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까지 겹쳤으니 기분 좋은 상여금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상여금 소식을 듣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진짜냐 물었더니 오히려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좋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밝히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함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여행업계는 유난히 부침이 많았다. 지난해를 토닥이며 회고하려 했더니 연초부터 호주 화산에 중국 폐렴까지 악재가 들이닥쳤다. 한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으니 좋은 소식도 도리어 입 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러울 수도
새해에도 취재원들의 한숨은 짙다. 꽤 오랫동안 여행업계의 사정이 어려웠고 지속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커진 듯하다. 올해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직종으로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여행인들의 말에 기대감과 포부보다는 씁쓸함이 더 감돌았다. 자발적인 자기 계발이라기보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진담에 가까운)농담 몇 마디가 있다. “곧 자리가 사라질 것 같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와 같은 이야기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보이콧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여행사들은
2019년 11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선수에게 깊은 태클을 시도했다가 탈이 났다. 상대 선수는 발목 골절상을 당했고 그대로 2019/20 시즌을 마감했다. 일반적인 퇴장과 부상 상황이지만, 이후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상대방 감독과 선수들이 라커룸까지 찾아가 자책하는 손흥민을 위로했다. 손흥민 또한 부상을 당한 선수에게 몇 번이나 위로의 말을 전했으며,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도 세리머니도 했다. 전 세계는 그들의 동업자 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여행업계의 끝은 조금 달
이제 여행산업과 기술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는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아고다, 트립닷컴 등 글로벌 여행 기업들을 ‘OTA(Online Travel Agency)’라고 통틀어 칭했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여행을 유통하는 IT기업’과 같은 맥락으로 정의한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는 내년 1월 처음으로 ‘여행&관광 마켓플레이스’를 신설하면서 기술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명할 예정이다. 빅데이터며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같은 용어도 여행산업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달력은 송년회 일정으로 빼곡하다. 올해 여행업계가 유독 힘들었던 만큼, 송년회 자리에서는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를 토닥이고 내년을 기약하는 얘기가 오갔다. 여행사들은 저가 경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출혈경쟁임을 알면서도 고객들이 무조건 더 싼 상품을 찾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여행상품을 선택하는 척도가 ‘저가’로 국한된 데는 가격만을 전략으로 내세운 여행업계의 잘못도 크다며, 정작 가장 중요한 상품의 질은 뒷전인 채 가격을 낮추는 데만 혈안이었
버퍼링 0%. 요즘에는 영상 재생이 멈추면 해바라기 모양이 뱅글뱅글 돌지만 초조한 건 여전하다. 그 짧은 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항공권을 검색하면 몇 초 안에 가격 비교가 가능하기를 바란다. 영점 몇 초를 줄이는 게 플랫폼의 숙제가 됐다. 게다가 천원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제공한다면 엄청난 우위에 선다. 이러한 까닭에 국내 여행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술과 규모, 자본에 심하게 휘둘리고 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우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던 단골마저 요즘에는 1,000~2,00
12월도 여행업계는 그다지 좋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하반기 내내 이어졌던 찝찝하고 울적한 실적으로 올해가 마무리될 것이다. 요즘 여행인들 입에서 가장 오르락내리락 하는 주제가 경쟁사 실적이니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최근에는 글로벌 OTA들도 낯빛이 밝지만은 않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OTA들도 한국 여행경기의 영향을 받은 게다. 물론 국내 여행사만큼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몇몇 글로벌 OTA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올해 하반기 실적은 소폭 성장하거나 비슷하고 당초 목표치에는 도
최근 태국 전문 여행사 엠타이(Mthai)가 고객의 호텔 결제대금을 가로채고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엠타이에 공동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피해자는 11월28일 기준 60여명, 피해금액은 1억4,000만원에 달한다. 아직까지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고객과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엠타이가 2018년 12월27일부로 보증보험이 만료된 상태라는 거다. 종로구청에 보증보험이 만료된 경우 어떤 조치가 행해지는지 직접 문의해봤다. 1차 시정명령, 2차 1개월 사업정지, 3차 2개
펭하! 이제는 비인간(펭수는 EBS의 펭귄이다)까지 영상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여행신문이 영상콘텐츠를 홍보수단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라고 조명한지 3년 만의 일이다. 여전히 영상콘텐츠는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겁다. 마찬가지로 여행업계 에서도 영상을 통한 온라인 홍보는 필수가 됐으며, 신규 취항 및 지역 등을 위해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다만 여행사의 유튜브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모양새다. 일단 다 만들어보겠다는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채널 내 동영상은 지역과 상품을 가리지 않고
