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 며칠 전 몇몇 여행기자들이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 시작된다. 음식을 앞두고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소재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A기자는 “지난해 한국 아웃바운드 규모가 2,000만명이 넘었고 올해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인바운드 성적은 여전히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B기자는 그럴 만도 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LCC 공급 증가로 항공료도 저렴해진 마당에 국내는 너무 볼 게 없으니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에서 종종 겪는 바가지요금이나 불친절한 식당 직원들의 이야기까지 오가면서 모두들 수긍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여행을 목적으로 한 캐나다 국민의 아웃바운드 규모는 2015년 3,200만명을 기록했다. 캐나다 전체 인구가 약 3,500만명임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특히 18~34세 연령층의 아웃바운드 규모는 다른 연령층보다 8배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캐나다 인바운드 규모는 2015년 기준 1,778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해외여행객은 물론 자국의 젊은 여행객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해 국내 여행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좀 다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해외여행객은 약 2,403만명인 반면 일본 아웃바운드 규모는 1,711만명을 기록했다. 경제 침체나 장기화된 청년 실업 등을 비롯해 훌륭한 국내 관광 인프라 구축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일본 여행객들의 국내여행 수요는 해외여행보다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여행을 좋아하는 기자 생각은 이렇다. 입맛에 착착 감기는 제철 음식이며 지역별 특산품,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국내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아직 눈으로 보지 못한 풍경과 밟지 못한 길,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마음이 급하다. 성수기 바가지요금이나 유명세를 탄 맛집의 거만한 서비스를 생각하면 분하지만 시골 식당들의 넉넉한 인심과 친근함 또한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국내는 너무 볼 게 없다는 말이 설익게 느껴지는 이유다. 

“자국민이 국내여행을 하지 않으면 그 누가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싶겠느냐”던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말이 생생하게 스쳐지나 간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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