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초입, 푸에르토몬트에서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린다는 데 둘째 날은 행운이다. 이른 아침 부터 내내 맑음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인 푸에르토 바라스(Varas)의 장끼우에(Llanquihue)로 가는 길 내내 허리에 흰구름을 두르고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들이 눈을 더욱 즐겁게 한다. 장끼우에와 마을, 그리고 산을 보다 고즈넉이 감상하기 위해선 먼저 푸에르토 바라스 한켠 언덕위에 가지런히 들어선 호텔 카바나스 델 라고(Hotel Cabanas Del Lago)를 방문해보자. 일반 호텔과 코티지 형식의 콘도 스타
," 회색빛 도시의 삭막함은 시시부지 옥죄어오고, 희뿌옇다 못해 아예 잿빛을 토해내기 일쑤인 메마른 하늘은 침울하기만 하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녹아내려버린 아스팔트의 끈적거림은 또 어떤가. 정말이지 숨이 턱하니 막힐 뿐이다.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가혹하다. 각다분하다. 콘크리트 문명의 손길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어딜 가든 차갑고 딱딱하다. 신록의 상쾌함이 없다. 유함이 없다.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 한 번 나가려해도 마땅한 곳 찾기에 적잖은 고민을 거듭해야 하니…. 그래도 비상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 마침, 어두운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 젖은 바르셀로나 거리밑으로 스페인의 열정도 찾아보고 몬주익 언덕에 서서 황영조의 함성도 되새겨 보지만 친근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들과 가벼운 산책만이 한적함을 메꾸고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엔 가우디가 있다. 스페인의 태양보다 더 유쾌한 천재의 곡선이. 바다를 향한 파우 광장에는 콜롬부스 동상이 높은 탑위에 서있다. 동상은 힘차게 손을 뻗어 미지의 땅을 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예술가들. 피카소, 미로, 가우디, 달리…. 그들도 시대를 앞서 미지의 예술세계로 긴 항해를 떠났다. 특히
," 알프스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동화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 이 곳, 일본 북알프스다. 그 중 나가노현 하쿠바 마을은 동화에서 봤음직한 예쁜 목조주택이 즐비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 시간이 갈수록 일본 알프스에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만 없다는 농담이 꽤나 그럴싸하게 들렸으니 말이다. 일본 근대 등반의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영국인 선교사 웨스턴 경. 그가 명명하고 세계에 알린 일본 알프스가 이젠 세계의 산악인이 사랑하는 등반코스로, 스키장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선견지명이 있었던 작명인 셈이다. 특히 199
," 어쩌자고 이리 공평치 못한 것일까? 어떤 나라에는 이토록 넓은 땅덩이와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관광자원을 선사한 반면, 극동의 어떤 나라에는 이다지도 협소한 영토를 떼어 주고 그마저도 절반으로 갈라놓았는지 조물주의 섭리가 영 못마땅하고 사뭇 한스럽기까지 하다.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제 적지 않은 횟수의 외국여행을 한 축에 속하게 됐지만 지금껏 세계 어디를 가도 그 나라의 관광자원에 진정 시샘이 일고 질투를 느껴본 경험이 전무했다는 말이다. 종종 기이한 풍광에 넋을 잃고 때로 매혹적인 현지의 분위기에 입이
,"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남부의 푸에르토 몬트. 서울에서 이곳까지 가기 위해선 아주 후회없이 비행기를 탄다. LA와 리마, 산티아고에서 각각 경유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얼추 30시간이 넘는 시간. 그렇지만 미지의 대륙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쉽게 잠을 청하기가 어렵다.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다시 남쪽의 라고스 주에 위치하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은 1시간40분 정도. 푸에르토 몬트가 속한 주 라고스(Lagos)가 호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듯이 안데스
,"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프렌치 키스'였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수많은 유형의 실마리보다 어원도 확실치 않은 무형의 프렌치 키스에 조바심을 느꼈던 이유는 그 속에 녹아든 정열 때문이었을 게다. 너무 허무맹랑한 비약일까. 인류 역사의 큰 획을 지은 프랑스 대혁명 정신도 결국 프렌치 키스에 녹아든 피 끓는 정열에 뿌리박고 있다는 게 개인적 느낌이다. 브라질 삼바춤보다도 더 뜨겁고 순수한 게 바로 프랑스인의 정열이며, 그 정열을 자양분삼아 프랑스의 모든 유·무형 자산이 잉태됐다고 믿고 있다.
