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목포의 근현대를 만났다. 영광과 기쁨보다는 아픔과 상처의 흔적이 더 크다. 시간이 멈춘 목포의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목포의 옛 모습 그대로 다순구미 전남 목포 온금동의 옛 이름은 ‘다순구미’다. 따사롭다는 뜻의 사투리인 ‘다순’과 몽골어로 후미진 곳을 뜻하는 ‘구미’가 합쳐진 이름이다. 언뜻 보면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닮은 듯하지만, 그곳과는 또 다른 포근함과 한적함이 있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내화 폐공장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고, 1970년대 대통령선거 포스터가 여전히 붙어 있을 만큼
남강의 도도한 물결과 기암절벽의 절묘한 조화가 아름다운 도시 진주.조선시대 3대 절경으로 유명한 촉석루, 임진왜란 3대 대첩지인 진주성, 풍류가 흐느는 남강, 전통문화의 멋과 여유가 묻어나는 교방 문화까지 진주를 수식하는 매력은 꼬리를 문다. 진주의 참맛, 장어구이와 냉면 진주의 맛을 이야기할 때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장어구이다. 진주 장어구이가 유명한 이유는 진주 인근에 남해안 붕장어 산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 장어구이는 붕장어를 약간 건조시켜 꼬들꼬들해지기 전에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장을 발라 굽는 것이 특징
남도에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생생하다. 이순이 장군이 이끌던 전라 좌수영이 있던 여수에서는 매년 5월이면 전라 좌수영 수군 출정식이 열린다. 우수영이 있던 해남과 진도 일대에서는 9월 명량대첩축제로 장군을 기린다. 장군의 기개를 찾아 남도로 떠난다. ●여수 좌수영 전군 출정하라! 지금도 쩌렁쩌렁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 여수 진남관으로 향했다. 여수항을 곁에 둔 이순신 광장에서 종고산 비탈을 오르는 길에 진남관이 기다리고 있다. 본래는 이순신이 이끌었던 전라 좌수영의 본영으로 사용한 진해루가 있던 자리인데 정유재란 때 불에 탄
문학여행 이효석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해마다 이면 봉평은 하얗게 물든다. 메밀밭 주변의 좁은 길을 나귀와 함께 걸어가는 세 사람이 보인다. 방울소리도 밭을 따라 딸랑딸랑. 글로 영상을 그리는 작가 이효석의 재주는 그저 탐이 난다. 장돌뱅이 허생원은 아들일지도 모르는 동이와 함께 봉평장을 돌았을 것이다. 이효석의 소설 이 아니었다면 메밀에서 꽃이 피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가루가 된 메밀은 국수로도 묵으로도 만들어지고,
청송사과, 송소고택, 주왕산도 유명하고, 주산지도 유명한데, 문학의 향취도 짙게 배어있다. 의 작가 김주영에 끌려 청송 문학여행을 떠난다. 의 작가 김주영 선생은 청송 출신이다. 19세기 등짐과 머릿짐을 지고 고개 넘어 장터를 떠돌던 보부상들의 애환을 재현한 대하소설이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놀이터 겸 인생학교가 바로 청송 진보장터였다. 그래서 문학여행 코스에서 빠지지 않지만, 대부분의 재래시장이 그러하듯 이곳도 멋없이 정비돼 버렸다. 그 아쉬움을 ‘뻥’하고 날려버린 것은 어디선가 날아 온 대포 소리. 콩
단오날에 부채를 선물하던 풍속은 어디에서 왔을까? 1,000년 역사의 자존심을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고장. 바람을 일깨우는 자리, 전주에서 답을 찾았다. 전주 부채, 바람을 다스리다 전주의 수많은 자랑거리 중 부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예부터 전주 부채는 전국 최고로 평가받았다. 질 좋은 한지와 곧고 단단한 대나무, 전주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이 더해져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담양과 전주 일대의 대나무와 한지 산지를 중심으로 명맥을 잇는 장인들의 작품이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역사를 살
아예 모르면 몰라도 일단 알게 되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말은 곶자왈을 두고 한 말 같았다.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제주만의 신비로운 숲 곶자왈, 그 아늑한 품에 안겼다. 청수 곶자왈에 들었다. 숲의 울창함을 용케도 뚫은 5월의 햇살이 이곳저곳에서 반짝거렸고, 산새의 지저귐은 반주처럼 화음을 맞췄다. 그 숲길을 걷노라니 몸이 먼저 오랜 동안 잊혀졌던 ‘평온’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평온하고도 평온하고, 또 평온했다. 제주 중산간 마을 서민들의 아픈 상처도 서려 있었다. 이곳 수목의 수령은 기껏해야 30~40년 정도여서 갸름하고 얄팍했다
사찰여행 해인사해인사 소리길의 ‘소리’는 ‘Sound’를 뜻하지 않는다. 소리(蘇利)는 불교에서 ‘이상향’ 혹은 ‘피안’이다. 신라 최고의 천재로 칭송받았지만 말년에 해인사에 머물다 홍류동 계곡에서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혹은 방랑 끝에 죽었다는) 최치원에게 이곳이 피안이었듯이…. 해인사 산책로 6.3km는 2011년부터 소리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시작된 소리길은 해인사에서 끝이 난다. 해인사 경내로 들어서서는 한눈팔지 않고 장경판전으로 직행했다. 해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장경판전은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
