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관광업계 발 들여 근 60년 종사
-공로 인정받아 금·은탑산업훈장 수상
 
관광업계 1세대로 꼽히는 서울항공여행사 정운식 회장이 6월30일부로 업계를 은퇴했다. 정운식 회장은 근 60년 동안 관광업에 몸 담으며 관광시장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를 함께해 온 산 증인이다. ‘여행업계 대부’라고 불렸던 사나이, 정운식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은퇴를 결정했다
사실 은퇴를 생각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1958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60년이란 시간 동안 관광업계에 소속돼 활동해왔지 않나. 2016년 연초에는 허리 수술을 받으면서 건강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결심이 선 뒤로 1년 후가 돼서야 실제로 은퇴한 셈인데 그동안 인수인계를 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어느 측면에서는 착잡한 마음도 있다. 
회사는 무상으로 김홍배 사장에게 넘겼다. 경영권부터 가지고 있던 주식까지 전체를 고스란히 넘겼다. 아들이 약 10% 정도 일부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들은 개인적으로 다른 사업을 하고 있고 주식만 일부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회사는 남은 직원들이 잘 꾸려갈 것이다. 

-여러 협회 활동을 통해 관광업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섰는데
1971년 항공권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서울항공여행사를 설립했다. 당시 항공운송대리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항공운송대리점협회를 만들었다. 2, 3대 회장을 지내면서 다방면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는 한국일반여행업협회 회장을,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을 지냈다.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받는 산업훈장도 두 번에 걸쳐 받았다. 1996년 은탑산업훈장을, 2002년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는데 당시 기준으로 모두 여행업계 최초로 받았던 것이다. 

-업계는 어떻게 변화했나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행업계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중국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유치하려고 한국 관계자들을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환영 플래카드가 방문하는 곳곳에 붙어있었다.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걸려 있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변화가 크게 느껴진다. 중국이 예전과 달리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됐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그대로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람들을 극진히 모시면서 대접했지만 지금은 실력을 길러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래전 중국 저장성을 방문했을 때 그 곳 부성장이 “지금은 한국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까운 시일에는 우리 성에서만 한해 500만명을 한국에 보낼 것이다”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의 말대로 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계속 커지고 있고 지금 양국의 관계는 과거와 역전됐다. 
 
-시장 변화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겠다
미주 업무를 많이 했던 90년대에 미국을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패키지가 막 성장하며 주류로 자리 잡은 단계였는데, 그때도 미국과 중국, 일본은 달랐다. 패키지는 저물고 자유여행이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그 시장을 보고 결국 우리나라도 자유여행으로 방향이 바뀌겠구나 느꼈다. 
산업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80년대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여행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만큼 항공권에 집중해 사업을 했다. 이후 올림픽이 열리고 여행자유화가 이뤄진 80년대 후반 직전부터는 점차 해외여행이 늘어났다. 여행시장이 계속 확장되겠다는 확신 아래 80년대부터 본격적인 여행업을 시작했다. 배낭여행 브랜드를 만들고, 유레일패스를 도입하는 등 매 순간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왔다. 여행업은 시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변화를 빠르게 잡아내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배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여행업은 계속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사의 할 일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라 본다. 호텔업계만 봐도, 수년 전에는 여행사가 하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 여행업 자체가 없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남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 한두 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던 것도 이젠 옛말이다. 각자생존이란 말이 있다.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해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길 바란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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