," 사자,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 표범… 다른 곳도 아니고 아프리카까지 와서 이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케이프타운의 지중해 빛 휴식도 좋지만 이것만으로 아프리카까지의 먼 걸음을 보상받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아프리카 여행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동물의 왕국' 방문이 으뜸이다. TV 브라운관이 아닌 살아있는 동물의 세계는 나이와 국적, 성별에 관계없이 아프리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자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다. 사파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새벽 잠을 포기해야 한다. 보다 많은 동물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 이슬 촉촉하게
," 일본의 산은 언뜻 험준한 지형보다는 곡선의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침엽수가 주를 이루는 한국의 숲과 비교할 때 일본의 산은 부드러움과 완만한 곡선을 먼저 보여준다. 사실 일본의 산세(山勢)는 꽤 험준하다고 하지만 밖에서 보는 일본의 산은 어느 한 군데 빈틈없이 나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국의 산이 꼿꼿하고 꼬장꼬장한 선비의 기세를 풍기는 반면 일본의 산은 원숙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후덕한 아주머니의 느낌이랄까. 흔히들 일본의 매력을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의 세련됨이라고 하지만 중소도시에서 느끼는 호젓함 그리
,"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와 성소피아는 이슬람과 기독교, 양대 종교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400년이란 세월동안 전쟁과 지진을 함께 견뎌온 두 성전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서로 닮아 있다. 오늘도 다가서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하는 그 자리에 따뜻한 눈빛만을 나눈다. 뾰족뾰족, 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을 다 세우는 교회의 탑들은 때론 우울하다. 그 위에 날카롭게 서 있는 빨간불, 네온싸인 십자가는 그 우울함만을 더한다. 그러나 그리스정교회의 본산이라는 터키에서 바라본 교회의 지붕은 볼록볼록 '엠보싱'이다. 푹신푹신한 지붕위를 뛰어다녀
,"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일까. 일행중 누군가 '다이너소어다'라고 외친 감탄사처럼 로타는 사이판이나 티니안과는 또다른 섬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당장이라도 영화속 노란눈 원숭이와 초식공룡이라도 튀어나올법한 원시의 자연이 도착하자마자 심폐 가득히 들어차온다. 북마리아나 대부분의 섬들이 그렇듯 로타 역시 그리 큰 섬이 아니다. 각 포인트마다 한참동안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고, 여유로운 점심에 맥주까지 한잔 했는데도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휴양지가 괜히 휴양지인가. 장소마다 하루를 즐기기에도 지루하지 않을만
," 말레이반도 동쪽에 위치한 티오만. 말 그대로 청정한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인공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에 묻혀 자연 속에 숨쉬는 곳이다. 깊이를 모를 정도로 투명해 바다 및 조약돌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맑은 곳이 바로 티오만 섬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다르듯 말레이시아와 접하고 있는 싱가포르 역시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파라다이스 티오만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은 색다르게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을 통해서 들어간다. ◆ 짧은 만남 긴 아쉬움 싱가포르 간단한 저녁식사 후 덕스
," '쉬리'에 이어 지난해 한국영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공동경비구역 JSA는 영화의 주무대인 판문점 그 자체보다는 북한 초소병의 의문의 죽음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 가는 과정을 미스터리 구조로 담아내며 중립국 여군 소령의 집요한 수사에 따라 서서히 전모가 드러나는 영화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건 수사를 맡은 여군 소령이 사건의 실체와 부딪치면서 분단이 주는 개인과 인간의 상처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휴머니즘 드라마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주는 감
