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키워드_하드블록
 
좌석 확보는 여행사들의 영원한 숙제다. 물량이 많을수록 판매를 촉진할 수  있고, 그만큼 여행사의 사업성도 커질 수 있다. 올해는 특히 블록 좌석에 대한 여행사의 니즈가 강하게 드러났다. 하루 휴가로 최장 10일의 휴일이 만들어지는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 남은 추석 연휴 기간의 동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10월 추석 연휴, 전년비 블록좌석 크게 늘려
-전세기 늘어나 보유 블록 확대, 소진률 절반
-미소진 부담에 추석 앞두고 경쟁 심화 예고

●추석 좌석,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
  
10월 연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개천절(10월3일), 추석(10월3~5일), 대체휴일(10월6일)과 한글날(10월9일)이 합쳐져 기본 7일 휴일이 발생하는 달이다. 주말과 휴일 사이에 낀 10월2일에 휴가를 쓰게 되면 최장 10일 휴일이 만들어진다. 

이례적으로 긴 장기 연휴가 발생하면서 추석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올해 설 연휴가 지난 직후 아직 6개월 이상 남았던 추석 예약이 급증했던 것이다. 전반적으로 리딩타임이 짧아지고 있는 단거리 노선이나 국내선까지도 얼리버드 예약이 급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연초부터 ‘이미 인기노선은 매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보다 양적 증가가 두드러졌던 것은 항공권 단품이었지만, 패키지 상품도 약진했다. 하나투어는 “올 초(1월24일 기준) 패키지는 추석 연휴기간 상품이 다 세팅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미 작년 추석 연휴 마감수치의 10~25%가량 예약이 들어온 상태였다”고 전했다. “리딩타임이 8개월 남은 시점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고 덧붙였다. 

여행사의 좌석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미 수요가 들썩이고 있었고 장거리와 단거리 모두 충분히 여행이 가능한 기간이 확보된 만큼 올해는 전 노선에서 연휴 기간 좌석 확보가 중요했던 것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올해 추석 공급석 총량이 두 배로 늘어났다. 총 11만석이다. 지난해 총 5일 연휴, 올해 10일 연휴인 것을 감안하면 정비례한 셈이다. 모두투어 또한 7만4,000여석을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좌석을 추가해 왔다. 

꾸준히 볼멘소리와 부작용이 터져나옴에도 불구하고 블록 운영이 여행업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성수기에는 절대적으로 여행사의 니즈가 두드러지고 반대로 비수기에는 절대적으로 항공사의 니즈가 두드러질 뿐인 것이다. 모두투어는 “올해 중반을 지나면서 시장의 항공좌석 공급이 확대됐고, 추가공급의 대부분 여행사가 하드블록으로 보유하는 좌석 비중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리딩타임 한 달, “블록 관리 해야”
 
추석이 한 달 남은 현재, 소진률은 전체의 절반 정도로 기대보다 낮다. 이는 꾸준히 새로운 공급석이 추가되면서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절대값으로는 지난해 연휴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상황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8월24일 기준 추석연휴 기간 총 공급석 11만석 중 5만5,000석이 소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비 소진률은 현재까지 약 2%p가 높다. 하나투어는 “베니스 아시아나 전세기에 회차당 80석을 공급 중인데 추석 시즌 출발편은 완판됐고, 일본의 인기 5대 노선의 소진률은 50%가 넘는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또한 8월21일 기준 추석 기간 전체 좌석의 42%가 소진됐다. 단거리 지역은 46%, 괌과 사이판을 포함해 미주, 유럽 등 장거리 지역은 76% 소진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한 여행사의 마케팅도 바빠질 전망이다. 장거리 지역의 경우 단거리에 비해 지금까지의 소진률이 높긴 하지만, 남은 물량이 판매될지에 대한 보증이 어렵다는 평가다. 리딩타임이 짧고, 가격대가 높기 때문이다. 단거리 지역은 기본적으로 리딩타임이 짧고, 마감 임박해 풀리는 땡처리 상품을 기다리는 수요까지 감안하면 안정적인 모객이 가능하겠지만 반대로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블록 계약으로 확보한 좌석은 미소진 물량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남은 한 달 동안 여행사의 모객 전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투어는 “단거리 지역의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게 보일 수 있지만, 단거리 지역의 특성상 당월 예약이 어느 정도 오른다는 판단 하에 진행 중인 하드블록 또는 ADM 좌석 등의 효율적 관리 및 운영을 한다면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 증대로 가격은 당초 기대치보다는 다소 하락한 상태라 소비자에게는 더 좋은 예약 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2007년, 하드블록 논란 정점으로
2007년은 우리나라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아웃바운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한 해였다. 당시 내국인 출국자 수는 1,332만명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썼다. 수요가 왕성하다보니 항공좌석은 곧 수익창출을 의미했다. 항공좌석 확보가 여행사들의 최대 과제였다. 칼자루는 자연스레 항공사가 쥐었다. 좌석난이 심해지면서 하드블록이 일반화됐다. 여행사는 안정적으로 좌석을 확보하고 항공사는 사전에 좌석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 성격도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크게 불거졌다.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좌석을 강매하고 강요하는 식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모 여행사는 모 외항사를 공정위에 제소하기까지 했다. 여행사 역시 미소진 하드블록 좌석을 막판에 ‘땡처리’ 식으로 처리해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 여기저기서 문제제기가 이뤄지자 양대 국적항공사는 아예 하드블록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항공공급 증대로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하드블록 판매 관행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김선주 기자 va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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