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새벽별을 보고 있으면 서럽다. 골목골목 붐비던 직장인들 사라지고 모르는 사이건만 동료애 솟아나는 취객들만 듬성듬성 휘청거리고 있다. 밤바람은 차고 집은 그립다. 그러나 갈 수가 없다. 택시가 없어서다.

요즘은 차라리 택시가 잘 잡히는 시간이 희귀하다. 예전 같았으면 손 들자마자 택시들이 득달같이 달려왔을 시간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대중교통이 끊긴 한밤에는 어떠랴. 물론 취객의 회귀본능이 가장 활발한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오랜 승차거부의 역사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더하다. 멀리 빨간 불을 켜고 다가와 마음 설레게 했던 택시는 모두 ‘예약’ 중이다. 

택시 예약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그나마 눈 앞에서 흥정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이야기고, 지금은 쌩쌩 찬바람만 휘몰며 ‘예약’을 단 빈차들이 지나간다. 서럽다는 생각이 불평등하다는 생각까지 뻗치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오후 9~10시 경이다. 중국인관광객 가족이 을지로 대로에서 택시를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와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다. 부부 손에는 몇 개의 쇼핑백이 있었다. 아마 택시를 잡기 시작한지 한참이었던 것 같다. 아이는 피곤한지 찡얼거리고 엄마는 아이를 달래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빠는 팔이 떨어져라 택시를 부르고 있었다. 버스가 올때까지 한 15분 정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결국 그 가족은 버스가 떠나는 순간까지 택시를 못 잡았다. 얼굴엔 짜증이 일렁였다. 

대부분의 택시가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고, 덕분에 택시를 잡는 일은 예약이 선행되야 하는 일로 변했다. 아는 사람이야 편리하겠지만 사실 정보는 평등하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세대나 외국인은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나름 변화를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청계천 새벽별을 보고 있는 마당에 이들은 어떠랴.

지난해 외국인관광객이 1,700만명이 들어왔다. 대중교통과 택시가 필요한 자유여행객의 비중도 상당하다. 적어도 택시를 잡을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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