굴비 말고도 영광의 매력은 다양하다. ‘신령스러운 빛의 고장’이라는 지명 풀이 속에서 영광이 품은 종교적 색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심에 불갑사가 있다. 불갑사를 말하기 전에 법성포를 알아야 한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인도의 승려인 마라난타를 뜻한다고 한다. 마라난타가 384년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면서 처음 발을 디딘 곳이 바로 법성포라고 전해진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는 법성포를 통해 백제불교를 전한 마라난타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들어서면 무엇보다 인도 간다라 양식으로 지어진
더위에 지친 날엔 아름드리 편백나무들 사이를 걸어보자. 톡톡 터지는 피톤치드 향기를 가슴 한 가득 들이 마시면 날아갈 듯 상쾌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편백나무의 선물을 가득 담아 장흥군 억불산의 랜드마크는 역시 우드랜드다. 약 100헥타르 규모의 언덕에는 수백그루의 편백나무가 빽빽이 모여 있는데, 수령만 40년생이 훌쩍 넘는단다. 길쭉길쭉 하늘 높이 뻗은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는 우드랜드를 삼림욕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특히나 편백나무는 일반적인 다른 나무들에 비해 피톤치드를 더 많이 방출하는 나무 중 하나. 우드랜드 안
Citytour! 경주 태양이 저물고 달과 별이 가득한 시간. 역사와 전통의 경주는 밤이 되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한 도시로 탈바꿈한다. 밤에 만난 경주 이야기다. 단아하게만 느껴지던 낮의 문화재들은 색색의 조명들이 어우러져 아름답고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경주의 야경명소를 모두 보려면 하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다면 더욱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대표적인 야경 명소는 단연 동궁과 월지다. 동궁과 월지는 흔히 알고 있는 임해전지와 안압지의 본래 이름이다. 안압지는 조선시대 묵객들이 갈대와 부평초가 무성한
가슴이 답답한 날엔 그곳을 찾는다. 해수관음보살 앞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꼭 이뤄진다고 해 1월1일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곳, 만지면 득남한다고 해서 코와 배가 매끌매끌해진 달마상이 해맑게 웃는 곳, 한가로이 해변산책길을 걸으면 청아한 파도소리가 심신을 편안케 하는 곳, 부산 해동 용궁사다. 부산 동쪽의 송정해수욕장은 외지 관광객들보다 부산 시민들이 한여름 즐겨 찾는 해수욕장이다. 해운대에서 20~30분 거리인데, 잔잔한 물살을 즐기기에 제격이고 부산의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슈퍼마켓 등도 여전해
사찰여행 : 월정사 전나무들이 나를 위로해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기분 좋은 향기를 뿜어내는 나무들 사이로천천히 걸었다. ‘좋다. 참 좋다.’ 맘엔 절로 치유의 싹이 움텄다. 오대산 국립공원 안내사무소를 지나 펼쳐지는 전나무 숲길도 월정사의 백미거니와 물이 너무도 맑아서 열목어가 산다는 금강연이 월정사 앞으로 굽이굽이 흐르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오대산은 신라 자장율사가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이 사는 산으로 믿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불교성지로 이름을 알렸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적멸보궁이 상원사와 이웃하고 있어 불자
내륙에 위치한 제천이 ‘물의 고장’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청풍호가 감싸고 있어서다. 1985년 충주댐 준공으로 조성된 호수다. 충주에서는 충주호라고 부르지만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유람선, 트레킹, 카약…. 즐기는 방법도 여럿이다. 제천은 선사시대부터 문화의 중심지였다. 구석기 유적은 물론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 이르기까지 문화의 중심지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러나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제천의 60퍼센트 이상이 수몰될 상황에 처했다. 그때 지역의 문화재들을 한곳에 모아 만든 것이 바로 ‘청풍문화재단지’다. 보물·지방유
길은 타임머신처럼, 정약용 선생이 유배 길을 걷던 조선 후기의 강진으로 데려다 주었다.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란 별명을 지닌 만덕산. 그 안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남도유배길이 있다. 남도유배길의 4개 코스는 각각 13km가 넘는 길이다. 하나를 완주하는 데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므로 도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남도유배길의 ‘맛보기’이자 핵심 코스는 2코스의 다산오솔길 중 다산초당-백련사 구간이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오솔길은 빨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동백림으로 유명하다.
