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하늘길이 달아올랐다. 지난 2006년 국내에 LCC의 개념이 도입된 이래 약 10여년 동안 LCC 시장은 크게 확장됐다. 상대적으로 운항거리가 짧은 중형 비행기를 이용하는 LCC의 특성에 맞춰 국내선과 단거리의 해외 노선에 집중돼 있다. 덕분에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까운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지만, 계속되는 공급석 확대가 산업 측면에서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집자주>

-최대 6,000km 비행하는 중형기에 기재 집중
-취항 가능지역 ‘비슷’ 단거리는 이미 레드오션
-모항 다양화, 중장거리 모델 등 다각화 필요
 

4~5시간 거리에 취항지 집중

국내 LCC의 항공기 기종은 180~200여석 정도의 중형 비행기에 집중돼 있다. 보잉사의 B737-700과 B737-800, 그리고 에어버스사의 A320과 A321이다. 국내 LCC가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는 총 104대다. 이중 진에어가 장거리 비행을 위해 도입한 390여석 규모의 B777-200 4대를 제외한 100대는 모두 최소 160여석에서 최대 220여석 규모의 중형기로 확인된다. 도입 예정인 항공기 또한 비슷한 규모다. 

LCC가 중형 항공기를 주요 기재로 채택하는 것은 ‘저원가-저운임’의 전형적 LCC 모델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LCC는 투자 및 운영 비용을 줄임으로서 원가를 낮추고, 이를 통해 저렴한 운임을 제공한다. 곧 중형 비행기를 이용함으로써 유류비 절감과 발착시간을 단축시키고 및 운항 빈도를 높여 가성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중형 항공기는 1회 약 5,000km에서 6,0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내부 설비나 탑승률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4~5시간 거리 비행에 최적화되어 있는 셈이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4~5시간 내외의 해외 목적지는 중국과 일본, 괌·사이판, 동남아시아로 축약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5시간 10여분), 캄보디아의 씨엠립(5시간 40여분) 등이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기재 추가, 신생 LCC로 포화

LCC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지난 10여년간 단거리 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제선 점유율은 매 분기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FSC만 취항하고 있는 장거리 노선을 제외하고, 단거리 노선만 떼어놓고 본다면 LCC의 점유율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가격도 계속 낮아졌다. 단거리라 하더라도 100만원 이상을 쉽게 호가했다면, 지금은 그 절반 아래로 가격이 떨어졌다. 곧 국민의 해외여행이 계속 늘어나는 데 LCC의 공급 확대가 큰 동력이 된 것이다. 

하지만 LCC의 확장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단거리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인데, LCC는 계속 기재를 확충하며 공급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각 항공사는 올해 최소 2대에서 최대 4대 사이의 항공기를 추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모두 지금 운항하는 것과 같은 기종의 중형 비행기다. 결국 같은 시장에 공급을 더욱 늘리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의 등장도 추가 변수가 된다. 최근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K에어가 대표적이다. K에어는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신생 항공사로, 중국, 일본, 타이완 등의 동북아시아에 취항할 계획을 밝혔다. 이미 에어버스사에 A320 기종 8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플라이양양, 프라임항공(유스카이항공) 등 국내에서 새로운 LCC 설립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결국 비행거리 4~5시간 내외의 단거리 지역을 타깃 삼는 항공사들이 차고 넘치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아직 단거리 시장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평가한다. 진에어는 “시장 포화에 대비해 장거리 노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단거리 시장에 취항할 수 있는 노선들이 남아있고, 수요도 계속 늘어난다. 또 노선 활용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운항 범위 다각화할 필요 부각

최근에는 여러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모항이 다변화되거나 운항할 수 있는 최장 거리까지 취항하는 것이다. 청주, 양양, 대구 등 인천이 아닌 지방공항에 기반을 두는 항공사들이 속속 설립을 준비한다. 또 이스타항공은 경쟁이 과열된 단거리의 인기 노선 대신, 다소 거리가 있어 국내 LCC의 취항이 적었던 씨엠립에 시즈널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국토가 작은 만큼 모항의 변화가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의 차이로 이어지기 힘들고, 중거리 도전도 운수권과 의지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전해볼만한 모델은 에어아시아의 예다. 에어아시아는 단거리 중심의 브랜드인 에어아시아와 중장거리 중심의 에어아시아엑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곧 에어아시아의 본토인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아세안 지역은 에어아시아로, 미주, 서남아시아 등 먼 거리의 목적지는 에어아시아엑스를 통해 운항한다. 또 모항을 여러 국가로 분산시켰다. 태국, 필리핀, 일본 등에 타이에어아시아엑스, 에어아시아필리핀, 에어아시아재팬 등을 설립해 운항 기반을 아예 옮긴 것이다. 이를 통해 운항 범위를 보다 유연하게 확대할 수 있었다. 

일부 비슷한 변화를 주고 있는 곳은 진에어다. 진에어의 경우는 아예 대형 기종을 도입한 경우다. 1회 샌프란시스코까지 비행할 수 있는 B777-200을 4대 도입해 하와이, 케언즈 등 중장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록 기재통일을 통한 원가절감은 다소 어렵게 됐지만, 역으로 장거리 지역의 가격을 낮춤으로서 수요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또 일부 국내 LCC 등은 해외에 모항을 두고 운항하는 방안도 고려한 적이 있다. 아직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있기 하나, 향후 다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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