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린 종이백이 어쩐지 빵빵하다. 슬쩍 열어보니 뭔가가 많다. 집에 도착해 하나씩 열어본다. 관광청 로고가 박힌 부채와 핸드크림이다. 동남아시아 어느 호텔을 연상시키는 향의 디퓨저도 들었다. 방심한 순간, 오늘 행사에 참여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담긴 카드가 나타났다. 돌연 마음이 뭉클해진다. 종이백 하나에 온갖 감정이 진하게 담겼다. 그중 가장 큰 건 단연 고마움과 반가움일 테다.지난 5월21일, 태국관광청은 음식을 주제로 한 프로모션 행사를 열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참석한 행사였던지, 전날 밤엔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참석자
지난 5월은 소비의 달이었다. 독립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동네 마트에서 고기와 채소를 샀다. 지역사랑상품권 구매에도 성공하면서 제로페이 가맹점인 작은 상점과 식당을 평소보다 수시로 찾았다. 재난지원금을 소비한 국민들의 후기와 아름다운 기부, 한시름 놓은 소상공인들의 표정까지 온 나라가 ‘14조원’에 들썩였다. 하지만 8월 말 소멸되는 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한데, 여행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지만 온라인 전자상거래와 레저업종으로 포함되면서 사용처에 이
어느새 계절이 지났다. 다소 따뜻하기도 했던 마스크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5월6일부로 생활 속 거리두기에 접어들며 이제 곧 마스크를 벗을 수 있나 했더니, 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상기되고 있다. 5월 들어 국내여행은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 주로 인센티브 중심이다. 버스, 기차 등의 패키지는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45인승 버스를 꽉 채웠을 봄 성수기에 절반을 겨우 채워 출발했다고 한다. 수익이 남지 않는다고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출발한다는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 특별한 기념품 등은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다. 그렇지만 짙은 여운을 남기는 건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인 것 같다. 작년에 2주 정도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렀을 때다. 중심부와 멀리 떨어진 평범한 도로에서 사진으로 담고 싶은 벽화를 만났다. 지나가는 자동차들 때문에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웠다. 설상가상 빨간불로 바뀌어 차가 완전히 벽을 가렸다. 유람선 시간에 맞춰 바삐 움직이던 터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 순간 2대의 차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뒤차 운전자가 엄지를 척 들며 멋
세 시간을 기다렸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띵동, 마침내 카톡이 떴다. 내 차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가방들에 황홀해진다. 신상백이고 시즌백이고 눈이 빙글빙글 돈다. 클래식 라인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며칠간 눈독들인 가방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니, 셀러가 난처한 표정으로 답한다. 어쩌죠, 이미 오늘 새벽부터 줄 선 고객님들이 다 사가셨어요. 이상 지난주 명동의 한 백화점 방문기.방구석 생활에 지쳐있던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른바 ‘보복소비’라고들 한다. 코로나19가 새롭게 만들어낸 용어다. 전염병이나 재난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상황에 순응하며 몇몇 국가의 관광부처에서는 장기전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일부 관광청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현지 소식과 함께 코로나19 극복 이후의 소비자 트렌드 예측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분석하고 모아 꾸준히 뉴스레터를 통해 알리고 있다.또 필리핀관광부와 호주관광협회가 최근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인 데 이어 캐나다관광청도 조만간 여행사 종사자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행사들이 업무에 복귀할 때 달라진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상품을 개발할 수
SNS와 유튜브의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온라인상의 ‘어그로(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의 글이나 행동)’도 더욱 잦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뉘앙스의 이 단어를 활용해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킨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조선 침략을 찬양하는 제목의 게시물이지만 속을 보면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자는 역사 캠페인 등이 그렇다. 이러한 게시물들은 오히려 착한 어그로라고 불리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또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는 종종 어그로를 활용해 생존신고를 하기도 한다.해외여행 제로 시대에 접어든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광교류가 올스톱 됐다. 입국 금지 조치와 여객 수요 급감으로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운항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업무차 토고에서 지내던 지인도 매서운 바이러스의 여파로 서둘러 한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귀국길은 순탄치 않았다.문제는 날짜 변경 과정이었다. 지인은 여행사로부터 토고-에티오피아 구간 운항 시간이 변경돼 출발일을 다음 주로 미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항공사를 통해 직접 발권한 다른 승객들은 에티오피아에서 스톱오버를 하는 선택지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인은 바로 여행사에
당연했던 모든 것들은 생각보다 당연하지 않았다. 신학기를 맞이하고 여름이 되면 휴가를 가고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 지극히 사소하고 지나치게 평범했던 일들이 도무지 어려운 일이 됐다. 익숙함은 소중함을 잊게 한다고 했던가. 변함없이 그대로일 것만 같았는데, 익숙함에 깜빡 속고 있었나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업무 환경도 바꿨다. 취재원들과 식사를 하고 인터뷰 차 사무실을 방문하고, 각종 행사장을 드나들던 숱한 일상들도 더 이상 일상의 범주에 들지 않게 됐다. 대신 서로의 안부가 더 궁금해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출근
요즘은 여행인들의 인사도 달라졌다. “안녕하세요? 혹시 출근하셨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나도 묻고, 그도 묻는다. 혹시라도 휴직에 들어간 사람에게 괜한 연락을 한 게 아닌가 싶어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기도 전에 서로 미안해한다. 여행 실종 시대. 많은 여행인들도 사라졌다. 코로나19는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3월 패키지해외여행 모객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99% 줄었다. 4월은 더 심각하다. 양사는 4월 패키지 예약률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99.6%, -99.9%라고 발표했는데, 이정도면