예부터 많은 문인묵객이 단양의 아름다운 경치에 탄복했고, 이곳에서 지극한 풍류를 누렸다. 그래서 ‘단양 8경’은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다. 단양 8경은 조선개국 공신 삼봉 정도전을 비롯해 퇴계 이황과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등 많은 선비와 화가가 사랑했다. 단양 8경의 백미는 도담삼봉이다. 남한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도담삼봉의 삼도정에서 단양 15대 군수였던 퇴계 이황은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시를 읊조렸을 것만 같다. 기생 두향과의 못다 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고한 기개를 지켜야 하는 선비로서 그는 두향을 향한 사랑을 고이
Close Up! 바다열차스크린은 영화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고혹적인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바다열차 여행은 차창을 통해 바다의 삶을 보여 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바다열차는 정동진, 묵호, 동해, 추암, 삼척에 이르는 56km의 해안선을 달리는 기차다. 정동진에서 삼척역까지 6개 역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데, 이왕이면 전 구간 탑승을 권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바다의 모습에 넋을 잃게 될 테다. 바다열차 여행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바다를 향해 난 좌석에 앉아서 1시간20분 동안 동해의 일상을 경험한
‘짠’하고 ‘찐’한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남포동과 자갈치시장에 갈 일이다. 그곳엔 “어서 오이소” 하고 두 팔을 내젓는 부산이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남포동엔 없는 게 없다. 먹을 것도 ‘천지 삐까리’, 입을 것도 ‘천지 삐까리’, 볼 것도 ‘천지 삐까리’다. 매우 많고 널렸다는 말이다. 남포동의 초입은 영화극장이 마주 보고 서 있는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이다. 광장에는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의 손이 핸드 프린팅으로 박제돼 있다. 매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면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새롭게 핸드 프린팅 대열에 합류한다. 남
그때, 어디선가 훅하고 바람이 불어왔고, 순간 여행의 세포가 온전히 돌아왔다. 그것은 비릿함이나 끈적거림이 없는 청정해안 울릉도의 상쾌한 바람이었다. 울릉도의 첫인상은 산과 돌이다. 울릉도를 여행하다보면 울릉도에 많다는 다섯 가지, 돌, 바람, 물, 미인, 향나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산중으로 갈수록 풍경은 울창한 숲과 화산암벽으로 압도되고, 인적을 찾는 일은 무의미해진다. 심지어 울릉도에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검은 자갈이나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모래사(沙)’자를 쓰는
제주의 찬란한 자연은 섬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있지만, 제주의 지질명소를 둘러보면 제주의 ‘진짜 모습’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은 경이롭다. 수 십 만 년 전부터 수 천 년 전까지 계속된 화산활동으로 다양한 화산체들이 제주 전역에 생겨났다. 이런 일련의 활동은 제주의 자연 경관을 유일무이한 것으로 만들었다. 방패를 엎어 놓은 듯 웅장하게 솟은 한라산, 360여 개의 오름, 용암활동이 빚어낸 아름다운 동굴, 생태의 보고 곶자왈, 여러 섬과 청량한 바다 등 제주가 품은 자연은 알면 알수록 경이롭다. 2010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