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된 시간의 흔적무려 2,300만년 전이다. ‘만’ 자가 빠져도 까마득한 세월인데, 그 오래 전 지각 변동의 여파로 정동진에는 국내 최장 길이의 해안 단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비경 지대를 따라 2017년,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개통됐다. 이름대로 탐방로의 지형 모양은 바다를 향해 부채모양으로 펼쳐져있다. 총 4코스로 이뤄져있는 바다부채길은 편도 2.86㎞, 걸어서는 약 70분이 걸린다. 천천히 1코스만 산책하든, 바지런히 4코스까지 정복하든, 선택은 자유다. 선택지가 훌륭하니 어떤 길을 택하든 후회는 없겠다. 동쪽 바다는 봄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의 배경지로 등장한 호주 골드코스트.주인공 에릭은 이곳에 한식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였다.왜 하필 골드코스트일까? 드라마 속 장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골드코스트(Gold Coast)는 호주 퀸즈랜드주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퀸즈랜드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은 젊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곳이라면, 골드코스트는 호주 로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꼽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힌터랜드, 온 가족이 함께
봄의 입구에서 정동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8톤 어치의 시간꼭 박하사탕이 부서진 듯한 바람이었다. 청량하고 맑고, 또 화했다. 이토록 시원한 바닷바람은 간만이었다. 성큼 가까워진 동해였기에, 뜻밖의 설렘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올해 3월2일부터 강릉선 KTX는 동해역까지 발을 뻗었다. 서울역에서 2시간. 환승도 필요 없다. KTX를 타고 무궁화호 열차나 버스로 꾸역꾸역 갈아타던 시대는 2019년 겨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정동진은 바야흐로 ‘만만한’ 여행지가 됐다.지난 20년간 정동진은 수많은 이들의 새해를 함께 했다. 매일 똑같이 뜨고
평균 해발고도가 700미터인 ‘해피 평창’에서는 옷깃을 자꾸 여몄다. 3월 말,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봄이었다. 하지만 어린 양들은 이미 두터운 옷을 벗어던지고 봄맞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대관령 양떼목장에 지내는 300여 마리의 양들은 1년에 한 번 2~3월 사이에 두툼하게 자란 털을 깎는다. 동글동글한 털뭉치를 입은 양들이 자연초를 뜯어 먹는 풍경을 기대했건만 바리캉으로 맨들맨들 말끔하게 이발을 마친 양들은 목장 안에서 우적우적 건초를 씹고 있었다. 양들은 5월부터 9월까지 가축장에서 벗어나 방목한다. 아직은 춥지 아닐까? 아
가장 먼저 봄을 알아챈 건 이끼다. 월동한 전나무는 이끼 덕분에 기지개를 켰다. 어린 양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숲에는 여린 생기가 돌았다. 봄바람이 불었다. 2020년 봄날의 소원불자가 아니더라도 월정사 주변으로는 언제나 사람이 모인다. 아무래도 전나무 숲길 때문인 것 같다. 월정사 입구 금강교 옆으로 뻗은 약 900m의 길은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 숲과 함께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추위에 강한 음수라 사시사철 푸르다. 푸른 잎 위로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이 예뻐 겨울철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관광지로서 유명한 사찰이 하나쯤 있다. 영주 부석사, 부산 해동용궁사, 경주 불국사 등이 대표적인데, 여수 향일암도 뒤처지지 않는 다. 특히 금오산 기암괴석 절벽에 세워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신비로움’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며,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로 난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대웅전에서 향일암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유독 돌로 만든 거북이가 눈에 띈다. 금오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 대부분이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사계절 모두 예쁜 여수라지만 이곳의 절정은 봄이다. 꽃이 빚어낸 화사함, 갯장어와 새조개 등 맛의 향연, 그리고 살랑살랑 바람 부는 밤바다에서의 시간까지. 이 찬란함을 맞이할 순간이 한 달이나 남은 건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수의 편지일지도 모른다.●흩날리는 꽃잎 속을 거닐며여수의 봄은 화사하다. 4월 초까지 남아있는 동백꽃과 벚꽃, 5월의 아카시아꽃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 때문이다. 이런 봄의 향연을 느끼기 좋은 오동도가 여수 여행의 출발점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향일암을 제외하고는 관광지마다 이동 거리가 짧아 하루 만
돌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돌은 다 똑같지 않을까? 길을 걷다가도 가끔 발에 차이는 게 돌이라서, 투박한 생김새가 어쩐지 지나치게 평범한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서였을까. 1년에 한 번은 꼭 제주를 찾으면서도 돌문화공원은 한 번도 와볼 생각을 않았다. 하지만 돌문화공원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곳, 만만히 봤다가 크기에 압도되는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들렀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라. 잠깐 둘러봐도 어느새 2시간은 지나있을 테니.돌문화공원은 우리 삶에 자리한 돌의 면면에 대해 펼쳐낸 사전이다. 제주의 형성 과정과 제주민의
느린 관찰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있다. 가령 따스한 봄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나뭇잎이라던가, 멈춰 서서 두어 번 숨을 마셨다 내쉬길 반복해야만 느껴지는 텁텁하고 구수한 흙냄새라던가. 서귀포 치유의 숲과 거문오름은 모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편한 옷차림과 운동화도 필수. 게다가 방문객이라면 지켜야 할 사소한 매너가 있으니, 바로 라디오와 스마트폰의 소리는 잠시 꺼두고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말 그대로 치유의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무장애숲길인 노고록헌(여유있는)숲이 맞이하는데, 마치 자신을
눈길 닿는 곳마다 다른 빛이 너울거렸다. 끝을 알려주지 않는 바다, 바람에 곁을 내어준 억새.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그래, 애써 분명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겠다고.굳이 방향을 알려주지 않아도꼬닥꼬닥(천천히) 누군가의 발자취를 좇았다. 올레길은 제주 한 바퀴를 직접 걸어 이은 길이다. 이 길이 맞나 싶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 걷기 쉽게 만들어 놓은 나무 보행로, 돌고 돌아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시멘트길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해안 절경을 그대로 품어 아름답기로 소문난 올레7코스를 걸었다.
Space, Art, Nature의 앞 자를 따 이름 지은 뮤지엄 ‘산’은 말 그대로 공간 속에서 예술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계의 노벨상격인 플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돌담에는 창이나 뚫린 공간이 없어서 외부와 단절돼 있는 느낌이 드는데,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는 뮤지엄의 콘셉트를 표현한 것이다. 뮤지엄 산의 여러 전시관 중에서도 종이 전시관(Paper Gallery)은 특히 특별하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맏딸인 한솔문화재단한솔제지 이인희 고문
치악산 능선은 겹겹이 아득했고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는 꼿꼿했다.원주에 가면 나도 모르게 사색에 빠져든다.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랄까.●구룡사치악산을 품에 안은 천년고찰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구룡사까지는 1km밖에 되지 않아 느긋한 걸음으로 25분 정도면 도착한다. 구룡사까지 이어지는 숲길에는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금강소나무가 빽빽하게 솟아 있다. 금강소나무는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경북 울진과 봉화까지 이어지는데, 그 시작이 금강산이다. 결이 워낙 곱고 단단해서 귀한 목재로 취급받아 주로 왕실에서 사용했다는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