먼 약속을 잡고 맛집을 수소문했다. SNS를 검색하다 침샘을 자극하는 화려한 비주얼에 손이 갔다. 맛은 훌륭한지, 서비스는 친절한지 꼼꼼히 후기를 읽고는 평이 좋은 곳을 골라본다. 지인이 아는 식당이라면 더더욱 좋다. 이렇듯 축적된 경험은 결정에 큰 힘을 발휘한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확산세에 접어들면서 여행은 ‘올스톱’ 됐다. 비교적 온건한 조치를 취하던 국가들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강경한 봉쇄정책으로 돌아섰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조치일수록 여론은 들끓었고,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적극적인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한 베트남 랜드
2%도 안 되는 정기예금 이자에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기어코 은행에 돈을 맡겼다. 1년이 지난 뒤 손에 받아든 이자가 헛웃음 나오게 했지만 주식으로 속앓이하는 것보단 낫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주식 시장이 혼돈에 빠졌고,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주식은 안 돼’라는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업무적으로 여행·항공업계의 주가를 확인했지만 요즘에는 ‘한 번 들어가 볼까’하는 마음에 한참을 보고 있다. 이렇듯 바이러스는 한낱 소시민을 바꿨다. 사회
비누부터 파스까지 착실히도 담았다. 행여나 부족할까 치약도 몇 개 더 넣었다. 장바구니가 넘쳐난다.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전부 휩쓸고 이제 막 계산대로 향하려는데 번쩍,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일본에서 신나게 쇼핑하는 꿈을 꿨는데, 잠에서 깨니 더 가고 싶어졌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는 여느 때보다 북새통이다. 여행가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진다. 질문은 또 어찌나 많이 올라오는지, 아예 한 카페 관리자는 ‘지금 여행 가도 될까요?’ 식의 글을 올리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3~4월 예정돼 있던 출장과 휴가가 여럿 취소됐다. 하노이 출장 중이었던 기자의 어머니는 현지에서 리턴편 운항이 중단되는 바람에 아시아나항공의 페리 운항 마지막 항공편을 간신히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주에 예정돼 있는 괌 여행은 당장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상대 국가에서 막으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니, 불안하다. 기자를 포함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설 연휴 직후부터 두 달 가까이 여행업계는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재난 사태에 여행을 취소해주지 못하겠다는 게 맞냐며 따지는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우리 사회 모두가 이른 시간에 진정되길 바라고 있지만 장기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대구를 중심으로 월세 인하, 음식점 재고 소진 캠페인, 마스크 기부 등 온정이 담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힘든 시기이지만 서로서로 도우며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반면 민간 차원에서 도움받는 게 제한적인 여행업계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정부가 이번 사태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주요 산업으로 여행·항공업을 꼽았고, 여러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혜택이
‘교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부의 우한 전세기 투입 소식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찰나 마음을 울린 한 마디였다. 정부는 우한에 3차에 걸쳐 전세기를 투입했고, 일본 크루즈에는 전용기를 보냈다. 국경을 넘은 국가의 손길이었다. 코로나19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 태국에서 한 현지 여행사의 절절한 호소가 도착했다. 그는 “4월까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며, 현지 여행사들은 2월 한 달만 하더라도 90%가 넘는 취소 러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2월17일 청와대에는 ‘어느 가정의 가장이고, 애들의 아빠·엄마인 우
심장이 내려앉고, 손은 떨려온다. 앞머리는 땀으로 꼴사납게 젖었다.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나서의 일이다. 수화기 너머로 난데없는 호통과 짜증이 귀에 꽂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요지는 주차하기 어려우니 차를 빼달라는 얘기였다. 싸늘했다. 비난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그저 말 한 마디일 뿐인데, 대면하지 않은 탓에 더 진한 상처로 남았다. 요즘 여행사의 수화기는 쉴 틈이 없다. 1분이 멀다하고 고객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진다. 코로나19로 예약 취소가 물밀 듯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여행업계를 순식간에 사지로 몰아가는 듯하다. 국내 토종 여행사, 스타트업, 글로벌 OTA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전체에 곡소리가 흐른다. 설 연휴 이후 약 열흘 사이 주요 여행사들은 수만 건에 달하는 취소를 처리하느라 혼이 났다.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하던 소규모 여행사들의 낯빛도 어둡다. 혹자는 ‘지금 당장 월급을 못 준다고 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닐 정도’라고도 말할 정도다. 취소 폭탄을 맞았는데 신규 예약마저 뚝 끊기면서 곡간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벌써 여행사들의 긴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모바일 게임이 쏟아졌다. 줄곧 게임을 곁에 뒀지만 모바일 게임을 진득하게 한 기억은 없다. 본인의 실력보다는 ‘현질(현금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을 하게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또 현질도 중독이라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여행업계에도 다양한 형태로 현질이 존재하는데, 그 끝은 홈쇼핑인 것 같다. 많은 여행사들이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기 위해 큰 비용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들이는 돈에 비해 성과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모객력이 5년 사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까지 겹쳤으니 기분 좋은 상여금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상여금 소식을 듣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진짜냐 물었더니 오히려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좋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밝히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함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여행업계는 유난히 부침이 많았다. 지난해를 토닥이며 회고하려 했더니 연초부터 호주 화산에 중국 폐렴까지 악재가 들이닥쳤다. 한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으니 좋은 소식도 도리어 입 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러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