를 가지게 되며 타인에게도 서비스를 적극 추천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감동을 안겨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빅데이터와 세그먼트 마케팅으로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을 더욱 세분화해 마케팅을 벌이던 세그먼트 마케팅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후 마이크로 세그먼트(Microsegment) 시대를 지나 지금은 완전 세분화된 개별 고객을 목표로 삼는 마케팅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맞춤화된 배려와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받을 때 감동한다.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저렴하고 따뜻한 유니클로 셔츠를 입는 시대와 시골 할머니의 손뜨개 스웨터가 인기를 끄는 시대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어느덧 찾아온 개별 고객 시장 시대에서는 ‘사람냄새’가 새로운 키워드인 것이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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