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자전거나라
변화를 먼저 읽는 선구안
1일 워킹가이드 투어의 시작 ‘유로자전거나라’

-배낭여행·자유여행 붐 맞물리며 고속 성장
-1개국 1투어에서 8개국 60여개 투어 제공
-100여명 가이드 곧 회사의 힘, 찬사 이어져
 
끝임 없는 앎에 대한 욕구

장백관 대표가 로마에 있을 때다. 외국인관광객들이 그냥 지나치고 말 법한 곳에서도 멈춰 서서 하염없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사진만 찍고 돌아서던 당시 한국인과는 다른 여행이었다. 그 사소한 사건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것은 곧 그 장소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란 걸 알게 됐다. 장 대표도 그곳의 문화와 역사, 예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지인들과의 여행에서 공부했던 얘기를 풀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는 왜 없는 것이냐’는 말이 나왔다. 장 대표는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만 즐겁게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여러 여행자에게 이탈리아의 얘기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 했죠”라며 당시를 얘기했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라는 직업도 장인정신을 갖고 끝없이 공부하고, 일하며 여행자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0년, ‘유로자전거나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다

2000년 초, 방학이 되면 대학생들은 유럽으로 나갔다.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정보도 구하기 어렵던 때라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를 중심으로 ‘호텔팩’, ‘단체배낭팩’ 등의 상품이 주를 이루던 때다. 15명 이상 팀을 이뤄 이동을 함께하지만 가이드는 없었다. 때에 따라 인솔자만이 함께 했다. 부족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여행지에서의 일정을 스스로 계획하고 여행하지만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할 때가 많았다. 가이드북을 토대로 인증샷을 남기기 마련이었고, 뒤돌아서는 발걸음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의문이 남았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해도 왜 유명하게 됐는지, 왜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인지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갸우뚱하고 미술관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깊이 있는 여행을 바라던 여행자의 니즈는 곧 유로자전거나라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수요가 폭발했다.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은 것이다. 유로자전거나라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평균 30% 이상,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50% 이상 성장했다. 2014년에는 전년 대비 63% 성장율을 기록했다. 그렇게 유럽 배낭여행자들에게 ‘로마 바티칸 지식가이드투어’는 필수코스가 됐다.

“로마 바티칸 투어와 로마1일 시내투어 등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가이드투어 제공 지역을 넓혀달라는 여행자의 목소리가 많았어요. 지역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죠. 2002년에 나폼소(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투어, 파리시내 지식가이드투어, 2003년에 대영박물관투어, 런던 지식가이드투어, 파리 오르세 미술관 지식가이드 투어 등이 생겨난 배경이에요”라며 장 대표는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100여명의 가이드가 ‘힘’

단체 배낭여행이 시들해질 즈음, 국내 여행자의 해외여행 패턴도 변하기 시작했다. 자유여행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 그 전에도 자유여행 수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이들의 니즈 역시 배낭여행자들과 다를 것은 없었다. 로마를 방문하는, 그리고 파리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바티칸과 시내투어 등은 기본 선택 사항이 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점. 여행자들은 똑똑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욱 깊이 있는 정보를 원했다. “그것이 가이드 교육을 섣불리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장 대표는 말했다.

유로자전거나라에는 철칙이 있다. 모든 가이드들은 수련기간을 거쳐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희망하는 국가에 대한 역사와 문화, 전통을 공부하고, 각자가 공부한 과정들을 모든 직원이 모이는 스터디시간에 다함께 공유한다.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끝장토론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그러면서 전달 능력을 쌓는다. 준비과정만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검증되지 않은 가이드는 절대 투어를 진행 할 수 없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철저하게 여행이 좋아서, 가이드라는 직업을 천직이라 생각하는 프로 가이드만이 실전에 투입됩니다”라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현재 유로자전거나라 소속 가이드만 100여명이 넘는다. 가이드가 곧 회사의 힘이다. 그들의 마인드가 그렇다. “나 한 사람의 잘못이 동료 전체와 회사를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 유로자전거나라 가이드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일일투어를 최초로 개발하고 새로운 개념의 지식가이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인 만큼, 기존 가이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유로자전거나라만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진심 담아낸 투어는 찬사로

유로자전거나라 홈페이지의 투어 리뷰를 살펴보면 ‘내용에 대한 해설’외에도 다른 것을 느낀다는 리뷰들이 많다. 가이드와 함께한 하루가 왠지 모를 뭉클한 감동이 남았는데 그 느낌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투어 중 남모르게 눈물을 훔쳤다는 사람, 다음번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다시 오겠다는 사람, 깊은 울림을 귀국 후에도 간직하고 싶다는 사람 등 다양한 후기가 남아 있다. 
가이드 칭찬도 줄을 잇는다. ‘하루 종일 방문지를 해설하고 온 몸으로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해준다’, ‘어떻게 자신의 일을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지, 그들의 자부심과 긍지와 표출하는 열정에 놀랍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유로자전거나라와 함께 했던 이번 여행이 제 삶에 예술과 문화, 사람들을 더해줬으며,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알려줬습니다. 좋은 추억과 다양한 이야기들 감사합니다’라고 남긴 한 여행자의 후기는 여행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김지영 실장은 “프로그램을 출시하면 카피하는 업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이드의 열정과 헌신적인 마음, 자긍심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다. 그것이 유로자전거나라가 가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다. 유로자전거나라에는 창립 이래 식지 않은 이들의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지식전달에는 진심까지 담았다. 그것은 2004년과 10년, 두 번에 걸쳐 투어를 경험한 기자도 느꼈던 이들의 최대 강점이었다. 유로자전거나라가 작지만 강한 강소 여행사에서 중소여행사로 성장한 묘수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숨어있는 스토리를 찾아라

여행자들이 원하는 정보만큼이나 이들이 방문하는 도시 또한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더 이상 로마, 파리, 런던과 같은 대도시만을 방문하지 않는다. 대도시에서 중도시, 소도시로 점차 여행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회사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유로자전거나라는     신상품 출시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수요가 있는 곳엔 끊임없는 연구가 이어졌다. 

유로자전거나라 기획실 김지영 실장은 “각 상품 출시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습니다. 지역의 문화, 역사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수 십 번의 답사를 통해 준비합니다. 도시에 대한 모든 스토리를 찾아내고, 우리 것으로 만드는 과정인 것이죠”라며 상품 준비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1일 워킹투어는 곧 차량투어, 1박2일 이상의 스페셜 투어 등으로 확대됐다. 이탈리아 로마를 기반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프랑스, 영국, 체코, 오스트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에 이어 올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기반으로 ‘독일 자전거나라’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8번째 지사가 탄생한 것. 김 실장은 “독일은 과거 역사와 문화, 금융 등 현재도 지속적인 이야기 거리가 탄생하는 나라”라며 “현재 프랑크푸르트 투어, 로만틱 로텐부르크투어, 하이델베르크투어, 뮌헨 마이스터투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어 도시를 넓혀가기 위해 지금도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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