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중국 관광객 급감은 우리 여행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인들로 북적이던 지방 공항의 출입국장과 고궁 등의 관광지는 말할 것도 없고 면세점을 비롯한 명동 등의 쇼핑가도 한산해졌다고 한다. 한때 중국인 입국자 수가 연간 8만 명에 달했던 강원도 양양공항은 올해 들어 중국인 입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하고, 3월 한 달간 제주 직항편 예약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이 10만 명을 넘었다니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1,720만 명이다. 이 중 중국인이 800여만 명으로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중국인은 우리의 최대 관광객이었다. 우리나라 관광업계에 중국 여행객 의존도가 이렇게 높았다는 게 놀라웠다. 불과 10년 전인 2007년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100만 명에 불과했으니, 지난 10년 사이 엄청난 성장을 한 것임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우리의 관광 시장은 중국인 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까? 그럴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중국인 해외여행객의 증가에 따라 전 세계 관광 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UNWTO에 따르면, 이미 중국인 해외여행객의 관광지출액이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 관광객의 지출액을 넘어 세계 1위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한 중국인 여행객도 3백만 명을 넘었다. 
중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앞으로도 기하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아웃바운드 시장에 대해 10년간 대학교를 졸업한 7,400만 명의 밀레니얼이 배출되고 여권을 소유한 중국인의 수도 현재의 4%인 5,500백만 명에서 12%인 1억5,000만명으로 늘어나며, 2억2,000만 명의 중국인 중산층이 매년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각국의 관광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세계 관광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관광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제는 중국인 해외여행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벗어나 다양한 나라의 해외여행객이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여행객의 다변화 및 분산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투자 격언을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계란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실수로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몽땅 깨질 수 있으므로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이다. 관광산업에서는 분산화 전략이 필요하다. 3C(Channel, Customer, Content) 차원에서 살펴보면 중화권, 단체관광객 그리고 쇼핑에 각 세그먼트가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방한국(Channel) 면에서는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 국가의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다변화 정책이 절실하다. 우리의 인바운드 시장과 정책은 최근 들어 중국에만 편중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이 앞으로도 전 세계 관광 시장을 선도해나갈 테지만, 동남아시아권도 우리에게 여전히 큰 시장이다. 지리적으로는 근거리요, 문화적으로는 한류 열풍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현지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기에 방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실제로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한 동남아 국가는 7개국이나 된다. 

둘째, 고객(Customer) 세그먼트에서는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빠르게 바뀌는 추세를 인지해야 한다. 급속히 성장하는 밀레니얼 세대나 실버 세대 등 각 세대별 맞춤형 테마 상품도 발굴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개별 관광객이 찾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콘텐츠(Content)의 다양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쇼핑하는 품목이 외국산 명품이라면 우리에게 떨어지는 부가가치가 많지 않다.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체험 위주의 관광 콘텐츠를 육성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의 다양화는 외국인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동시에 국내 지역 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촉진에 기여한다. 

경제학자들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들 하는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포트폴리오 이론(MPT)의 창시자인 해리 마르코위츠(Harry Markowitz)는 ‘분산화(diversification)는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해외여행객 분산화 전략은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10년 뒤에는 공짜 점심을 많이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분산화 전략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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