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가 하염없이 길어진다.어떠한 위로도 부족할 줄 알았건만담담함 속에서 평온함이 찾아왔다.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말이다. ●내면이 편안함으로 채워질 때국내를 비롯해 수많은 외국 도시들이 관광의 큰 주제로 힐링을 앞세운다. 그럼에도 머무는 걸음마다 쉼이 되고, 마음이 치유되는 여행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주는 다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제 옷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영주다. 여행의 중심은 부석사와 소수서원, 무섬마을이다.‘영주=부석사’라고 단언해도 될 정도로 부석사(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 창건)의 입지는 단단하다. 영주
쨍한 하늘 아래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양양으로 떠났다. 서핑에 대한 오해 셋 요즘의 나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평소 좋아하는 와인과 위스키를 공부하고 주식과 관련된 책도 읽는 중이다.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그 어려운 일주일 금주도 성공했다. 이른 봄에는 집 앞에 방치된 노지를 다독여 작은 텃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상추며 딸기, 감자 등을 심었는데 첫 농사치고는 수확이 좋다. 가끔 쉬는 날에는 큰맘 먹고 산 정상에도 오른다. ‘고작?’ 일지도 모르는 소
쉬어가기로 마음먹은 날, 충청남도에 쉼표 하나를 찍었다. ●예산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황새공원뱁새의 다리로 황새의 삶을 살아왔다. 다리는 짧지만 예산이 고향이라는 뜻이다. 황새는 우아하다. 검고 긴 부리, 그 옆으로 붉게 물든 눈 주변. 날개를 활짝 펴면 그 길이가 270cm에 달한다.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된 우리나라에선 황새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충남 예산군은 삽교천,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범람원 습지가 발달되어 있어 최적의 황새 서식지로 손꼽혔다. 하지만 195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자취를 감추기
울산에 와서야 깨달았다. 편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산업도시로만 알려졌던 울산은 산과 바다 그리고 도심의 현대적인 풍경이 어우러진 알짜배기 관광지였다. 관광도시로 비상하는 울산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자. ●다 이유가 있지, 울산의 대표 명소 해송과 기암괴석이 가득대왕암공원대왕암공원에는 푸른 녹음이 가득하다.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해송이 그늘을 드리워주니 선선하기 그지없다. 그 덕에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해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빽빽한 송림길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 선유도는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초입에 산신령 조각상이 구름을 탄 채 떡 하니 외지인들을 맞아서였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신선이 놀고 갈 정도라고 했을까. 신선놀음 할 거리는 많았다. 명사십리 해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초승달 모양으로 완만하게 굽은 해변은 실제로는 1.5km로, 십리(4k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호젓한 분위기와 멋들어진 풍경은 백리 이상이지 싶었다. 서해안 해안이 대부분 갯벌 해변인 데 비해 선유도해수욕장은 고운 모래해변이고, 완만하게 바다로 흘러가서인지 어
아주 오래 전, 군산으로 불렸던 바다에는 섬들이 오밀조밀했다. 지금, 군산으로 불리는 도시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이 아련했다.아니 다녀간 듯 살며시, 두 군산을 다녀왔다. ●옛 군산 섬들의 향연 선유도는 한 때 군산도라 불렸다. 조선시대 수군 기지 역할을 했는데 수군기지가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간 후 선유도로 불리게 됐다. 섬의 두 봉우리가 마치 두 신선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신선들이 놀다 갈 정도로 아름답다 해서 그랬단다. 이곳의 섬 무리들도 옛 군산의 섬 군락지라는 뜻으로 고군산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군산군도는 1
퇴적된 시간의 흔적무려 2,300만년 전이다. ‘만’ 자가 빠져도 까마득한 세월인데, 그 오래 전 지각 변동의 여파로 정동진에는 국내 최장 길이의 해안 단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비경 지대를 따라 2017년,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개통됐다. 이름대로 탐방로의 지형 모양은 바다를 향해 부채모양으로 펼쳐져있다. 총 4코스로 이뤄져있는 바다부채길은 편도 2.86㎞, 걸어서는 약 70분이 걸린다. 천천히 1코스만 산책하든, 바지런히 4코스까지 정복하든, 선택은 자유다. 선택지가 훌륭하니 어떤 길을 택하든 후회는 없겠다. 동쪽 바다는 봄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의 배경지로 등장한 호주 골드코스트.주인공 에릭은 이곳에 한식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였다.왜 하필 골드코스트일까? 드라마 속 장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골드코스트(Gold Coast)는 호주 퀸즈랜드주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퀸즈랜드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은 젊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곳이라면, 골드코스트는 호주 로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꼽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힌터랜드, 온 가족이 함께
봄의 입구에서 정동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8톤 어치의 시간꼭 박하사탕이 부서진 듯한 바람이었다. 청량하고 맑고, 또 화했다. 이토록 시원한 바닷바람은 간만이었다. 성큼 가까워진 동해였기에, 뜻밖의 설렘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올해 3월2일부터 강릉선 KTX는 동해역까지 발을 뻗었다. 서울역에서 2시간. 환승도 필요 없다. KTX를 타고 무궁화호 열차나 버스로 꾸역꾸역 갈아타던 시대는 2019년 겨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정동진은 바야흐로 ‘만만한’ 여행지가 됐다.지난 20년간 정동진은 수많은 이들의 새해를 함께 했다. 매일 똑같이 뜨고
평균 해발고도가 700미터인 ‘해피 평창’에서는 옷깃을 자꾸 여몄다. 3월 말,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봄이었다. 하지만 어린 양들은 이미 두터운 옷을 벗어던지고 봄맞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대관령 양떼목장에 지내는 300여 마리의 양들은 1년에 한 번 2~3월 사이에 두툼하게 자란 털을 깎는다. 동글동글한 털뭉치를 입은 양들이 자연초를 뜯어 먹는 풍경을 기대했건만 바리캉으로 맨들맨들 말끔하게 이발을 마친 양들은 목장 안에서 우적우적 건초를 씹고 있었다. 양들은 5월부터 9월까지 가축장에서 벗어나 방목한다. 아직은 춥지 아닐까? 아
가장 먼저 봄을 알아챈 건 이끼다. 월동한 전나무는 이끼 덕분에 기지개를 켰다. 어린 양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숲에는 여린 생기가 돌았다. 봄바람이 불었다. 2020년 봄날의 소원불자가 아니더라도 월정사 주변으로는 언제나 사람이 모인다. 아무래도 전나무 숲길 때문인 것 같다. 월정사 입구 금강교 옆으로 뻗은 약 900m의 길은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 숲과 함께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추위에 강한 음수라 사시사철 푸르다. 푸른 잎 위로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이 예뻐 겨울철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관광지로서 유명한 사찰이 하나쯤 있다. 영주 부석사, 부산 해동용궁사, 경주 불국사 등이 대표적인데, 여수 향일암도 뒤처지지 않는 다. 특히 금오산 기암괴석 절벽에 세워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신비로움’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며,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로 난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대웅전에서 향일암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유독 돌로 만든 거북이가 눈에 띈다. 금오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 대부분이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