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대로 직원에게 경영 인계하고 6월말로 퇴임
-여행업 43년…“장기적 관점의 관광정책 필요” 
 
한나라관광 홍원의 사장이 경영권을 직원에게 넘겨주고 43년 동안 몸담았던 여행업 현장에서 한 발 물러선다. 직원에게 회사를 맡기고 퇴임하겠다던 평소 신념을 실천한 것은 물론 매우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홍원의 사장과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직원에게 회사를 인계한 배경이 궁금하다.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다. 퇴임할 때가 되면 직원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기업은 작든 크든 영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하며 동고동락한 직원이야말로 경영권을 이어받아 회사의 영속적 발전을 일굴 적임자다. 마침 안근배 부사장이 회사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23년 동안 함께 하면서 회사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고, 어렵지만 해보겠다는 의지도 강해 성사됐다. 경영권을 넘기고 싶어도 본인들 의지가 없으면 소용없는 일 아니겠는가. 합리성·논리성·객관성·경제성 4개 키워드를 중심에 둔 경영 방향을 안 부사장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발전을 이룰 것이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 정례 화상회의에서 일본 4개 사무소장들도 변함없이 열심히 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매우 드문 일이어서 화제가 됐다.
일본 인바운드 업계에서는 물론 전체적으로 봐도 흔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경영은 능력 있는 사람이 해야지, 단지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물려받고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금이 경영권 이양의 적기라고 생각했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 3D프린팅, 빅데이터, AI(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이를 간과했다가는 회사도 뒤처지고 만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면서 실제 경영에도 접목시키는 데는 젊은 사람이 더 뛰어나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6월말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7월1일부로 안근배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다. 신임 사장이 경영을 하되 당분간은 힘닿는 선까지 도울 생각이다. 자연스러운 경영권 이양을 위해서다. 신임 사장이 경영자로서 안정화되고 회사의 새 기틀이 잡히기까지 3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주요 거래선 관리에도 힘을 보탤 것이다. 영업 쪽은 기존처럼 조남길 전무가 보좌한다. 사람만 바뀔 뿐 조직이나 운영시스템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 상황이 좋지만은 않지만, 더 이상 나빠질 일은 없으니 오히려 긍정적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시장도 곧 정상화 될 것으로 본다. 회사 시스템 역시 규모는 작지만 내실을 갖추고 기본이 튼튼하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 외부 차입 없이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다. 

-40여년 몸담았던 현장을 떠나는데…
1974년 업계에 입문했으니 43년쯤 된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6년여 동안 동서여행사 일본사무소장으로 근무했는데, 1992년 9월28일 관광의 날에는 일본주재원으로서는 유일무이하게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삼홍여행사에서 1년 정도 근무하며 아웃바운드 업무를 익힌 뒤 1994년 11월에 한나라관광을 창립해 올해 23주년을 맞았다. 많았을 때는 연간 유치인원이 8만5,000명으로 8위에 올랐는데, 아마 수익률 측면에서는 최상위권이었을 것이다. 업계 원로인 동보여행사 이석형 회장, 한비여행사 한우식 회장, 전국관광 김종철 회장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먼저 은퇴를 선언해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업계 발전을 위해 지적하고 싶은 사항은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관점의 관광정책 시행을 주문하고 싶다. 정부가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 이후 역점을 쏟고 있는 인바운드 관광시장 다변화 정책만 봐도 그렇다. 물론 관광시장 다변화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문화, 언어, 경제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면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인두세 유치와 저가덤핑 등 중국 인바운드 시장의 나쁜 관행이 타이완 등 다른 동남아 시장으로 확산돼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지 않았는가. 법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관광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팽창했는데 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산-관 협동으로 ‘관광회관’을 마련했으면 한다. 언젠가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다. 관광인들의 교류와 관광산업 발전의 모태가 되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의 베이스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국내여행 골고루 발전해 다른 관광 후발국들의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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