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의 신규 취항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팬퍼시픽항공의 이야기다. 신규취항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여행사에서는 상품 판매까지 이뤄졌으나, 확인 결과 운항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4월18일 기준)였다.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사항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판매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팬퍼시픽항공이 한국 운항 이력이 없는 신규 항공사란 부분이다. 지속적으로 항공편을 운항하며 운항 이력을 쌓아온 경우에는(이 또한 감당해야할 변수가 있긴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이를 감안해 허가 전 판매가 이뤄진다. 하지만 아무 이력이 없는 신규항공사라면 안정적인 운항을 보장하기 위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신규 항공사의 취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여러 전례를 통해 입증됐다. 항공자유화를 명목으로 크고 작은 동남아시아 항공사들이 한국 취항을 추진했으나, 중도에 운항이 중단됐던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 수백명의 여행자 발목이 묶이고 막대한 비용의 피해가 발생했던 대형 사고들이다. 보유 항공기 대수도 문제시 된 것은 물론이다. 타이어 펑크를 이유로 결항과 재운항 추진, 하루 전 잠정 운항중단 등으로 문제가 됐던 씨에어 사건이 발생한지 채 1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판매를 강행한 여행사는 안정적 운항을 믿고 싶은 눈치였다. 여행사의 성급한 상품 판매는 항공 좌석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인천-보라카이 구간은 성비수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호황이고, 때문에 항공 좌석에 대해 항상 부족함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취항 중인 항공사의 항공요금이 여행사가 기대하는 가격을 넘어섰다는 이유도 들었다. 최근 아에로멕시코의 인천-멕시코시티 취항이 한달 가량 연기됐다. 4월 중순 안으로 국토부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원래 계획대로 5월27일 취항할 수도 있으나 판매 기간이 다소 부족해 취항일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팬퍼시픽의 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다행이겠지만 허가없이 취항을 발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성급함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항공사와 여행사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이 정작 여행자는 소외됐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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