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객만 급급했던 유럽, 낮은 상품가로 이어져
-스페인·이탈리아·동유럽… 인기 목적지로 부상
-아프리카 에볼라 후 재기 성공, 홈쇼핑도 효과 

동유럽으로 시장 재편 
 
유럽 시장은 2016년을 기점으로 재편됐다.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유럽은 올 한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는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그동안 유럽 시장이 서유럽을 중심으로 흥행했다면 올해부터는 그 수요가 동유럽과 북유럽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지난해 11월 파리를 시작으로 브뤼셀, 니스 등 서유럽에 연이은 테러가 발생해 불안감을 고조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여행사 관계자는 “테러가 FIT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유럽 패키지 시장은 손해가 매우 컸다”며 “모객 사정이 어려우니 홈쇼핑, 소셜커머스 채널에 의지해 가격도 매우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터키의 경우 피해가 더욱 컸다. 상반기 내내 테러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객은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반기에 접어들며 홈쇼핑 등으로 다시 물꼬를 텄지만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탓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B랜드사 관계자는 “한 번 떨어진 가격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며 “터키 시장은 한동안 마이너스 투어가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업연수·학회·인센티브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테러뿐만 아니라 김영란법 시행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 등 불안한 국내 정세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C랜드사 관계자는 “올해는 안전에 민감한 학생 단체 연수가 미뤄지거나 깨진 경우가 많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기도 좋지 않아 포상 휴가, 연수 등의 기회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유럽과 터키를 제외한 동유럽과 북유럽,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강세를 이어갔다. D여행사 관계자는 “올 한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일주 상품 판매율이 매우 높았다”며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헝가리 전세기와 대한항공의 바르셀로나 전세기도 성공적으로 판매됐다. 또 지난 10월 LOT 폴란드항공이 인천-바르샤바에 취항하면서 북유럽 시장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E랜드사 관계자는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패키지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이정도 분위기라면 북유럽 시장에도 1~2개국 모노 상품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아프리카 회복…중동도 휘파람 
 
올해 아프리카는 재기에 성공했다. 아프리카 시장은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어 왔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고 올해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분위기다. 

아프리카 시장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데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종식도 있지만 ‘홈쇼핑 효과’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홈쇼핑에서는 최초로 진행한 ‘아프리카 4개국’ 상품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올해도 아프리카 상품이 홈쇼핑을 통해 네 차례나 판매됐다. 남아프리카항공 김성한 이사는 “올해 진행한 홈쇼핑의 반응이 좋았고 장기간 동부 일주 상품은 단독 및 연합으로도 판매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수지역인 만큼 수요가 한정돼 있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바닥을 치던 수요를 다시금 끌어올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또 아프리카를 찾는 스펙트럼이 중장년층에서 20~30대 젊은 여행객을 비롯해 허니무너까지도 확대됐다. F아프리카 전문여행사 관계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이나 케냐를 찍고 세이셸이나 모리셔스 등 휴양지로 이동하는 허니무너들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동 지역도 호조를 이어갔다. 특히 러시아는 올 한해 패키지와 FIT는 물론 MICE 시장에서 모두 강세를 나타냈다. G랜드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는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요 도시에서의 객실이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벌써 내년 항공 블록 유치 경쟁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이란, 요르단 등 중동 시장의 성장도 눈에 띈다. 두바이는 지난해 두바이관광청 한국사무소가 오픈하면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두바이가 노출됐고 보다 친근하고 가까운 목적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홈쇼핑, MICE 유치 실적도 상승세를 타면서 두바이는 물론 중동 현지 호텔이나 리다 인터네셔널, 알파 투어와 같은 여행사들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공격적인 모습도 엿보였다. 올해 초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제가 해제되면서 발 빠르게 이란 시장에 진출하는 랜드사가 등장한 것도 큰 특징으로 꼽힌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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