," 새벽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이스탄불 도착, 호텔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다시 버스에 실린다. 홍콩에서부터 10시간이 넘는 밤비행 때문에 어지간히 멍해진 머리속에 선착장의 찬바람이 후다닥 들이닥친다. 여기가 어딘고 하니,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길을 떠난 배는 유유히 보스포러스해협을 돌아다닌다. 별 하나, 달 하나 사이좋게 어울리는 붉은 터키 국기를 펄럭이며. 이 배는 지금, 유럽에 있는 걸까, 아시아에 있는 걸까? 이스탄불은 이 보스포러스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리 멀지도 않은 이쪽 해안과 저쪽 해안이 그 멀
," 눈부신 태양과 푸른 바다를 따라 가는 해안 드라이브만으로도 케이프반도는 아름답다. 해안가를 따라 쭉 뻗은 도로 바로 옆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을 것처럼 고요한 바다가 펼쳐진다. 여기에 여행 코스 곳곳에 숨어 있는 이색적인 볼거리는 케이프반도 일주를 더욱 빛나게 한다. 보통 하루 정도의 일정이면 돌아볼 수 있는 희망봉 투어는 으리으리한 해안 별장가를 따라 시작된다. 케이프타운 시내를 벗어난 해안가에는 아스팔트 도로를 가운데 두고 푸른 바다와 하얀 별장들이 마주보고 놓여 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끼고 나
," 그래도 배낭여행에는 자유가 가득하다. 구태여 '그래도'라는 말로 의미를 한정하는 이유는 별의별 우여곡절과 쓰디쓴 역경이 자유의 대가로 앙칼지게 따라붙기 때문이리라. 무한대의 자유와 또 그만큼의 감내, 배낭여행이라는 동전은 바로 자유와 감내를 양면으로 주조된다.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자유는 그렇다 쳐도 감내를 들먹거리기가 좀 뭣한 게 사실이긴 하다. 현지일정 9박10일로 유럽배낭여행치고는 여정이 짧았을 뿐더러 호텔과 교통편 및 코스 등이 미리 짜여진 단체배낭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행들 또한 여행업계 종사자 중에서도 특
," 끝없이 밀려왔다 다시 밀려나가는 파도. 바다의 끝은 어디인지 짐작 조차 가지 않는다. 따가운 햇볕이 잦아든 이른 저녁. 어둠이 사뭇 내려앉는 비치를 한손엔 샌들을 벗어들고 하염없이 해변을 걸었다. 한낮 내내 선탠이나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은 하나둘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 떠난다. 어둠이 내려앉아 파도소리만 귓가에 맴돈다. 발가락 사이를 모래가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하늘엔 초롱초롱 별이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길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너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직장 생활 만 5년.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잘 헤쳐나
,"◆ 여행객 감싸는 아늑한 여유 느릿느릿 걷고 그늘진 노천 카페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바쁠 것 전혀 없는 이곳, 여행의 지친 여독을 푸는 것은 물론 일상에 지친 마음의 노곤함까지도 녹녹히 풀어내는 호주 제일의 휴양 관광지답다. 긴 여정 끝의 마지막 목적지였기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기 만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세심한 친절이 마치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 브리즈번이 속해 있는 퀸즈랜드주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주. 남회귀선이 통과하는 열대 지역으로 연중 무덥고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을 가지고 있어 '선샤인 스테이트(
," 산과 나무와 풀, 우거진 자연의 향기가 대단하다. 한번도 초록빛을 잃어본 적이 없는 그린 위에 오르면 태국골프의 매력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강렬한 햇빛 아래 하얀 공만 반짝인다.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태국 칸차나부리 근교의 리버콰이 골프 컨츄리 클럽(Riverkwai Golf Country Club)은 한국인에게 편안한 곳이다. 태국에서 최초로 한국인(사장 하태성)이 직영하는 골프장일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도 대부분 한국인에, 언어도 불편함이 없고 한국음식도 푸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유로운 라운딩, 이국적인 자연경관,
," 희망봉은 만남이다. 대서양과 인도양 두 바다가 만나고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남서쪽이란 지리상의 상징과 인도항로를 개척한 바스코다가마가 목숨을 건진 역사적 상징이 만난다. 희망봉 끄트머리에 서면 두 대양이 몰고 온 바닷바람이 충돌하고 전 세계 각지에서 날아 온 관광객이 만난다. 따스한 햇살과 콧등을 스치는 산들 바람이 상쾌하다. 집 떠나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호텔에 도착하는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여장을 푸는 듯 마는 듯 심호흡 크게 하고 거리로 나선다. 아프리카와 휴양지를, 그것도 바닷가 휴양지를 연결해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