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은 이미 지구촌 전역에서 소리없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장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OTA의 경우 익스피디아와 프라이스라인이라는 두 공룡 그룹이 무지막지한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며 주류 시장을 선점했지만 중국계 OTA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또 호텔과 항공을 넘어 현지투어, 입장권 등 단품 속성을 공급하는 OTA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편집자주>
 
-씨트립, 중국 내수 지원 업고 해외로도 시선 돌려
-트립어드바이저 산하 ‘바이어터’ 등 단품 OTA 성장
-서비스 도시 및 상품 수 격차 커, 전략적 준비 필요
 
 
한·일 지사 설립에 인도·미국까지 ‘투자’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의 성장은 대단하다. 중국 내 OTA인 투뉴(Tuniu), 통청(TongCheng)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이룽(eLong)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온라인 업계 2위인 취날(Qunar)과 지분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며 중국 내 최대 온라인 여행자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취날과의 합병 덕분인지 지난해 성장(전년 대비 58%)에 이어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갔다. 씨트립에서 발표한 올해 실적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42억 위안(한화 약 7,08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0% 급증했다. 2분기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2분기 매출액은 44억1,100만 위안(한화 약 7,46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4.6% 성장했다. 항목별로 살피면 항공권·열차표 등을 포함한 교통수단 항목이 90%, 호텔 등의 숙박예약은 61% 성장했다. 

국제시장에서도 선두 OTA 그룹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익스피디아, 프라이스라인에 이은 세 번째 강자로 부상했으며 지속적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지사를 설립한 한국·일본에서는 본격적인 아웃바운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초 인도의 최대 온라인 여행사 메이크 마이 트립(Make My Trip)에 1억8,000만 달러(한화 약 2,069억원)를 투자했으며, 지난 10월에는 뉴욕의 버스 투어 회사인 유니버설 비전(Universal Vision)과 로스앤젤레스의 중국 패키지 홀세일 여행사인 C투어(Ctour),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를 둔 OTA인 글로벌 여행사 투어포펀(Tours for Fun) 등 미국 내 3개 여행사에 투자를 결정했다. 중국민항인 중국동방항공에도 30억 위안을 투자하는 등 여행사뿐만 아니라 여행업계 전반으로 포지션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씨트립 량젠지앙 CEO는 중국 국민의 해외여행 증가에 힘입은 씨트립의 국제화 전략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씨트립 전체 거래액이 1조2,000억 위안(한화 약 203조원)에서 1조4,000억위안(한화 2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형화 준비 중인 단품 OTA
 
호텔과 항공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본 전쟁이 평쳐지고 있는 가운데 여행사들의 관심은 단품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패키지에 함께 묶었던 투어, 어트랙션 등을 분리시켜 상품화를 시작했고, 이를 전문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도 한창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단품 시장을 ‘마지막 남은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글로벌 OTA가 아직까지 넘보지 않는 시장인데다, 포화된 항공시장에 비해 아직 여지가 남았다는 뜻이다. 물론 제품 특성상 수익성이 낮다는 결함을 안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행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단품 시장에도 글로벌 OTA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발생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서비스가 지엽적이고, 신규 시장 진출에 아주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지만 이들 또한 대형화를 시작하고 있다. 단품 분야의 전문 OTA는 바이어터(Viator),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그 밖에 피크(Peek), 사이드투어(Sidetour) 등이 있다. 

바이어터는 트립어드바이저 산하의 단품 OTA다. 트립어드바이저가 지난 2014년 7월 약 2억 달러(한화 약 2,299억 원)에 인수한 투어 및 액티비티 예약 전문 OTA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총 150개국의 1,000여개 목적지에서 예약 가능한 1만5,000여개의 단품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 위주의 총 10개 언어를 지원하는 등 현재는 유럽 지역에서의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이다. 데이투어나 아웃도어 액티비티, 각종 입장료, 교통편, 맞춤투어 등 서비스 보유량도 상당하다. 한달 평균 400만회의 방문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웹트래픽 상으로 톱 1만 사이트 안에 드는 수치다. 방문객 비중은 미국에서 약 45%, 영국에서 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겟유어가이드는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단품 OTA로, 110개 국가의 1,940여개 목적지에 대한 2만여 개 단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투어보다는 티켓에 무게감을 두고 있으며, 로컬 공급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해 전문성도 꾀하고 있다. 한달 방문수는 약 65만회로 알려져 있다. 바이어터와 마찬가지로 이용자는 미국의 비중이 가장 높으며 18%를 차지하고 있다. 

‘30개 vs 400개’ 규모보다 차별화 필요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단품 수요 또한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품 OTA 또한 호텔, 항공 전문 OTA와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고 언제든 외국계 OTA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국내 토종 업체들이 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지의 다양성과 단품 인벤토리 보유 규모 등에 있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11월부터 내일투어가 단품을 전문으로 하는 내일스토어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진입에 뛰어든 것은 주목할 만하지만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고 나머지는 랜드 서비스의 온라인화처럼 지엽적이고 산발적인 형태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내 여행사의 경우 서비스가 국가별 주요 도시에 집중돼 있다. 한 국가에서 큰 도시부터 작은 지역 도시까지 수십여 지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계 OTA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도시별 서비스 숫자도 마찬가지다. 방콕의 현지투어로 비교했을 때, 국내 여행사 A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30여개 내외로, 이마저도 픽업·샌딩을 제외하면 제공 서비스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바이어터의 경우 투어 및 액티비티만 총 442개, 겟유어가이드는 총 252개를 제공한다. 이들 업체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미주나 유럽의 경우에는 그 격차가 더욱 커진다. 

단순히 규모로 승부하자고 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호텔, 항공과 마찬가지로 제휴를 통해 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단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여행사 관계자는 “글로벌 여행사의 진출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회이기도 하다”며 “결국 그들은 로컬 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구조인데, 그들의 니즈에 맞춘 상품을 갖고 있다가 제휴를 맺는 방식도 생존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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