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뙤약볕 아래 늘어선 미국입국사증 신청자들의 애 타는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주한미대사관은 빈틈없는 철의 장막을 계속 고수할 전망이다.
현재 미대사관 앞에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인 상태. 밤을 새운 사증신청자들이 사용한 신문지를 비롯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으며 무질서하게 늘어선 행렬 속에는 서로의 이익을 챙기려는 여행사 직원들간의 말다툼과 반짝 수요를 노린 사이비유학원의 즉석 상담창구, 인터뷰 예약스티커 암거래 등이 공공연히 자행돼「어글리 코리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터뷰 예약스티커의 경우 긴급히 미국을 가려는 수요초과에 편승해 이름이 기재 안된 스티커에 한해서 10만~20만원에 암거래되고 있다고 하나 실제로는 그것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에 있는 여행사 직원들의 얘기다. 그러나 미대사관 측은 담 밖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이다.
답답한 현 상황에 대한 전화문의에는 오직 형식적인 자동응답기로 만 초지일관하고 있는 것을 비롯 혼란스런 창구 앞 행렬에 대한 기본적인 정리조차도 담 너머의 일로 간주해버려 여행사 직원들과 밤을 가장 많이 샌 최고참 사증신청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혼란은 지난달 적발된 미국입국사증 부정발급사건과 관련, 특별감사에 들어간 미대사관 측이 미국여행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부터 종전 1일 평균 1천 건의 여행사보증사증발급제도(TARP)에 의한 사증 접수량을 1일 3백 건으로 축소한 것과 여름철 미국 행 특수가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이 가중되자 대형여행업체와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 미국취항 항공사 등이 미국여행상품 계약고객의 사증 미 발급으로 인해 예상되는 항공좌석예약 취소료, 현지 지상수배 취소료, 고객에 대한 배상 등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들어 미대사관 측에 개선을 촉구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행 노선의 대대적인 예약취소가 예상되자 항공사들은 미대사관 측에 긴급협조를 요청했으나 대사관측은『우리는 특별 감사결과 사증 부정발급 적발과 성수기 등이 겹쳐 대책마련이 곤란하다』며『모든 건은 한달 전에 미리 신청하라』고 답변하는 등 성수기 긴급상황을 무시해 대사관측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스럽게 했다.
이와 관련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존 래티건 주한 미대사관 총영사가 이번 달로 임기가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관계로 현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대사관 측의 대책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결국 TARP에 의한 사증발급을 하고 있는 1백20여 개 여행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1일 3백 건의 할당량을 추첨을 통해 순번을 지정, 1개 업체 당 30건씩 1일 10개의 업체가 사증신청에 들어가기로 현장에서 합의했으나 이해 당사자들간의 의견조정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 이마저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실정. 예를 들어 미국 행 고객을 많이 모객해 놓고 있는 대형여행사의 경우 30건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계약취소가 불가피하고 30건 이하의 소규모업체는 남은 할당건수에 대한 권리를 모두 활용하지 못해 관련업계에 손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추첨에 의한 획일적인 순번제도는 각 업체의 송객에 대한 시간차이를 반영하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실무차원의 문제들은 사업자단체 등이 나서지 정리할 경우 근본적인 개선책은 되지 못할 지라도 업계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년 방학 때만 되면 유학생과 재미교포, 일반관광객 등 입국사증을 발급 받으려는 수요가 일시에 집중돼 여행업계가 항상 업무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경영에 압박을 받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은 미대사관 측의 근본적인 사증 발급건수 확대조치의 조속한 실시와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자세 등이 함께 이뤄질 때만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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