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 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 무려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1956년, 제2시장이라고 불리던 지금의 강릉 중앙시장은 이름을 바꾸고 크게 번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의 폭우와 강풍, 화재에도 굴하지 않고 우뚝 서서 강릉의 상권을 이끄는 중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강릉 중앙시장에는 고소한 튀김냄새가 마를 날이 없다. 입구부터 빼곡히 늘어선 먹거리와 지글지글 튀김소리에 일단 칼로리 계산은 접어뒀다. 중앙시장의 명물 중 하나인 호떡 아이스크림은 에피타이저로 딱이다. 갓 튀긴 따끈한 호떡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
간밤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았던 날.소록소록 이야기가 흐르는 곳으로 걸음을 뗐다.▶21-22’ 한국관광100선강화 원도심 스토리워크강화 원도심을 걸으며 강화읍에 관한 역사와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도보 코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1~2022 한국관광 100선’에 꼽혔다. 1970년대 초까지 방직산업으로 활황을 이루었던 마을의 모습과 3·1운동 당시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 등을 찾을 수 있다.거리│2.6km소요시간│약 2시간코스│심도직물터→용흥궁→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 3·1독립만세 기념비→700년 은행나무→이화견직 담장길→
고성에 독수리가 찾아왔다. 그것도 떼로.몽골에 사는 독수리가 23년간 고성을 찾는 구구절절한 사연.저 멀리 보이는 북쪽 끝 산봉우리의 꼭대기, 지역 주민들이 연지산이라고 부르는 산의 정상 위로 검은 점 서너 개가 빙빙 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이제는 수십 개의 점이 저마다의 규칙으로 움직인다. 숫자는 점점 많아진다. 이제는 서쪽에서도 한 무리의 검은 물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독수리다. 이미 벌판에 앉아 있던 또 다른 무리의 독수리 떼는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와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빵빵한 마대 자루 10여 개가 벌판에
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 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가까운 것에 관심 두지 않았던 날들에 대한 반성은 의외로 강릉의 한 책방에서 비롯됐다. 잦은 방문으로 낯설지 않은 강릉이었지만, 고래책방은 초행이었다. KTX 강릉역에서 도보 13분. 복작복작한 도심을 지나 도착한 서점은 어딘가 바다를 닮아있다. 넓은 공간감 때문일까 했는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고래책방에는 한계가 없었다. ‘책방’이라는 상호는 그저 상호일 뿐, 고래책방은 무한한 다른 공간으로 변형이 가능했다. 칸칸이 책들로 빼곡한 가운데, 1층 한쪽 구석에서는 향긋한 커피
도심 속에 우뚝 솟은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작지만 이름처럼 큰 산, 홍콩 빅토리아 피크는 늘 그 자리에서 따뜻하게 사람을 품어준다.●피크가 거기 있으니까 집안의 분위기는 뷰(View)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홍콩에 사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바다 풍경(Sea View)을 선호하지만, 개인적으로 산이 보이는 뷰(Mountain View)를 훨씬 좋아한다. 안방 침대에 누우면 저 멀리 빅토리아 항구와 센트럴의 빌딩숲이 보이지만, 거실 소파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완만한 곡선의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
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 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 언덕 위의 화려한 월드‘강릉 지역 날씨’. 여행 전날, 이 문구는 네모난 검색창 위로 수도 없이 입력됐다. 우산을 챙길까, 부채를 챙길까. 영동북부지방의 연평균 강수량은 1,400mm. 서해안의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타 지역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애매한 강수확률에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결단이 내려졌다. 실내를 공략하자. 무더위와 강추위, 태풍과 폭설에도 끄덕 없는 무적의 여행지, 그 첫 시작은 언덕에서부터였다. 굽이굽이 많이도 올랐다. 택시기사가 멈춰선 언덕에는 거대한 직사각형
▶HOTEL우리가 기억해야할 목화 호텔목화 카페&베이커리 호텔목화는 독산 바위 위에 있다. 1964년 근대양옥여관 관해장으로 운영됐던 이곳은 지난해 겨울 호텔목화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곳 아래에 있는 한옥은 330여년 전 조선시대 장산 원님의 사랑채였던 곳으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한옥 건축기법 20여 가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가치를 뽐낸다.관해장은 당시 목포를 방문한 박정희 및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고 갈 정도로 목포에서 가장 고급 숙소로 꼽혔고, 이후 근대 역사를 다룬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렸다.
잘 먹고, 잘 쉬고. 몸을 챙길 때다. 여행이 자유로워지는 날 가장 먼저 달리고 싶은 오키나와 건강 로드.맑고 투명한 물빛,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 자연이 이리도 맑으니 오키나와를 터전 삼은 먹거리도 깨끗할 수밖에. 오키나와는 청정 자연을 바탕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고기, 채소 등이 풍부하다. 특히 흑당, 소금, 모즈쿠, 시콰사, 아와모리 다섯 가지 특산품은 음식에 녹아들며 감칠맛을 더한다. 몸도 마음도 오롯이 치유하기 위해 오키나와 특산품과 산지를 함께 들여다봤다. ●salt 바다가 선물한 생명소금오키나와 소금은 산지에 따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세상이 멈췄지만, 다시 세상은 조금씩 힘을 내며 흘러가고 있다. 지금 여기 홍콩은 조금 덜 붐비고 차분하지만, 차츰 예전의 활기와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나는 홍콩 미드레벨에서 살고 있는 8년차 ‘미드레벨러’다. 운동화를 신고 신발끈을 꽉 조이며 하루를 시작한다.▶미드레벨과 사랑에 빠지기까지 오래전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홍콩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현지 부동산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메이(아직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니 신기하지만)’였다. 그녀는 내가 살 만한 집들의 추천 리스트를 메일로 보내 줬
Activity ▶ 색다른 각도로 바라본 목포●해상 케이블카 & 스카이워크단조롭던 목포에 굵직한 시설이 하나둘 생겼다. 낭만항구 목포로 변신하기 위함이다. 우선 지난해 오픈한 항구도시의 매력을 살려 국내 최장 길이의 3.23km 해상 케이블카가 북항 승강장에서 시작해 유달산, 고하도 승강장까지 이어진다. 왕복 탑승시간만 약 40분. 맑은 날에는 청량한 풍경을, 안개라도 낀 날에는 몽환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의 풍경도 인기. 올해 7월에는 유달유원지 앞바다에 스카이워크가 개장했다. 투명한 유리바닥으로 제작
만물의 관성은 시간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포가 달라졌다. ●목포는 낭만항구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목포에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연고지도 아닌 목포에 말 못할 사연이라도 묻어둔 걸까? 아니다. 그저 목포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된 애타는 마음이다. 목포는 1897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도시다. 자주적으로 개항한 항구도시이자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4대 항구도시 중 하나임에도 목포의 인구는 약 22만명. 부산(340만명)이나 인천(294만명) 등 다른 항구도시에
구석구석 전주의 마을은 다양한 옷을 입고 있다. 오목대 육교를 건너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자만벽화마을이 펼쳐진다. 십여 년 전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 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탄생하게 됐다고. 애니메이션, 팝 아티스트들이 화려하게 벽을 수놓은 골목으로 들어서다 슬램덩크 강백호의 강렬한 눈빛을 마주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만화 대사가 불쑥 떠올랐다. 마을 정상에 오르면 한옥마을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전주천을 건너 서학동 예술마을로 향했다. 십 년 전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부부가 터를 잡았다. 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