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2일 만에 첫 연차를 쓰는 기행(?)을 보이더니 일을 냈다. 미국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해 1년 총 21일의 휴가를 쓸 수 있단다. 

지난해 정무직 공무원의 1년간 평균 휴가 사용일은 4.1일이었다. 일주일을 다 채워 쉬지도 못하고 출근을 했던 셈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6월19일 발표한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은 연평균 14.2일의 연차를 받았지만 사용한 날은 8.6일 뿐이었다. 절반을 겨우 채워 쉬었다. 조사 시점보다 해가 더 지났으니 소진률이 더 높아졌을 수도 있지만,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휴가는 눈치껏, 안 써도 그만 못 써도 그만이던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다. 여름 휴가를 챙겨가는 것은 보편화됐다고 쳐도 개인의 연차휴가를 완전히 소진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던가. 애지중지 모셨건만 연말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던 것이 바로 연차휴가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래 지금까지 못 쓴 연차를 살짝 셈해보면 그야말로 당근도 없이 채찍질만으로 달려온 노동자의 팍팍한 삶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문 대통령의 ‘연차휴가 소진’ 계획은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다. 대통령도 쓴다는데. 상사와의 눈치싸움이 필요 없어지고, 로망으로 담아온 여행지를 은퇴 후로 미루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여행업계에서는 공적인 효과에 대해 기대할 수 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더 자주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녹록치 않은 휴가 환경에도 한해 2,000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보다 더 큰 아웃바운드 시장을 기대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국내여행 활성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의 경우에는 휴가 활성화가 침체됐던 일본인의 국내여행을 활성화 시킨 요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얼마 못 쓰는 휴가니 바득바득 해외를 나가고 말겠다는 욕구가 자유로운 휴가 사용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란다. 

물론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감안하면 전체 연차를 소진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실행 이전에 결심이 있는 법. 결심을 밝혀준 것 만으로도 든든하다.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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