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카페, 강화도에선 마음의 부등호가 한 쪽으로 기우는 법이 없었다. ●악동 DNA어릴 적 나는 동네에서 소문난 악동이었다. 아파트 층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건 기본, 멀쩡한 엘리베이터 문에 ‘고장’ 문구를 적어 두는가 하면, 단지 내 토끼장의 토끼를 밥 먹듯이 풀어 줘 경비 아저씨를 매번 곤란하게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맘때쯤 태어난 동생에게 가족들의 관심이 쏠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는데, 사실은 그냥 경직된 분위기를 부수고 해방감을 느끼는 게 좋았다. 몸 속 어딘가에 악동 DNA라도 남아 있는 걸까. 부모님의 회초
불현듯 고창이 그립다. 선운사 고요한 경내가 아련하고 문학의 향기가 그윽하다. 자꾸 맴도는 감칠맛은 또 어쩔 셈인가! 고창으로 가야할 때다. ●구름 속 참선, 선운사 선운사로 진입하는 첫 관문인 선운산도립공원에 발을 들이고서야 고창 여행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그만큼 선운사는 고창을 대표하는 장소다. 선운사를 둘러싼 도립공원은 계절과 상관없이 각각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선운사는 산세와 어우러진 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선운산 내에 자리한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산이다. 조선 후기 번창할
길 걷다 차이는 게 돌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당장 제주로 떠나시라. 제주의 돌은 그런 게 아니다. 돌은 문화요, 역사요, 예술이니지긋이 음미하시라! ●제주를 나는 검은 용 ‘밭담’ 구멍 숭숭 뚫리고 새까만 제주도의 현무암 돌덩이는 천년 세월을 머금은 ‘밭담’으로 재탄생했다. 밭담은 긴 세월 동안 대대로 이어지며 하나하나 쌓여진 농업유산이다. 농경지에서 나온 돌과 인근 돌을 이용해 쌓는다. 농토의 경계로서는 물론 토양유실을 막고 바람을 걸러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제주도 농업인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셈
울진의 숲은 향기롭고 따뜻하다. 금강소나무 올곧은 숲은 솔향기로 빽빽하고, 천연 온천수 샘솟는 대지는 뜨끈하다. 숲을 거닐고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 ●가슴 가득 파고드는 500년 솔향기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니 이게 얼마만인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오프로드 재미에 빠져 깊은 숲속 오지로 들어간다는 점도 잊는다. 이게 과연 맞는 길일까 살짝 불안해질 즈음 깊은 산중에 있을 법하지 않은 현대적 건물이 나타난다. ‘국립 소광리 산림관리센터’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이곳 산림은 바로 울진 금강소나무 숲이다.금강소나무는 굽지 않고 곧게
파주에 10년을 살며 알게 된 건 이 도시가 지나치게 맛있는 곳이라는 것. 장어, 두부, 막국수, 돼지갈비, 순댓국, 칼국수, 부대찌개, 파스타 등등, 거기에 수준급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카페도 많다. ●우울증 초기입니다병원 로비에서 수학 문제집 같은 설문지를 30분 동안 작성한 후 찾은 상담실. 의사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밀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니까요. 지금 나이면 한 번쯤 찾아옵니다. 1년 정도 치료하면 나아질 겁니다.” 우울증이 시작됐다. ●우울증엔 맛있는 음식이 가장 좋은
부산여행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에 현재의 색을 입힌 여행지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갈치 시장, 흰여울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이초량 이바구길 등이 대표적이다. 옛 모습 원형을 지키면서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벽화를 그리거나 시설 확충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본래의 가치와 정신을 유지하는 게 중요 포인트다. 흰여울문화마을은 과 촬영지로 활약하는 등 유독 영화와 관련이 깊다.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 만나는 좁다란 골목들이 옛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메인 길목을 따라 걷다 보면 에서 최순애(김영애 역)와
키덜트(Kidult)는 어린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이(어른+아이)’를 지칭한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끼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 숱한 ‘어른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 서울 키덜트 소품숍 9곳을 가 다녀왔다.●토이스토리 덕후를 위한 건대 토이쩔어스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이곳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픽사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덕후’라면 토이쩔어
한 번의 여행으론 아쉬움이 남는 여행지가 부산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조화를 이룬 곳들이 수두룩하니까.계속해서 새로워지는 이 도시의 다음 모습도 궁금하다.하늘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부산은 도시와 자연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꼭 가고 싶은 희망 여행지’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도시다. 테마도 다양하다. 미식, 자연, 역사, 액티비티 등 우리가 여행을 통해 즐기고 싶은 대부분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게다가 자갈치 시장, 남포동 등 오래된 공간과 해운대 센텀시티, 럭셔리 호텔 등의
●우리나라 최고 목조건물 앞에서봉정사차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오르는 길이 좋으니 산책 겸 걷는 것도 좋다는 매표소 아저씨의 조언을 따르기를 잘했지 싶다. 제법 가파른 비탈길이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호젓하게 감싸주니 전혀 힘겹지 않다. 그렇게 솔숲 산책길을 걸어 오르기를 10여분, 속세와의 경계인 듯 일주문이 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정사가 고색창연한 자태로 나타난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고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봉정사. 압권은 우리나라 최고 목조
지금까지의 공원이 경관과 테마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공원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공존의 자리다. 익산이 그리는 미래의 공원이다. ●미륵산 아래서 미래의 눈으로 이제는 터로만 남은 익산 미륵사지가 기대고 있는 산의 이름은 미륵산이다. 높은 산이 귀한 익산에서 미륵산은 가장 높은 산이고,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아담한 저수지가 보인다. 금마면에 위치한 금마저수지다. 미륵산(430m)과 용화산(342m)에서 흘러내린 물은 이 저수지에 고였다가 평원으로 퍼져 나가 곡식을 키운 후 다시 만경강에 합수해 서해로 흘러간다.
이것은 허리가 뻐근한 이야기다. 끊어지고 토막 난 백두대간을 복원하는 과정에는 분단의 현실과 훼손된 생태의 현실이 모두 소환된다.●마을로 내려온 백두대간 남원은 지리산의 서북쪽에 있다. 전라북도가 나눠 가진 지리산의 지분을 남원이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원의 생태관광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넓게는 백두대간이라는 큰 무대까지 바라본다. 남원 주천면 노치마을은 유일하게 백두대간이 마을을 통과하는 곳이다. 일제가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기 위해 커다란 목돌 6개를 땅에 박았다는 이야기가 그 증거다. 목돌을 박은 이후 마을 사람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안동을 여행하니,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퇴계처럼 기품 있고 간결하니도산서원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