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수화가 그려낸 진기한 화폭일까. 장지아제(張家界)의 주요 산과 기이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뻗은 석봉, 또 석봉을 감싼 수풀 등과 굽이쳐 흐르는 시내는 어느 책에서 보았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우리의 산하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낯설지는 않다. 안평대군의 꿈에서 ‘무릉도원’을 그려낸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본 기억 때문일까. 조선시대 산수화가 중국 화가의 화필을 닮아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내가 봤던 그 풍경들은 우리의 것이 아닌 비로소 장지아제의 비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약간 씁쓸한 감정
,"영화의 ‘호기심 천국’현실도피자 같은 소리지만 영화의 가장 큰 유용성은 고달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한다. ‘네러티브’니 ‘미장센’이니 ‘작가주의’니 하는 말잔치들을 제껴두고 영화의 기본적인 즐거움은 그 상황속으로 몰입하면서 얻게되는 카타르시스임을 거듭 인정한다.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우드(Universal Studios Hollywood)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도피를 위한 완벽한 장소일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장소일 수도 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신(Scene)과 대사가 다르듯
,"분명히 내륙 깊숙한 숲 속을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짙푸른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무리 공기가 맑아 시계가 좋다고는 해도 이건 좀 어이없는 노릇이다. 웬 바다냐고 따지듯 묻자 베테랑 호주 가이드 아저씨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호탕한 너털웃음과 함께 “이곳에 무슨 바다예요, 숲 아니면 하늘이겠지!”란다.워낙 넓고 시야가 탁 트여서인지 호주에서는 숲인지 바다인지 하늘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 두 번 숲을 바다로 혹은 하늘로 착각하고 나면 나중에는 진짜 바다를 보고도 혹시 저것도 숲이 아닐
,"밀짚으로 엮은 삼각 모자를 쓰고 삿대를 이리저리 돌리던 ‘배따라기’ 아주머니가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준다. 햇볕이 내리쬐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삿대로 물을 지치는 시원한 소리에 여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달콤한 오수를 즐긴다.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져가는 쪽배의 나른한 흔들림이 한결같다.태호 안의 섬 주장진주장진은 상하이와 쑤저우 사이에 위치한 작은 수상 도시다. 산뜻한 신흥 부호들의 주거지를 연상케 하는 상하이의 잘 빠진 외곽 지역을 한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한반도의 4분의1 정도 규모라는 엄청난 크기의 태호가 멀리 보였다.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멕시코 시티는 멀고도 높다. 멕시코 시티는 해발고도 2,248m의 멕시코 계곡에 위치해 있다. 한라산이 1,950m, 백두산이 2,750m니까 두 영산의 중간 높이쯤을 상상하면 좀더 실감이 날까? 멕시코 시티로의 입성은 공항에서 마주치는 이국적인 풍경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입국 수속을 받다보면 평지보다 30%나 부족하다는 산소의 빈자리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산소부족으로 소화에 지장을 주므로 저녁식사는 과식을 피하라고 충고할 정도.
,"차가 좋아 다산(茶山)이라 호를 지은 정약용은 “차를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며 차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통차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차 농원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농원이 산책과 다도체험 뿐 아니라, 직접 찻잎을 따 볼 수 있는 새로운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라남도 보성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가깝고, 기온이 온화하면서 일교차와 습도 등이 차가 자라는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이다. 18번 국도를 타고 율포쪽으로
,"성희호 타고 일본으로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던 8월말,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항을 오가는 16톤급 페리인 성희호에 올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6시간이 걸렸지만 부산에서 일본까지는 겨우 3시간이 걸린다. 성희호는 부산항을 출발해 공해상에서 밤을 보내고 일본세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항구에 들어간다. 당일 시모노세키항에 제일 먼저 입항하는 배인 셈이다. 성희호는 객실, 샤워실, 세탁실, 식당, 바까지 갖춘 제법 규모가 있는 배다. 배에서 목욕이라니…. 학교다닐 때 제주도에서 목포까지 소금끼 서린 바닷바람을 맞으며 탔던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의 신천지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한낮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는 황량하다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넓은 배드타운이 형성되어 있지만 그 바깥쪽은 모래바람이 날리는 누런 ‘사막’이 펼쳐져 있다. “사막”, 이것이 지상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지질학적 명칭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잘 알려진 대로 카지노로 인해 부흥을 이룬 관광도시다. 후버댐이 생산하는 저렴한 전기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 라스베가스를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했다면 이 사막위의 도시를 확장시키고 돌아가게
,"헌터밸리로의 여행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경험이다. 잘 가꿔진 포도농장과 멀리 이어진 낮은 구릉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더할 수 없이 신선한 공기가 코로 스며든다. 식사 시간마다 다양한 와인과 멋진 음식들이 미각을 만족시키고 적당한 기온은 이 모든 느낌을 한층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헌터밸리는 일년 중 어느 때 방문해도 좋다. 봄과 가을이야 날씨가 좋아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지만, 겨울에는 벽난로 옆에 앉아 부드러운 와인 한 잔으로 쌀쌀함을 녹이는 낭만이 있어서 좋고 여름에는 수영장에 앉아 차가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안동(安東)이라는 지명을 들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마 비슷할 것이다. 고풍스러운 한옥, 일상복마냥 자연스러워 보이는 한복, 풋풋해 보이는 댕기머리소년, 보는 이마저 미소짓게 하는 하회탈 등 그곳에 가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드는 그런 판타지가 있다.중앙고속도로가 생긴 이후 안동은 서울에서 3시간이면 가뿐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됐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새벽 일찍 출발하면 두 세 군데의 사적을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다. 하루 여행이라면 안동 북부에 퇴계종택과 도산서원 쪽이나, 중앙에 봉정사와 학봉
,"음력 8월 15일, 보름달이 가장 아름다운 이 때에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추석을 지내는 우리와 같이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여 오곡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달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내는 명절이 있다. 기원전부터 이루어졌다는 이 중추절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옛날에, 지구의 주위에는 열 개의 해가 있어 지구를 밝고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느날 열 개의 태양이 지구를 태워버릴 만큼 뜨거워져 모두들 괴로워할 때, 용감한 궁수인 호우이가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쏴 떨어
,"이른 아침, 스멀거리는 물안개 속에서 이제 막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굴 요리와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는 게 요리를 맛본다. 레몬소스보다 청량하고 싱싱한 맛은 그예 입안에 감칠맛을 남기고 만다. 개울물 소리와 새 울음소리만 빼면 고요 그 자체인 산 속에서 즐기는 승마는 ‘게 & 굴 크루즈(Crab & Oyster Cruise)’로 상큼하게 시작한 하루를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파충류 공원(Australian Reptile Park)에서는 캥거루에 직접 먹이를 주기도 하고, 숫기 없는 코알라를 안아보기도 하며 색다른 체험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