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지금 살아 있는 인간은 길어봤자 수십 년 안에 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어째서 그렇게 자주, 그리고 까맣게 망각하는 것일까? 대학 2학년 때였다. 서점에서 는 표제의 외국 소설을 발견하고 1+1=2의 공식처럼 지당한 명제를 굳이 제목으로 뽑은 데는 이유가 있겠다 싶어 호기심에 책을 들었다. 시몬느 드 보봐르가 1946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13세기에 태어나 7백년 넘게 살아온 ‘훠스카’라는 남자가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과 빚어내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다. 보봐
살아오면서 감동적으로 읽었던 글귀 중 하나인 앤 랜더스의 산문 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본다. “……. 나의 아버지는 내가 스물다섯 살 때, 아빠는 그것에 대해 약간 알기는 하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오랫동안 그 일에 경험을 쌓아 오셨으니까.나의 아버지는 내가 서른 살 때, 아마도 아버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아버진 경험이 많으시니까. …….”자식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이 이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귀를 본적이 없다. 그랬기에 언젠가 아주 오래 전 이 산문의 전문을 인쇄해 어린 아들 녀석의
“너 자신을 알라”는 인류 최고의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몰라서 낭패를 본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언어영역 시간엔 주제파악을 못했고, 중급실력도 안 되면서 늘 새해목표는 ‘영어완전정복’이었다. 한참 연애할 때는 내 꼴이 어떤지 모르고 눈만 높이다가 이리되었고, 결혼해서는 잘한 것도 없으면서 바라기만 하다가 친정으로 쫒겨나게 생겼다.먼 길을 떠날 때는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이곳을 출발해 어디로 향할지 판단해야 한다. 그 무엇을 꿈꾸던, 지금 바로, 여기, 지금의 내가 있는 이 지점이 좌표 0이다. 우리는 오랜
우리나라 여행사의 가격경쟁과 덤핑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량 확보를 위한 ‘제 살 깎아먹기 영업방식’은 여행시장을 붕괴시켰고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 홈쇼핑과 관련된 여행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외형위주의 경영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바꾸었다. 그러나 여행사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최근 수십년 동안(2005년 기준) 비싼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예를 들어 중가의 텔레비전 시장은 40% 감소한 반면, 고가상품은 33
우리 말과 글을 아무 생각 없이 쓰다가도 불쑥 선조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질 때가 있다.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을 담아내는 똑 부러진 명사와 형용사 등을 마음껏 구사할 수 있어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좋은 말과 글을 가졌음에도 우리의 일상에서 주고받는 언어들은 부정확하거나 모호한 표현이 참 많다. 영어를 포함한 서양의 언어보다 더 기능적이고 과학적인 우리말이 그 쓰임에서 아쉬움이 좀 있다고나 할까. 자랄 때부터 가정에서 정확한 표현을 익히지 못하고 학교에서의 어문교육도 그 문제점을 바로 잡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세계적인 장수 마을로 손꼽히는 일본의 가고시마는 쌀누룩, 찐 쌀, 지하수를 옹기에 담아 100퍼센트 천연 발효시킨 전통식초 하나로 수만명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관광지다. ‘동양의 나폴리’로 통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현미 흑초 양조장을 가보지 않고서는 가고시마 관광에 대해 논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식초는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됐다. 200여년 전 이 지역의 한 장인이 항아리를 이용한 흑초 제조법을 개발한 이후 지금까지 가고시마현의 건강장수비결이 바로 흑초라는 사실이
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경향’을 말한다.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는데,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이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줬다는 내용이다. 1964년 미국의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여러 실험을 통해 ‘기대와 격려의 힘’에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증명했고, 교육심리학에서는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현상을 일컬어 피그말리온 효과라 부른다. 며칠 전부터 새벽에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마치고
2011년 9월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사 측에 742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예약자는 부인이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계약취소를 문의했으나 환불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환불을 포기했다. 이후 여행사는 계약을 맺은 항공사로부터 몰디브 운항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고 당초 약속한 직항노선이 아닌 경유노선을 제안했다. 다시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 1부는 비용 전액을 환불하라는 일부승소 판결을 하면서 “여행 계약이 원래대로 이행되지 못한 원인에 손님이나 여행사의 잘못은 없고 국외여행 표
2007년 초에 여행신문에 기고하던 칼럼을 중단하면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되거나 내가 여행박사 사장 자리에서 떠나는 때가 오면 다시 글을 쓰겠다”라고 했었다. 여행박사 대표이사를 내려놓을 즈음에 여행신문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사장님, 이제 약속대로 칼럼 집필진에 들어오시죠” “나, 이제 사장 아닌데?” “그러니까요. 예전에 사장 그만두면 다시 글 쓴다고 하신 약속 지키셔야죠”당시에 여행박사를 경영하는 것처럼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말을 막 지르자는 식으로 여행신문에 글을 쓰고 보니 열광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
지난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이벤트 중 두 개를 소개한다. 하나는 영국 출신의 억만장자 버진 그룹 리차드 브랜슨 회장과 에어아시아 페르난데스 회장의 재미있는 내기 이벤트이다. 내기에서 진 브랜슨 회장이 페르난데스 회장 요청에 따라 에어아시아 엑스의 일일 승무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여자 승무원으로 변신하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기꺼이 다리털까지 밀었다. 게다가 붉은색 치마의 승무원 유니폼과 메이크업까지 하고 항공기에 탑승해 승객들에게 기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브랜슨 회장의 서비스를 받는 에어아시아 회장
남을 모방하지 않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없다. 인류 역사상 최고로 머리가 좋았던 과학자 중 한 명인 뉴턴(Newton)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보았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고 고백했다. 창의와 모방의 차이점은 단 하나, 베끼기에서 그쳤느냐, 그것을 활용해 더 큰 가치를 만들었느냐의 차이다. 검증된 지식은 다시 누군가가 반복해
현대시의 창시자로 칭송받는 프랑스의 예술가인 샤를 보들레르는 여행에 대한 백일몽을 고귀한 영혼, 탐구하는 영혼의 표시라 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항구, 부두, 역, 기차, 배, 호텔방에 강하게 끌렸으며, 자신의 집보다 여행을 하다 잠시 머무는 곳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 기괴한 예술가이다. 반면에 우리의 지난 한 해 여행관련 가십란을 되돌아보면 항공기 기내에서 서비스 받은 라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비를 걸다 승무원을 폭행한 모기업의 왕 상무를 꼽을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월급쟁이의 로망이면서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