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여행의 미래
AI·빅데이터·IoT·증강현실…지구촌 여행 산업을 혁신한다!

-외면할 수 없는 화두 ‘4차산업혁명’
-관광산업에 적용 가능성과 여지 커
-아직은 추상적 … 대응전략 필요해

그 실체와 개념을 둘러싸고 회의적 시각과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화두로 부상했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주된 특징이자 기반이라는 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융·복합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관광산업과의 접점도 작지 않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여행·관광산업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폈다.<편집자주>   

●거스를 수 없는 화두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제시한 화두다.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며 세계 경제 흐름을 짚고 미래를 진단하는 권위 있는 포럼이었던 만큼 4차 산업혁명은 이후 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 서로 연관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기술적 혁명”이라며 “속도(Velocity)와 범위(Scope), 충격(Impact)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1~3차 산업혁명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18세기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기계화, 19세기 말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대량생산 체제, 20세기 후반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정보화 시대로 압축할 수 있다.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는 과정에서 1~2차 산업혁명이 발생했다면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두뇌노동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촉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는 4차 산업혁명도 3차와 비슷한 선상에 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빠르고 넓고 세다는 게 ‘4차 산업혁명’ 주창자들의 주장이다. 

실체가 뚜렷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확립된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고도의 지능화와 연결성으로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산업혁명’으로 풀이할 수 있다. 쉽게 ‘스마트 혁명’으로 집약되기도 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첨단 ICT를 기반으로 한 이들 핵심요소들을 다방면에 접목하고 응용함으로써 사회·경제·문화 전반적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여행산업과 찰떡궁합…영역 확대   
 
4차 산업혁명은 여행·관광산업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산업의 외연을 한층 더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행·관광산업은 타 산업과의 융·복합이 용이하고 기술적 접목 여지도 넓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는다. 세종대 이희찬 교수는 5월말 한국여행업협회(KATA) 주최로 열린 ‘여행·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과 ICT 발달, 공유경제 등 시대적 변화에 따라 관광산업 영역은 기존의 전통적 범주에서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으로 한층 더 확대될 것이며, 신규 업종도 활발하게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은 여행사가 관광객에게 숙박·음식·교통·체험·쇼핑·의료 등을 매개하고 연결했지만, 앞으로는 그 자리를 플랫폼과 정보가 대신하며, VR·AR을 활용한 관광안내, 숙박 리뷰 플랫폼, 소셜 다이닝 중개 플랫폼 등의 신규 관광사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4차 산업혁명이 그릴 여행의 미래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예측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변화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현주 박사도 ‘웹진 문화관광’ 2017년 3월호에 게재한 ‘4차 산업혁명과 관광산업의 미래’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센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변화라는 점에서 관광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어느 분야보다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박사는 “이미 관광산업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술변화의 속도가 놀라운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플랫폼 경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부문 등에서 주된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ICT 융합하고 실험하고…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 여행기업인 에어비앤비, 우버, 트립어드바이저 등이 ‘챗봇(Chatbot)’ 같은 첨단 ICT를 도입하거나 다른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여행객 소비패턴 및 기호 분석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고도화되고 있다.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북촌한옥마을의 ‘파킹플렉스’ 앱은 차량 주차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를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 활용의 한 사례로 꼽았다. 

미래의 여행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례는 이미 많다. 구글 트립(Goole Trips)은 전 세계 도시에 대한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구글 이용자 개인별 위치 히스토리 등을 활용해 식당이나 여행지 등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항공예약 정보 등을 여행 시기에 맞게 자동으로 통보해 주는 기능도 향후 기술 적용 수준에 따라서 그야말로 혁명적인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 분석에 인공지능을 통한 판단 능력을 가미한다면, 개인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여행지와 여행스타일, 음식, 액티비티를 안내하는 것은 물론 그에 필요한 항공과 호텔 등도 조회부터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국제회의나 컨벤션 행사 등에서 무선인식태그(RFID)나 QR코드를 활용해 최적의 미팅 상대를 연결하려는 시도도 현재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MICE 행사의 일반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챗봇을 활용한 여행상담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미래 여행·관광산업의 한 단면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체적 대응전략’에 집중할 때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여행·관광산업에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관광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일자리 감소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는 결국 전통적 개념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올해 일본에서는 로봇이 객실 안내 등의 업무를 맡는 ‘로봇호텔’이 등장해 여러 각도에서 시사점을 던졌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약 5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7월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ICT 혁신을 통해서 실체가 있는 4차 산업혁명 대응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역으로 보면 일자리 문제를 포함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실체적 대응전략’이 현재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희대 변정우 교수는 “익스피디아 싱가포르 랩(Lab)은 근전도 검사(EMG)와 시선 추적기술(Eye Tracking)을 사용해 소비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여행상품을 구매하는지 연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ICT와 융복합을 통한 여행·관광산업의 새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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