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1997년 키워드 IMF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여행업계가 휘청 했던게 벌써 20년 전. 그동안 여행업계는 인·아웃바운드 두루 대폭 성장했다. 하지만 속 깊이 들여다보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20년 후의 여행업계를 짚어봤다.<편집자주>
 
-출국자 2,200만명, 여행업 등록 2만 건 코앞
-상위 3개 여행사에 BSP 실적 약 40% 쏠려
-부익부빈익빈 심화…중소 여행사 몰락 가속
 
 
인·아웃 두루 성장한 여행업계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중 하나인 IMF. 1997년 11월 시작된 IMF 외환위기는 이듬해 여행업계를 초토화 시켰다. 잇따른 대형 여행업체의 도산을 시작으로 무등록 업체의 증가,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중단 등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침체는 한동안 지속됐다. 이는 단연 해외여행객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7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던 내국인 출국인은 1997년 -2.3% 감소한 454만2,159명을 기록하더니 1998년에는 -32.5% 감소한 306만6,926명으로까지 낮아졌다.

그럼에도 여행업계는 꾸준히 성장했다. 2007년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와 함께 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인 해외 출국자 수가 각각 10%, 21%씩 감소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다시 30% 이상의 성장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였다. 꾸준히 성장한 결과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전년대비 15.9% 성장한 2,238만3,190명을 기록했다. 해외 여행객 2,000만명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인바운드 역시 1,724만1,823명을 기록하며 성장 궤도를 이어갔다. IMF 외환위기로 휘청했던 1998년과 비교하면 인바운드는 338%, 아웃바운드는 630% 증가한 수치다.

여행사 역시 꾸준히 늘었다. 여행업 등록 수는 올해 2만 건 돌파가 코앞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전국 관광사업체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여행업 등록 수는 2016년 12월31일 기준 1만9,848건을 기록했다. IMF 회복세로 여행업체수가 꾸준히 증가하던 1999년 10월 기준 여행업 등록 여행사는 불과 5,828개였다.
 
 
대형사 VS 중소여행사 ‘양극화’
 
하지만 성장만큼 내실도 다져졌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형 여행사의 규모는 점점 확대되는 반면 중소형 개미여행사들의 부도와 폐업 등은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MF 이후 단체여행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여행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영업보증보험액이 5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고충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영업보증보험액의 상향이 ‘여행업 양극화’의 시발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여행업계의 부익부빈익빈은 다양한 통계자료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KATA에서 수집한 국내 여행사 항공 실적을 살펴보면 상위 20개 여행사의 여행사들이 송객한 내국인은 21만7,232명으로 전체 출국자(3,066,926명)의 7%에 불과했다. 반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송객 실적 중 상위 20개 여행사의 송출 인원은 505만1,466명으로, 2013년 전체 출국자(1,484만6,485명)의 34%를 차지한다. 상위 20개 여행사의 비중이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 3년간 공개됐던 BSP 실적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BSP 실적과 함께 상위 여행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공개된 2015년 12월 실적을 살펴보면 상위 10위 여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육박하는 49.2%다. 매월 조금씩 몸집을 키우던 대형 여행사들은 1년 후에는 전체 실적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2016년 12월 상위 10위 여행사의 BSP 실적은 전체 실적 중 69%를 차지했다. 2017년 1월에는 상위 1~3위 여행사인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의 실적이 각각 1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실적의 38.7%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여행사 몰락 가속
 
지속된 빈익빈 부익부의 상황은 중소 여행사의 몰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부도 및 폐업하는 전국의 여행사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 피해보상 절차를 위해 KATA에 접수된 여행사는 4분기에만 광주 소재의 투어갤러리, 경기 화성 소재의 승주관광여행사, 경남 창원 소재 진투어, 서울 무교동 소재 푸른여행사 등 4건에 달한다. 서울시관광협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무려 11건의 여행사 피해공고를 냈으며, 아직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소재의 최고여행사의 여행피해공고를 낸 상태다. 그 외 지역별·업종별 협회나 기관을 통해 피해접수를 한 여행사가 있다는 점까지 계산하면 문 닫은 중소여행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각각의 여행사가 폐업·도산의 구체적인 사유는 알 수 없지만 관계자들은 대부분 경영난을 원인으로 꼽는다. 대형 여행사로의 쏠림 현상과 경기 침체에 이어 최근에는 사드 배치 여파, 대선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지속되는 중소 여행사의 몰락이 소비자의 불안감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사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중소 여행사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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