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자'라는 뜻의 융프라우는 수줍고 소극적인 여인이 아닌, 개성 강하고 감정 표현과 변화도 무쌍한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백년도 더 된 산악열차를 타고 3,454m까지 올라 빙하를 밟고 보니 그 아래로 뻗은 그린델발트, 휘르스트, 아이거 글레처, 슈니게 플라테, 뮤렌 등 산악 마을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쨍하게 맑은 날보다 안개와 눈에 덮인 날이 더 많다는 융프라우요흐. 이곳에서의 날씨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  
 
스핑스 전망대에서는 알레취 빙하의 장대하고 신비로운 기운에 휩싸인 융프라우요흐를 만날 수 있다
알파인 센세이션 입구, 스노우 볼 안에 융프라우 마을을 재현했다
 
+ 추천 코스 (7시간)
인터라켄 오스트 - 빌더스빌 - 클라이네샤이텍 - 융프라우요흐  

신과 인간의 합작품, 융프라우요흐 철도  
 
알프스의 3대 미봉 중 융프라우는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산이다. 4,158m 높이로 유럽의 지붕이라는 ‘탑 오브 유럽’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그야말로 하늘과 맞닿았다. 만년설로 뒤덮인 신비롭고 묘한 자태가 장대하고 고고한 산세와 어우러져 영험한 기운을 뿜어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톱니바퀴의 융프라우요흐 열차를 타고 수천년도 더 된 빙하 안에서 산세를 감상하고 그 빙하에 발을 디뎌야 비로소 “스위스에 다녀왔다”고 할 수 있다.   

융프라우와 묀히 산봉우리를 잇는 이음새 지점이자 알레취(Aletsch) 빙하가 시작되는 융프라우 철도는 해발 3,454m까지 365일 안전하고 자연 친화적인 교통수단으로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아이거 북벽을 관통해서 융프라우 산마루까지 이어지는 철도 건설을 구상한 사람은 철도 엔지니어, 아돌프 구에르첼러. 쉽지만은 않았다. 신성하게 여겨지는 알프스를 뚫어 열차 길을 만든다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과 자금난에 대처해야 했고 강추위, 눈사태, 폭발 사고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착공한 지 16년만인 1912년 8월1일, 총 연장 9.34㎞의 융프라우 철도가 성공적으로 완성됐다. 그후 90년이 흐른 21세기 초, 융프라우와 알레취 빙하는 세상 어디와도 비길 수 없는 풍광으로 알프스 산맥에서 유일하게 UNESCO 세계자연 유산으로 지정됐다. 

스위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를 만들 때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한 번 만든 것을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한다는 것. 쉬운 코스, 중급 코스, 전문가 코스 등으로 트레킹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책이 정착됐다는 것이다. 
 
실제 알레취 빙하를 쪼아 만든 얼음 궁전의 내부
융프라우요흐 열차는 빙하에 둘러싸인 바위 동굴 안의 역에 두번 정차한다 (상행선)
 
빙하에 있다는 것, 빙하 위를 걷는다는 것 
 
융프라우요흐 기차여행 최고의 특징은 단 한번의 기차여행으로 다이내믹한 스위스의 경치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린델발트, 벵엔, 라우터부룬넨 등 알프스 전통 산악 마을과 아이거 북벽, 클라이네샤이텍의 목가적인 풍광이나 뤼취넨 계곡, 알프스에서 가장 험한 아이거, 가장 여성스러운 풍광의 융프라우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빌더스빌에서 출발해 그린델발트로 열차를 타고 이동한 후 다시 연결되는 산악 궤도 열차를 타고 클라이네샤이텍에서 내린다. 그리고 클라이네샤이텍에서 톱니바퀴 열차로 갈아타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3,454m 융프라우요흐 역까지는 열차로 50분 정도가 걸린다. 총 길이는 9.3km이지만 아이거와 묀히의 산허리를 뚫어 만든 7km 바위 동굴을 통과하기에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 

바위 동굴 안에 자리한 해발 2,865m 아이거반트역과 3,160m 아이스메르역에 각각 5분간 정차할 때는 유리창 너머로 눈부신 설산과 아이거 북벽 빙하의 장관이 비현실처럼 펼쳐진다. 여름철에는 빙하가 시작되는 아이거반트역, 빙하로 뒤덮인 아이스메르역, 그리고 온통 눈과 빙하 천지인 융프라우요흐의 각기 다른 경치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융프라우요흐역에서 클라이네샤이텍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이 두 역에 정차하지 않으므로 올라갈 때 유심히 봐 둬야 한다.  

겨울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융프라우요흐 역부터는 하늘색의 ‘투어(Tour)'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스위스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27초 만에 3,571m의 스핑크스 전망대로 데려다 준다. 전망대에서는 두께만 무려 700m에 이르며 22km로 뻗은 알레취 빙하가 한눈에 펼쳐진다. 

햇살 아래 아름답고 황홀한 자태를 뽐내는 융프라우지만 날씨가 궂은 날에는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융프라우는 때로는 무자비하고 가혹하다. 그래도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융프라우 파노라마, 알파인 센세이션, 얼음 궁전 등 융프라우요흐에는 날씨가 흐려도, 눈이 와도 즐길 거리가 많다. 

융프라우 파노라마는 4분간 아이맥스 파노라마 영상으로 융프라우 지역을 보여준다. 알파인 센세이션에서는 스위스의 생활상을 담은 대형 스노우볼과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변화, 융프라우 철도 건설 공사에 담긴 노력 등을 볼 수 있다. 무빙워크로 이어지는 길에는 융프라우 열차 건설 당시의 모습이 벽화와 사진 등으로 장식돼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사 중에 희생 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얼음 궁전은 진짜 빙하로 만든 거대한 동굴이다. 1934년 그린델발트와 벵엔에서 온 두 산악 가이드가 만들었는데 아이스 바, 곰, 독수리, 펭귄 등의 얼음 조각과 미로처럼 이어진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토니 파커와 융프라우요흐의 만남!
 
지난 9월15일,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를 달리는 융프라우철도 주식회사와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인 스위스 티쏘(Tissot)가 공동으로 주최한 ‘토니 파커와 융프라우요흐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NBA 슈퍼스타이자 유럽 농구 챔피언(European Basketball Champion)인 토니 파커가 그의 팀을 꾸려 스위스팀과의 5:5 농구 경기를 해발 3,454m에서 펼쳤다. 

융프라우 철도는 매년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의 경기나 가수의 공연 등을 3,454m에서 개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중국 인기 가수 G.E.M의 공연이,  2014년 7월에는 테니스 스타인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린지 본(Lindsey Vonn)의 린트 스위스 초콜릿 해븐 쇼 경기가 진행됐다. 특히 올해 열린 토니 파커 이벤트는 2015년 융프라우요흐 방문객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뭘 먹을까?
융프라우요흐에는 365일 문을 여는 5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스위스 요리와 인터내셔널 음식을 정제된 서비스, 멋진 뷰와 함께 제공하는 크리스털 레스토랑(Restaurant Crystal), 알레취 셀프서비스 레스토랑(Aletsch Self-service), 인도 레스토랑 볼리우드(Bollywood), 단체 관광객을 위한 아이거 레스토랑(Restaurant Eiger), 카페 바(Cafe Bar) 등 다양한 레스토랑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관광객은 카페 바에서 바우처를 활용해 한국 컵라면을 구입할 수 있다. www.gletscherrestaurant.ch
 
융프라우 글·사진=신중숙 Travie writer poet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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