올 한해 여행업계에는 여러모로 부침이 많았다. 경기 불황이며 오락가락한 환율, 보이콧 재팬의 영향으로 인한 여행수요 감소 등 굵직한 악재가 겹치고 장기화되면서 여전히 힘든 고비를 넘는 중이다. 당장의 매출도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더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내년도 사업 계획이다. 11월 말 현재 대다수의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준비에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취재원들을 만나면 대부분 내년 여행시장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물론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어둡고 침울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매일 통계 수치를 보며 일본 보이콧이 지속되고 있음을 머리로는 인지했지만, 와닿지는 않았다. 지난 달 일본 출장으로 오사카행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깨달았다. 외국인들 사이에 덩그러니 홀로 한국인임을.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어디가겠냐며 조롱하던 SNS글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잠깐 끓고 말기는커녕 불매는 여전히 불타고 있다. 일본 최대 인바운드 트래블마트인 VJTM에 다녀왔다. 사전 매칭 및 자유 상담은 물론 웰컴 리셉션에서 다양한 일본 여행업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벌써 10년 전이다. 첫 대외 활동으로 재즈페스티벌 기획단에 참여했다. 6개월 동안 밤낮없이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영상과 사진을 남기며 정신없이 보냈다. 50여명의 단원들은 똘똘 뭉쳤고, 행사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지금까지도 1년에 2~3번은 그 시절을 안주 삼아 재잘거린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사람들은 뭉치는 경향이 있는데 여행 및 항공업계는 인색한 것 같다. 반면 다른 산업계는 종종 연합 세일 등을 통해 단합을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유통업계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2015년 정부 주도로 시작된 대규모 세일 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
초특가 항공권 구매에 성공했다. 올해 12월 첫 취항하는 젯스타항공은 지난 9월 인천-골드코스트 노선을 오픈하면서 편도 항공권을 3만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기자의 경우 수하물을 추가해 인천-골드코스트 왕복 항공권을 총 23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물론 이후 해당 이벤트는 급속도로 공유되면서 조기 마감됐다. 젯스타항공뿐만이 아니다. 최근 여행 업계에는 항공권 특가 이벤트가 폭우처럼 연일 쏟아지고 있다. ‘보이콧 재팬’ 이후 경기 불황 장기화 등으로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가 더욱 위축됐고 자연스럽게 여행업계에도 특가 출혈 경
여행업에도 비대면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할 때까지 고객은 단 한 번도 항공사 직원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여행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한다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과 기계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사람은 빠르게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항공사들이 셀프 백드롭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서울, 진에어가 셀프 백드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8월 28대 규모의 자동수하물 위탁 서비스 존을 오픈했
아주 오랜만에 호치민에 다녀왔다. 5년 전 첫 방문 이래 두 번째 방문이었다. 호치민에서 최고로 높다는 호텔 앞에 섰을 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옛 기억 속엔 이런 장소가 없었다.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을수록 격세지감이었다. 도로를 꽉 메우고 있던 오토바이들, 군데군데 물 웅덩이가 생긴 흙바닥 위에 펼쳐져 있던 재래 시장,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온갖 집기들, 영어로 소통하기 어려웠던 호텔. 머리 속의 호치민은 간데 없고 고층 건물이 쑥쑥 들어서 높아진 스카이라인만 멀리서 번뜩였다. 이곳이 호치민이 맞다면, 5년의 기간 동안 무언가
여행사와 항공사는 사유불문 고객센터 통화 연결만 늦어져도 비난 받는다. 그만큼 서비스업은 수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지난주 간접적으로나마 공급자로서 서비스업을 경험했는데, 환급 문제로 고객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때 고객이 ‘들은 적 없는데요’의 형태로 반문하니 머리가 우지끈 아파왔다.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지했고,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우선 찾게 됐다. 여행사들도 고객들의 정교해진 불만 사항과 늘어난 건수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16년 해외여행 소비자불만 건수는 2010년 7,295건에서 153% 증가한
2019년 9월23일 토마스 쿡(Thomas Cook)이 17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841년 영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초의 여행사이자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만 100대 이상이고, 190여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여행사의 파산 소식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까지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날 한 기업의 파산으로 전 세계 15만명의 여행객 발이 묶였다. 지난해 토마스 쿡의 매출액은 10억 파운드(한화 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지만 부채는 12억 파운드에 달했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많은 부채로 곪
‘공짜’는 매혹적이다. 편의점에서 음료 한 잔을 사려다 2+1이라는 말에 어느새 3개를 집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첫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제주도 왕복 항공권만큼의 마일리지가 쌓인다는 이유로 국적 FSC의 항공권을 구매했던 것도 마찬가지다.올해 1월1일부터 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되기 시작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부채인 마일리지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부담을 덜게 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을 줬다 빼앗는 느낌에 다소 억울(?)하기도 하다.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꾸준히 사용처를 확대해왔다. 항공권, 좌석 업그레이드,
일본 여행 보이콧이 길어질 전망이다.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고, 계속 자극만 오가는 중이다. 그 사이에 일본행 항공편은 줄줄이 떨어져 나갔고 더 앞서 소비도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분위기를 해소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다시 시장이 좋아졌을 때를 대비해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장벽이 높아 진입하기 어려웠던 곳이라면 오히려 이런 때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버티는 것도 중요하고 투자도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업계 내에서는 애써 무시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8월 중순부터 여행업계 곳곳에서 퇴사 소식이 들려왔다. 흥미로운 점은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20대 중반~30대 초반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을지로, 시청 일대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퇴사 이야기를 나누는 직장인들을 쉬이 볼 수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을까. 여행업계에 한정시킨다면, 패키지여행 시장의 침체에 따른 결과일까? 지난달에 발표된 2019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주요 여행사들의 수익 악화 폭이 대단했다. 패키지여행이 주 사업이 아닌 레드캡투어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